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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발달장애인 행동 화면 분석, 시각장애인 안내하는 ‘착한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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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 ‘돈 되는’ 서비스 넘어 공익 위해 쓰인다

22일 오후 서울 도봉구 도봉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발달장애인 30여 명이 매일 모여 각종 체육·언어·직업 교육 등을 받는 이 센터의 천장 곳곳에는 10대의 카메라가 달려 있다. 단순 보안 목적이 아닌 비전 AI(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카메라로, 실시간으로 발달장애인 개개인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분석해 기록한다. 발차기·주먹질·쓰러짐·머리 때리기·드러눕기 같은 행동을 얼마나 했는지, 전날·전주·전달과 비교해 어느 정도 개선·악화됐는지 등을 알려준다. 이후 전문가가 여기에 맞는 해결책을 찾고 교육 계획을 짜는 식이다.

이 시설의 성효진 센터장은 “예전엔 직원이 수기로 기록하던 걸 AI가 돕게 되면서 다른 교육·돌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 기술은 SK텔레콤이 작년 말 개발한 뒤, 현재 모두 5곳의 발달장애인 돌봄 시설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다.

AI 기술이 단순히 ‘돈 되는’ 서비스를 넘어 공익 목적으로 활용도를 넓혀가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음식점 메뉴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난청인이 앞사람 목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해준다. 독거 노인에게 안부 전화를 걸거나 노숙자가 될 위험을 예측해 선제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AI 기술 발달과 함께 사회적 약자를 돕는 ‘착한 AI’ 영역이 넓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인성


◇시각·청각장애인에 눈·귀 역할

카메라로 식탁 위를 비추자 ‘나무 테이블 위에 프링글스 과자와 바나나 우유가 놓여 있어요’라는 음성이 나왔다. 영수증을 찍으면 구매처와 금액·내역을 알려주고, 도로를 비추면 ‘계단’ ‘출입문’ ‘방지턱’ 같은 안내를 해준다. 스타트업 투아트가 시각장애인을 돕기 위해 개발한 AI 기반 앱 ‘설리번 파인더’다. 올 초 쇼핑·음식점·보행 등 외부 활동에 필요한 3가지 핵심 기능을 묶어 출시했다.

앞서 지난 2018년 문자·색상·지폐 인식 등 12가지 서비스를 넣어 출시한 앱 ‘설리번 플러스’의 경우 현재 전 세계에서 35만명이 넘는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고 있다. 조수원 대표는 “현재 세계에 시각장애인이 3억명쯤 있고 고령화로 인해 숫자가 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쓰임새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네이버는 지난 2022년 5월 출시한 ‘클로바 케어콜’을 현재 부산 해운대구를 포함한 80여 개 지자체에 제공하고 있다. AI가 돌봄이 필요한 독거 노인에게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식사·수면·건강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AI 상담원이 마치 자녀처럼 말을 걸고, 어르신과 주고받은 과거 대화를 기억해 다음 통화에 활용한다.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의 모회사 프랑스 에실로르룩소티카는 올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박람회인 ‘CES 2024′에서 스마트 안경 ‘뉘앙스’를 선보였다. 난청인을 돕는 안경으로, AI가 말을 거는 사람의 목소리를 1000분의 6초 만에 잡아내 안경다리 끝에 탑재된 스피커로 증폭해 들려준다. 국내 스타트업 엠피웨이브도 카페처럼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상대방의 목소리만 선명하게 들리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난민·제대군인 지원 등에도 활용

취약 계층 지원과 같은 공익적 목적을 위해서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산하 보건서비스부는 주민의 응급실 방문, 건강 관리 기록, 식료품 지원 프로그램 수혜 기록 등 7개 분야의 공공 데이터를 AI를 활용해 분석해 노숙자가 될 위험도가 높은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한다. 이를 통해 정부 공무원들은 위험도가 높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해 도움을 준다.

영국 정부는 작년 11월 보건·행정 업무에 AI를 활용하기 위해 ‘AI 히트 스쿼드’라는 태스크포스를 꾸리기도 했다. 20~30명의 AI 전문가를 영입해 난민과 이민자 신청 처리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효율화를 추진하는 게 골자다.

한국 정부도 AI를 도입해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지난달 제대군인 전직지원시스템을 고도화해 AI가 제대군인 개개인에게 최적의 일자리와 보완해야 할 교육·자격증 등을 맞춤형으로 추천하도록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600여 중앙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제공하는 청년 정책 데이터를 모아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책 여건에 변화가 있는 경우 자동으로 알림도 발송한다.

[성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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