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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첫 행보 ‘밀라노’ 택한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에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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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첫 해외출장지로 이탈리아 밀라노를 선택한 것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오간다. 과거 패션부문장을 지내는 등 자신의 전공과 직결된 ‘자연스러운 행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건설 등 비패션 부문까지 모든 부분을 아우르고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엔 다소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조선비즈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 /삼성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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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삼성물산 등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디자인·가구 박람회인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4′를 찾아 전시를 둘러봤다. 또 실내 전시 일환으로 열리는 주방 가전·가구 전시회 ‘유로쿠치나 2024′에 참여한 삼성전자 전시관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둘째 딸인 이 사장은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해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을 맡았다. 이처럼 15년간 패션사업을 지휘하는 등 ‘패션통’으로서의 입지를 굳혀왔다.

‘패션 1번지’로 통하는 밀라노는 이 사장이 제일모직 전무 시절 최신 패션 트렌드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파리, 뉴욕과 함께 수시로 머물렀던 곳이다. 이 시장은 현지 업체를 직접 인수하거나 팝업스토어를 설치하는 등 공을 들였다. 글로벌 패션시장에서 삼성의 이름을 알리는 본거지였던 셈이다.

이에 이 사장이 첫 해외출장지로 밀라노를 선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풍부한 전문성과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패션업계에서 이 사장의 입지는 워낙 탄탄하다”며 “패션통의 귀환을 알리는 행보로 보면 가장 최적의 선택”이라고 했다.

반면 “또 밀라노야?”라는 회의적 반응도 나온다. ‘식상한 행보’라는 것이다. 이번에는 패션부문에만 국한하지 않고 모든 사업부문 전략기획을 총괄하기로 한 만큼 다른 현장을 갔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사장이 복귀하면서 신설된 전략기획담당은 전사 조직인 경영기획실 산하에 있다. 모든 사업부문을 총괄한다. 즉 건설, 상사, 리조트 부문까지 업무 영역을 넓혔다는 점에서 이 사장의 역할론에 관심이 쏠린 상태였다. 삼성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가장 이해도가 낮을 것으로 짐작되는 건설부문 관련 현장에 갔어야 했다”며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용인이나 평택 반도체 공장에 갔다면 어땠을까”라고 했다. 건설부문은 삼성물산 전체 매출의 46%이상을 차지한다. 주로 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의 국내외 발주와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아파트 하이엔드 브랜드 출시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간 주택사업에 소극적으로 임했던 삼성물산은 작년 하반기 ‘넥스트홈’ 발표를 통해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삼성물산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은 지난 2000년 런칭 이후 단 한번도 이름이 바뀌지 않았다. 래미안 자체가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취지에서다. 대형 건설사 중 단일 브랜드를 쓰는 곳은 삼성물산과 GS건설(자이) 뿐이다.

특히 이 사장의 선임 배경에 ‘전사 브랜드 경쟁력 제고’ 의도가 깔려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린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이 건설부문 중 그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은 해외 플랜트 사업이 아닌 주택사업”이라며 “주택 브랜드야말로 자신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자신있는 부분일 것”이라고 했다.

밀라노행(行)도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밀라노는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2005년 주요 사장단을 이끌고 ‘디자인 전략회의’를 통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역사적인 곳’이다. 당시 삼성전자 휴대폰과 디지털 가전 담당 뿐만 아니라 래미안을 대표적인 명품 아파트로 키운 삼성물산 사장도 참석한 바 있다.

이 사장은 당시 제일모직 패션사업 부문 상무보로 이 자리에 함께했다.

이미호 기자(best222@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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