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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NEWS&VIEW] 하루 2번 브리핑룸 찾은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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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설득으로 국정 변화, 취임 후 첫 직접 인사 발표

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한 정진석 의원을 소개하고 있다./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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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국민의힘 정진석(64) 의원을 임명했다. 여당의 4·10 총선 참패 12일 만에 국정 쇄신을 위한 인적 개편의 첫 단추를 꿴 것이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 비서실장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직접 출입 기자단 앞에 나서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選) 현역 의원인 정 실장을 소개하면서 “여야 관계를 좀 더 설득하고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정 전 부의장을 비서실장으로 모셨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에도 다시 브리핑룸을 찾아 신임 홍철호(66) 정무수석 임명을 발표했다. 최근 참모들에게 공언한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루 두 차례 기자들 앞에서 참모진 인사를 직접 소개하는 등 소통을 강화하는 것으로 실행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정 실장을 대동하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 브리핑룸을 찾아 비서실장 인선을 직접 발표했다. 대통령실이 브리핑 시작 3분 전 언론에 공지한 ‘깜짝 발표’였다. 옅은 하늘색 넥타이에 짙은 남색 정장 차림의 윤 대통령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정 실장과 함께 브리핑룸에 들어섰다. 윤 대통령은 먼저 기자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뒤 “여러분께 신임 비서실장을 소개하겠다”라며 마이크 없이 발표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정 실장을 손으로 가리키며 이력을 소개하고 “(비서실장 역할을) 잘 수행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원고 없이 대화하듯 발표를 이어가는 등 최근 공식 석상 연설에서 보여준 경직된 말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윤 대통령은 오후 3시 30분에도 홍철호 전 의원과 함께 브리핑룸을 찾아 정무수석 임명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서 직접 인사를 발표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 선 것도 재작년 11월 출근길 약식 회견(도어스테핑)을 중단한 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 질문도 오전·오후 2개씩 총 4개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특히 ‘소통’ 강화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진에게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 국정 운영이나 소통 방식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생각 중이냐는 물음에 소리 내 웃으며 “용산 참모들에게 앞으로 메시지라든지 이런 것을 할 때 평균적인 국민이 좀 이해하고 알기 쉽게 해달라는 뜻”이라고 답했다. ‘자유’ ‘공산 전체주의’ ‘카르텔’ 같은 이념 과잉형 또는 경직된 표현을 줄이는 대신 쉽고 순화한 언어를 사용하겠다는 뜻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공식 회의 발언이 권위적인 느낌을 준다는 지적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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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상훈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난 2년 동안 중요한 국정과제를 정책으로써 설계하고 집행하는 쪽에 업무 중심이 가 있었다”며 “지금부터는 국민들에게 좀 더 다가가서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서 더 설득하고 소통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당(여당)과의 관계뿐 아니라 야당과의 관계도 더 좀 설득하고 소통하는 데 주력하겠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진석 전 부의장 같은 분을 비서실장으로 모신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에게 회동을 제안한 데 이어 정치인 출신인 정 실장을 기용한 것에는 여야 등 대(對)국회, 대국민 소통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이 담겼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에선 이번 주 오찬 회동이 어려워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회동을 계속 추진할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그동안 정치적으로 소원한 관계에 있었던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과도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일방 소통 지적을 받은 대화 태도에도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뜻을 내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와의 회담 의제를 묻자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초청했다기보다 이 대표 이야기를 좀 많이 들어보려고 용산 초청이 이뤄졌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언론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직접 기자들 앞에서 비서실장·정무수석 인사를 발표하고 질문까지 받은 게 그 시작이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재작년 8월 취임 100일 때 이후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고,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나 부산 엑스포 유치 불발 관련 담화 때도 기자 질문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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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소통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윤 대통령은 “어느 정도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은 세워져 있기 때문에, 지금부턴 국민께 더 다가가 설득하고 소통하고, 야당과도 소통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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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충청 출신인 정 실장에 이어 정무수석에 경기 출신 홍철호 전 의원을 임명한 것을 두고는 소통 강화와 함께 통치 기반을 넓히겠다는 뜻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실장은 이번 총선에 출마했으나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홍 수석은 경기 김포을에서 낙선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충청권 전체 선거구 28곳 중 6곳에서만 이겼다. 60석이 걸린 경기에선 4년 전 21대 총선 때보다 1석이 줄어든 6석에 그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의석이 걸린 경기도가 여당의 불모지(不毛地)화하는 상황은 대통령의 통치 기반의 위축을 의미한다”며 “수도권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을 가감 없이 듣고 소통하겠다는 뜻도 담겼다”고 했다. 홍 신임 수석은 치킨 프랜차이즈를 일군 사업가 출신이다.

소통 강화 등을 통한 윤 대통령의 정치 복원 시도가 성공하려면 태도뿐 아니라 정책 추진 방식에서도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여권 관계자들은 말한다.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 자체는 대체로 옳았다는 평가가 있지만 그 추진 방식에서 비타협적이거나 일방적이란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연구·개발(R&D) 예산 재조정, 의사 증원 문제 등도 전격전(電擊戰)처럼 추진하다가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부른 측면이 있다”며 “윤 대통령이 인내를 갖고 이해 당사자들과 대화 노력을 이어갈지가 변화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후임 국무총리 지명과 관련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주로 예상되는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에서 총리 인선과 관련해 논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한편 이관섭 비서실장 등과 함께 사표를 제출했던 이도운 홍보수석은 유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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