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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미 인권보고서 “한국 명예훼손 규제, 표현의 자유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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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2일 ‘2023 국가별 인권보고서’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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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가 펴낸 ‘2023 국가별 인권보고서’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이 ‘대장동 사건’의 김만배씨를 인터뷰한 내용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에 대한 한국 정부 쪽의 과징금 부과를 언급했다.



국무부는 22일(한국 시각) 발간한 인권보고서 한국편 ‘표현의 자유’를 다룬 항목에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인터뷰와 관련해 김씨 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9월 신 전 전문위원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사들 조사에 착수했다고 기술했다. 국무부는 이 보고서에서 방통심의위가 인터뷰 내용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의 취재 경위 등을 조사한 뒤 4개 방송사에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한국기자협회는 이에 “비판적 언론을 억압하려는 조직적 시도”라는 성명을 내놨다고 전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11월 “정확한 사실 보도로 올바른 여론 형성을 해야 할 방송”이 인터뷰 내용의 진위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한국방송(KBS)·문화방송(MBC)·와이티엔(YTN)·제이티비시(JTBC)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법원은 최근 방송사들이 본안소송과 함께 낸 과징금 부과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국무부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의 명예훼손 관련 법률들 규제 내용이 광범위하고 형사처벌도 가능해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 사건을 사례 중 하나로 들었다. 국무부는 이런 법들이 “공적 토론을 제한하거나 개인이나 언론의 표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무부는 지만원씨가 광주민주화운동 때 촬영된 시민군들 중에 ‘북한 특수군’이 끼어 있다고 주장한 것 등을 두고 명예훼손죄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이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정진석 의원에 대해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고 썼다. 정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받던 중 권양숙 여사와 부부싸움을 했고, 권 여사가 가출한 뒤 혼자 남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다가 사자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법정구속되지는 않았다. 두 사례 역시 표현의 자유 항목에서 명예훼손 법률 관련 내용으로 다뤄졌다.



국무부는 올해 보고서에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즉결 처형과 고문이 이어지고,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가 완화되면서 탈북자 강제 북송이 재개됐다는 보도가 있다며 열악한 인권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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