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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천정부지 금값에… “1돈 말고, 1g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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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도 투자도 부담… ‘1g’이 대안

조선일보

서울시내 한 GS25 편의점에 마련된 금 자판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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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홍모(33)씨는 최근 친구 아들에게 1g짜리 돌반지를 선물했다. 집 근처 금은방에 가자 주인이 “보통 돌반지는 한 돈(3.75g)짜리를 많이 산다”고 추천했지만, 40만원이 넘어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홍씨는 “반돈(1.875g)짜리마저도 세공비를 합치면 25만원 이상이라 1g 돌반지로 마음을 전했다”고 했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1g짜리 소형 금이 인기다. 선물용으로 1g 돌반지를 사는 경우도 있고, 20~30대는 콩알 모양 금이나 ‘초미니 골드바’를 저축 및 투자 개념으로 사기도 한다. 금은 현금화가 쉬운 현물 자산인 데다, 금을 팔아 얻은 시세 차익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20~30대가 특히 가격 부담이 적은 1g 금을 재테크 목적으로 조금씩 사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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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용 순금 커피콩 1g. /SSG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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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GS25는 재작년 9월부터 전국 30개 점포에 순금 자판기를 도입했다. 이 자판기에선 0.5g, 1g, 1돈, 3돈, 10돈짜리 골드바 등을 판매하는데, 지난 3월까지 36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이 중 절반 이상을 20대(14%)와 30대(38%)가 사 갔다. 편의점 CU도 이번 달부터 0.5g, 1g, 1.87g짜리 저중량 금을 한정 판매 중이다. CU는 “1g짜리 금은 이틀 만에 준비된 물량이 모두 팔렸다”고 했다.

반면 서울 종로3가 귀금속 거리의 상가들은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다. 이곳 금은방들은 1g짜리 금을 취급하긴 하지만 보통 한 돈 이상씩 하는 예물용 귀금속, 돌반지나 돌팔찌 등으로 수익을 내왔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19일 귀금속 거리에선 금 가격을 물어보는 사람들은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실제로 귀금속을 사거나 파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직장인 박모(37)씨는 시어머니한테 물려받은 순금 5돈짜리 쌍가락지를 팔러 귀금속 거리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렸다. 박씨는 “막상 팔려니 ‘좀 더 오를 수도 있지 않나’ 싶어 아깝더라”고 했다. 반면 조카 금반지를 사러 온 김모(42)씨는 “한 돈짜리는 너무 비싸고, 반돈짜리는 모양이 좀 빠지는 것 같아서 다른 선물을 사기로 했다”고 했다. 금은방 주인 A씨는 “금값이 어지간해야지, 지금은 너무 말이 안 되게 올라서 아예 거래가 없다”고 했다.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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