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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고금리에 웃는 자산가들···가계부채 첫 감소[3고에 갇힌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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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비용 부담 큰 한계기업 정리 계기 될 수도

2020~2021년 폭등 부동산 시장 2년 연속 하락

경향신문

2023년 7월2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금리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다.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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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남동에 사는 A씨는 지난해 10월 국고채 30년물을 5억원에 매수했다.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지난해 초 연 3.733%를 기록한 후 등락을 거듭하다 10월23일 연 4.307%로 연고점을 기록한 뒤 지난 연말에는 3.088%까지 떨어졌다. 올 초에도 이런 흐름이 계속되자 A씨는 지난 1월 보유물량을 모두 팔았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데, A씨는 고금리 때 채권을 싼 가격에 매입했다가 금리가 잠시 꺾이던 시점에 비싼 가격에 되팔아 시세차익을 냈다. 주식·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얻은 양도소득에 물리는 금융투자소득세도 올해 말까지는 유예되면서 A씨는 20%의 수익을 거뒀다.

A씨는 고금리 시대에 여윳돈을 활용해 금융상품 투자로 수익을 낸 대표적인 사례다. 한 시중은행 PB센터장은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장기 국채나 30년짜리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해 이자 수익을 내거나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 기간에 매도해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상회복과 함께 찾아온 고금리 기조가 2022년 이후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연 0.50%에서 3.5%까지 올린 후 10차례 연속 동결하며 기존 금리를 유지했다. 여기에 최근 발표되는 미국 경제지표가 모두 지속적인 호황세를 나타내 미국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후퇴하고 오히려 금리인상론마저 나오고 있다. 현재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는 2%포인트로 미국(5.5%)이 더 높다. 한미간 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 원·달러 환율 상승이 가속화할 수 있고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는 한 한국이 먼저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높은 기준금리는 시중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통상 6개월 또는 1년마다 지표금리를 반영하는 변동형 비중이 많은 국내 대출 시장 특성상 빚이 많은 사람은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커지지만 현금 보유액이 많은 자산가는 고금리 상품 투자로 이득을 볼 수 있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부자 보고서’를 보면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사람은 지난해 말 기준 45만6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0.89%로 추정됐다. 이들의 세부 자산을 보면 부동산자산이 56.2%, 금융자산이 37.9%를 차지했다. 금융자산 비중이 일반 가구(15.6%)보다 2.4배 높았고, 예·적금 보유율은 94.3%로 2022년보다 9.8%포인트 증가했다.

업종별로 보면 고금리시대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곳은 금융업이다.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연결 기준 14조9682억원으로 전년보다 4.5% 감소했지만 이자이익은 1.9% 늘어난 40조6553억원이었다.

당기순이익은 금융당국의 요구로 늘어난 상생금융 비용과 부실대출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확대로 역성장했지만, 이자이익은 고금리 장기화로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저축성 수신 금리 차이)이 커지면서 사상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어섰다.

이자 부담 증가에 따른 가계부채 축소는 금융 전반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보면 고금리 시대의 긍정적 효과로 볼 수 있다. 신규 대출은 줄이고 기존 대출은 상환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2022년 말 전 금융권 가계대출(금융당국 집계)은 전년보다 8조7000억원 감소하며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한국은행 집계)도 2022년 말 1058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조6000억원 감소하며 통계를 작성한 2004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의 경우 정부가 주택 실수요자 지원과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명목으로 특례보금자리론을 한시 공급하고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전년 대비 10조1000억원 늘었지만 2021년 증가분(107조5000억원)에는 크게 못 미친다. 올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3월까지 전년 대비 5조8000억원 감소했다.

고금리 기조는 시장에서 부실기업을 퇴출시키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21년 ‘기업역동성 제고를 위한 한계기업 구조개혁 필요성’ 보고서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초저금리 기조로 만성적인 한계기업이 증가했고, 이들이 산업 내 한정된 희소자원을 과다 점유하면서 정상기업의 인적·물적 자원 활용에 제약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가 나빠지면 한계기업은 도산하고 상대적으로 우량한 기업은 생존해 경기 회복 시 반사이익을 낼 수 있다”면서 “한계기업 퇴출은 개별 기업이나 개인에게는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경제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저금리로 풀린 막대한 유동성과 정부의 정책 실패가 맞물려 2020~2021년 급등했던 아파트 가격도 2022년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2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연간 7.70% 하락하며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전년보다 2.18%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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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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