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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설] ‘적당히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개혁 요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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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연금개혁특위 산하 공론화위가 시민대표단을 대상으로 최종 설문조사를 한 결과 ‘더 내고 더 받는’ 안의 찬성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시민대표단은 국민연금에서 내는 돈(보험료율)을 현행 소득의 9%에서 13%로 올리고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현행 40%에서 50%로 늘리는 1안, 내는 돈을 12%로 올리고 받는 돈은 현행을 유지하는 2안을 놓고 이달 들어 4차례 토론·학습을 진행하고 최종 조사를 했다. 그 결과 1안(56.0%)이 2안(42.6%)보다 더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1안은 미래 세대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안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공론화위에 따르면 1안대로 할 경우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은 2055년에서 2062년으로 7년 늦어지지만 받는 돈이 늘어나면서 2093년까지 누적 적자가 기존 대비 702조원 추가로 발생한다. 반면 2안은 고갈 시점이 2063년으로 1안과 큰 차이가 없지만 누적 적자는 1970조원 감소하는 안이다. 두 안이 비슷해 보이지만 나중에 2672조원이라는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 수치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갈 것이다. 내년 신생아 생애 평균 보험료율도 1안은 29.6%지만 2안은 24.5%로 적지 않은 차이가 난다.

누가 봐도 1안은 무책임하고 2안은 어느 정도 합리적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1안 찬성 비율이 높았다. 1안은 야당과 노동계가 선호하는 안이다. 일부에서는 시민대표단에게 설명한 강사진의 편향, 불충분한 자료 제공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학습 전 1차 조사에서는 2안이 44.8%로 1안(36.9%)보다 높게 나왔다.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공론화위 최종 결과를 토대로 21대 국회 폐회 전인 다음 달 말까지 연금 개혁안 합의를 시도할 예정이다.

우리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 9%로 올린 이후 26년째 손을 대지 못했다.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빠른 시일 내에 소폭이라도 인상을 시작하는 것이 지상 과제라는 점에서 국회가 다음 달 말까지 연금 개혁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그 방향이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이 아니라 거꾸로 부담을 더 지우는 쪽으로 가서는 안 된다. 현재의 부담을 올려 미래의 연금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 이외의 연금 개혁안은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돈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국회 연금특위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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