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민원실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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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2주간의 토론 끝에 시민 대표들은 ‘더 내고 더 받는 방안’을 최종 선택했다. 국민연금 재정 고갈 우려와 한국의 높은 노인빈곤율을 함께 고민한 결과다. 시민들이 선택한 방안이 국회에서 받아들여진다면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26년 만에 9%에서 13%로 4%포인트 오른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도 40%(2028년 기준)에서 50%로 높이는 방안(1안)이 시민대표단 492명 중 56.0%의 선택을 받아 더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보험료율만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유지하는 방안(2안)은 42.6%가 선택해 1안 대비 13.4%포인트 차이로 뒤쳐졌다.
앞서 공론화위는 지난달 8∼10일 사용자, 노동자, 지역가입자, 청년, 수급자 5개 그룹 36명으로 구성된 의제숙의단과 2박3일 워크숍을 진행해 시민 대표단 토론회에서 논의할 의제를 결정했다. 의제는 △소득대체율 및 연금보험료율 조정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조정 △의무가입연령 및 수급개시연령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형평성 제고방안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방안 △공적연금 세대 간 형평성 제고방안 등 모두 6개다. 가장 핵심 의제인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은 노후소득 보장을 고려한 1안과 기금 재정안정을 중시한 2안으로 좁혀졌다. 이후 인구비율을 고려해 구성된 시민대표단 500명(최종 투표 492명)이 이달 13, 14, 20, 21일 네 차례 토론을 거친 뒤 전날 최종 투표를 실시해 이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시민대표단 상당수는 학습과 네 차례 토론을 거치며 소득보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마음을 바꿨다. 시민대표단이 막 꾸려진 후 실시됐던 1차 조사(3월22∼29일)에선 1안이 36.9%, 2안이 44.8%, ‘잘 모르겠다’가 18.3%로 2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그러나 연금에 대한 3주간의 학습 후 토론 직전에 실시했던 2차 조사(4월13일)에선 1안이 50.8%로 절반이 넘는 지지를 받았고, 2안에 대한 지지는 38.8%에 불과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0.3%였다. 3차(최종) 조사에서는 1안과 2안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1.3%로 크게 줄었다. 언론 등을 통해 국민연금 재정 고갈에 대한 우려를 많이 접해 불안감이 컸던 시민들이 토론을 거치면서 소득보장의 필요성에 대해 더 크게 공감한 결과로 풀이된다.
토론회에서 소득보장을 주장한 남찬섭 동아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국민들이 중요한 기로에서 노후 소득보장 강화와 재정 안정화를 조화있게 선택했다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이 일상에서 연금에 대해 접하는 정보는 거의 기금 고갈밖에 없다. 이번 토론 과정에서 처음으로 소득보장에 대한 정보도 듣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재정안정을 강조한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일단 소득보장 논리가 국민들에게 더 와닿았나란 생각이 든다”며 “민의를 받아들이더라도 재정적인 안정성을 고려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설정했으면 좋겠다”고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의무가입 상한연령 조정에 대해서는 현행 59살인 상한연령을 64살까지 올리는 방안에 80.4%가 찬성했다. 이 방안은 의제숙의단에서도 단일안으로 채택했다. 기초연금의 경우 65살 이상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현행 구조를 유지하자는 데에 찬성(52.3%)이 많았다. 기초연금 수급 범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자는 방안은 45.7%가 찬성했는데, 두 방안은 오차범위 이내로, 팽팽한 의견 차이가 있었다. 직역연금은 관련 동의율은 논의기구 구성이 68.3%, 보험료율 인상은 69.5%, 급여 일정기간 동결은 63.3%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은 8개 방안 중(2가지 선택) ‘출산크레딧 확대’(동의율 82.5%)와 ‘군복무 크레딧 확대’(57.8%)가 가장 많이 채택됐다. ‘크레딧’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 주는 걸 뜻한다. 세대간 형평성 제고방안은 4가지 방안이 논의 됐는데, ‘국민연금 지급의무 보장’(동의율 92.1%)과 ‘기금수익률 제고’(91.6%)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토론회 의제에는 포함되지 못한 퇴직연금에 대한 설문조사도 추가로 이뤄졌는데, 퇴직연금을 준공적연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안에 46.4%가 찬성했다. 중도인출을 요건을 강화해야한단 방안은 27.1%, 제도를 현행 유지하자는 의견엔 20.3%가 동의했다.
시민대표단의 선택이 그대로 법안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금특위에서 시민대표단의 선택을 고려해 법안을 만들어 발의하면 21대 국회 임기인 5월 이내로 법안 통과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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