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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옆 사람 대화 수상한데" 7000만원 보이스피싱 막은 20대 여성의 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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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3월14일 경기 성남시 수정동의 한 카페에서 A 씨(사진 위)가 B 씨의 통화 내용을 듣고 있는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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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그 사람이 숫자를 읊으면서 '지정된 은행에서 인출하려고 한다'고 하자마자 확신했죠."

지난 3월14일 오후 5시쯤 경기 성남시 수정동 A 카페를 찾은 20대 여성 B 씨는 우연히 수상한 대화를 들었다.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 있던 또래 여성 C 씨가 휴대폰을 붙잡고 "불법 사이트에서 웹툰을 본 적 없다"고 거듭 설명하고 있던 것이다.

당시 C 씨는 수사·금융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잇따라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라고 속인 첫 번째 조직원은 C 씨에게 "사기꾼이 당신의 휴면계좌를 대포통장으로 사용해 범죄에 연루됐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사'라고 주장한 두 번째 조직원은 "C 씨 본인이 대포통장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면 도와주겠다"면서도 "그런 식으로 나오면 도와줄 수 없다"고 겁을 줬다.

마침 C 씨는 최근 자신의 휴면계좌를 해지한 사실이 있어 '실제로 대포통장으로 사용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지배당한 상태였다.

게다가 조직원이 사칭한 검사의 이름인 '문○○'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실제로 현직 검사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그의 확신을 점점 깊어져 갔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원이 다시 전화를 걸어 "당신 명의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금감원에 가서 확인만 받으면 된다"며 특정장소로 돈을 가지고 오라고 요구했다.

이에 C 씨는 은행에서 7000만 원을 인출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조직원이 건넨 주소가 금감원이 아닌, 원룸인 점을 이상하게 여겨 A 카페에 잠시 머무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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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수정경찰서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그러자 '은행 보안팀'이라는 조직원이 다시 C 씨에게 전화를 해 "은행에서 뭔가 잘못됐다"며 "당신의 휴대폰이 해킹 당했는데, 불법 웹툰을 본적이 있느냐"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해킹을 막아주겠다"며 "휴대폰에 원격조정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라"고 유도하기까지 했다.

이를 보다 못한 B 씨는 결국 카페 밖으로 나와 112에 신고했다. C 씨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경찰은 C 씨의 진술을 청취하고, 현장에 있던 현금 등을 확인해 그가 보이스피싱에 속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경찰은 C 씨가 휴대폰에 설치한 악성 앱을 즉시 삭제 조치해 추가 피해를 예방했다.

B 씨는 "만약 통화 내용을 잘못 들었다면 B 씨에게 사과하면 되지만, 보이스피싱이 맞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성남수정경찰서는 A 씨에게 감사장과 포상금을 전달했다. B 씨 역시 A 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소정의 사례금을 전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은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평온한 일상 지키기'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기 위한 공동체 치안 실천 사례를 발굴, 홍보하는 게 핵심이다.

경찰은 앞으로도 공동체 치안에 도움을 준 시민·단체에 포상하고 각종 캠페인을 통해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갖고 공동체 치안을 지키는 데 동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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