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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시론] ‘지속성’ 의심되는 테무의 초저가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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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중국계 이커머스, 그중에서도 테무에 대한 국내의 반응이 뜨거운 정도를 넘어 충격이다. 테무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이커머스인 핀둬둬의 자회사이고, 핀둬둬는 동종업계의 강자인 알리바바보다 시가 총액이 크다.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중국계 글로벌 이커머스가 선진국 시장을 휩쓸다가 한국과 동남아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이 큰 회사가 한국 경제에서 약한 고리인 중소기업과 경쟁하겠다고 한다. 만 원 한 장으로 부자처럼 살기엔 걱정이 너무 크다.

품질미달 업체와도 계약…최저가 고수


테무는 중국계 이커머스 중에서도 가격 하나만큼은 경쟁기업을 압도한다. 초저가 상품이 가능한 이유는 공급망과 유통망에서 독특한 전략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초저가 상품은 제조업체를 쥐어짜는 과정에서 탄생했다(파이낸셜타임스 2024년 2월 13일). 테무는 경쟁업체인 쉬인에 비해서도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한다. 쉬인은 품질 관리를 위해 제조업체를 감독하고, 기준에 미달한 업체와는 계약을 해지한다. 이렇게 판로를 잃은 업체에 테무가 접근하여 더 싼 가격으로 공급계약을 맺는다.

제조업체에 대한 인센티브에서도 테무는 공격적이다. 쉬인은 성실한 공급자에게는 물품대금 지급을 신속히 하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준다. 테무는 협조적인 공급자에게는 다른 공급자에 배정된 물량을 넘겨준다. 그리고 어떤 업체가 생산한 제품이 잘 팔리면 그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에 초과 물량을 배정한다. 공급업자를 철저하게 ‘을’로 관리하는 전략이다.

둘째, 테무는 변형된 소비자 직접판매(Direct to Consumer, DTC) 방식의 유통망으로 가격을 한 번 더 낮췄다. DTC는 중간상을 없애고 공급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다. DTC는 이전부터 다양한 이커머스가 사용한 방식이지만, 테무는 초저가를 위해 그 방식을 달리했다(포브스 2024년 2월 13일).

DTC에서는 자체 브랜드를 확립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수많은 공급자가 입점해 있는 쇼핑몰 특성상 소비자들은 어떤 브랜드가 신뢰성을 갖는지 알기 어렵다. 소비자가 처음에는 광고에 이끌려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점차 신뢰하는 브랜드가 생기면 광고가 없어도 그 브랜드를 재구매하게 된다. 이커머스 측에서는 이 과정에서 광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소비자가 신뢰할 만한 자체 브랜드를 보유하려고 한다.

하지만, 테무는 초저가를 위해 자체 브랜드를 포기했고, 입점 업체가 브랜드화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품질 대신 가격을 우선시하는 전략인데 경쟁업체와 비교하여 지속적으로 광고비를 지출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광고비 압박이 오기 전에 초저가로 시장을 지배해야 테무의 전략이 성공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광고비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 언젠가는 가격을 올려야 할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초저가 오래못가…성급한 규제 자제를


한편, 최근 중국 경제가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테무를 비롯한 중국계 이커머스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금년 1분기 중국 경제는 예상치를 웃돈 5.3%의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정부의 투자 독려가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국내 소비증가율은 4.7%, 여전히 약세이다. 공장을 돌려 물건을 많이 만들었는데 국내 판로는 막혔다. 해외덤핑 수출이 늘고 있는 이유다. 미국이 수입 규제 조처를 할 만도 한데 그러기엔 미국 물가가 너무 높은 게 걸린다.

국내에서 공론화된 중국계 이커머스의 문제점은 이들이 이미 진출한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났다. 모두가 해결책을 골몰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앞장서서 규제의 깃발을 흔들 필요는 없다. 초저가 소비와 가성비 소비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기에 시간이 지나면 현재의 걱정거리 중 상당 부분은 해소될 것이다. 다만 해외직구 제품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만큼 조속히 마련되길 바란다.

[최의현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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