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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롤렉스·버킨백 싸게 사려면 ‘이곳’으로… 오픈런 없고 큰 할인 폭에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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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50년째 영업 중인 ‘수하물 재판매’ 상점

동아일보

미국 앨라배마주에 위치한 ‘언클레임드 배기지’ 매장 내부의 모습. 매일 7000개 이상의 물건이 새로 입고된다. 사진 출처 앨라배마주 관광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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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공항에서 주인을 잃은 물건은 몇 개나 될까. 미국의 항공정보 기업 시타(SITA)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에서 분실되거나 도둑맞은 수하물은 182만 개에 달했다. 유실물은 주인에게 반환되지 않는 한 모두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21일(현지 시간) 미국 CNBC 방송은 분실 수하물을 사들여 되파는 미국 앨라배마주의 ‘언클레임드 배기지(Unclaimed Baggage, 미수령 수하물)’ 상점을 소개했다. 이곳은 운송 회사에서 사들인 분실물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약 1400평 규모의 거대한 매장은 속옷이나 티셔츠 같은 의류부터 전자기기·고급 액세서리 등 다양한 물건을 판매해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 2020년부터는 온라인 판매를 시작해 한국을 포함한 100여개 국가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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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앨라배마주 ‘언클레임드 배기지’ 매장 내부에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의 제품이 진열돼있다. 매장에 도착하는 분실물에는 고가의 제품도 많다. 사진 출처 앨라배마주 관광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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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클레임드 배기지의 인기 요인은 20~80%에 이르는 큰 할인 폭이다. 특히 전자제품의 판매량이 많다. 웹사이트 기준 249달러가 넘는 애플의 무선이어폰 에어팟 프로는 3분의 1 수준인 74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명품 시계나 액세서리 등은 상대적으로 할인율이 낮지만 소위 ‘오픈런’ 없이 편하게 살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곳에서 2000만 원대의 에르메스 버킨백도 판매했다고 소개했다. 매장 가격은 최소 수천 만원에 달한다.

이달 초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약 2만 개의 유실물이 상점을 거쳤다. 이 중에는 약 3만7000달러(약 4990만 원)의 다이아몬드 반지나 3000만원 대의 카르티에 시계 등 고가의 물건도 적지 않다. 브라이언 오웬스 최고경영자(CEO)는 CNBC 방송에 올해에만 20여개의 롤렉스 시계를 발견했다며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분실물은 “보잘것없는 헝겊에 쌓여있던 40캐럿의 에메랄드”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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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클레임드 배기지(Unclaimed Baggage) 박물관에 전시된 물건 일부. 사진 출처 언클레임 배기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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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견된 유실물 가운데 살아있는 뱀 두 마리부터 4m짜리 장대높이뛰기용 장대, 중세 시대의 갑옷 같은 기상천외한 물건도 있었다. 언클레임드 배기지는 지난해부터 희소성 있는 분실물을 모아 매장 내 ‘박물관’에 별도로 전시하고 있다.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이 사인한 공, 기원전 1500년의 고대 이집트 유물,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부채 같은 물건까지 다양하다.

1970년 문을 연 언클레임드 배기지는 현재 미국 모든 항공사와 계약을 맺었다. 최근에는 일부 호텔, 렌터카 회사 등과도 거래한다. 오웬스 CEO는 WP에 “약 98%의 유실물이 며칠 내에 제자리를 찾아가고, 나머지 2%도 대부분 90일 내에 정리된다”며 상점이 취급하는 물건은 전체 분실물의 0.0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중 매장에서 판매되는 약 3분의 1을 제외하고는 자선단체에 기부되거나 재활용 시설로 향한다.

한국에는 수하물을 모아 ‘판매’하는 시스템은 갖춰져있지 않다. 공항에서 발견된 유실물은 경찰청이 운영하는 유실물 통합포털 ‘로스트112(Lost112)’에 접수된다. 유실물법에 따라 6개월간 주인을 찾지 못한 물건은 발견한 사람이 소유권을 갖거나 습득자가 불분명할 경우 폐기된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한국에서는 7800여 개의 유실물이 발생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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