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궁극적으로 하이브 빠져나간다” 어도어 문건…작성자 “개인 메모일 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신문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민희진 어도어 대표. 하이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이자 걸그룹 뉴진스의 소속사인 어도어에 대해 전격 감사에 착수해 본사(하이브)에서 ‘빠져나간다’는 의향과 해외 펀드에 주식을 매각하는 방안 등이 적힌 문건을 찾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가요계와 연합뉴스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하이브가 전날 어도어 전산 자산을 확보하면서 찾아낸 문건 중 이번 사안과 관련된 문건은 최소 3건이다.

이 문건은 민희진 대표의 측근 A씨가 지난달 23일과 29일에 각각 작성한 업무일지다.

문건에 “하이브 빠져나간다” “우리 못 건드리게”

서울신문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3일자 문건에는 ‘어젠다’(Agenda)라는 제목 아래 ‘1. 경영 기획’ 등 소제목, 그 아래 ‘계약서 변경 합의’와 같은 세부 시나리오가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문건에는 ‘외부 투자자 유치 1안·2안 정리’라는 항목으로 ‘G·P는 어떻게 하면 살 것인가’라는 내용과 내부 담당자 이름도 적시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는 G는 싱가포르 투자청(GIC), P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로 해석하고 있다.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 일부를 싱가포르 투자청이나 사우디 국부펀드에 매각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문건에는 또 ‘하이브는 어떻게 하면 팔 것인가’라는 문장과 또 다른 담당자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하이브를 모종의 방법으로 압박해 현재 80%에 달하는 하이브의 어도어 지분을 팔도록 하겠다는 고민으로 보이는 내용이다.

민 대표가 전날 하이브의 감사 착수에 대해 ‘하이브 산하 레이블의 또 다른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베꼈다’며 강하게 비판했는데, 이 역시 하이브를 압박하는 방법 중 하나로 하이브는 보고 있다.

민 대표는 최근 하이브 내부 면담 자리에서 “아일릿도 뉴진스를 베끼고, 투어스도 뉴진스를 베꼈고, 라이즈도 뉴진스를 베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일릿은 빌리프랩, 보이그룹 투어스는 플레디스 소속으로, 두 기획사 모두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다. 라이즈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이다.

29일자 문건에는 ‘목표’라는 항목 아래 ‘궁극적으로 하이브를 빠져나간다’, ‘하이브 안에서 우리를 못 건드리게 한다’ 등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가 전날 감사 과정에서 찾아낸 또 다른 문건에서 민 대표는 외부인과 대화에서 방시혁 의장에 대해 “사실 내꺼 베끼다 여기까지 온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하이브는 전날 민 대표와 측근 A씨가 투자자를 유치하고자 대외비인 계약서 등을 유출하고,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주식을 팔도록 유도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는 이유로 어도어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또 A씨가 어도어 독립에 필요한 비공개 문서와 영업 비밀 등을 어도어 측에 넘겨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하이브는 감사를 통해 확보한 전산 자산 등을 토대로 필요하다면 법적 조처에도 나설 방침이다.

문건 작성 A씨 “개인적 메모 수준…공유 안했다”

이에 문제의 내부 문건을 작성한 A씨는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섰다.

어도어 부대표이자 민 대표의 측근인 A씨는 연합뉴스에 “언론을 통해 알려진 ‘어도어 내부문서’의 글은 제 개인의 고민을 담은 것”이라며 “하이브와 어도어 간의 해결되지 않는 오랜 갈등 상황에 대한 고민이 배경”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는 제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에 근거해 작성된 내용으로, 민희진 대표를 비롯한 어도어의 다른 경영진과 논의한 사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해당 내용은 보고나 공유를 위한 문서가 아니며, ‘내부 문서’라는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어도어의 구성원 누구와도 공유되지 않은 개인적인 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행으로 이행한 적도 없는 사견인 ‘메모’ 수준의 글이 단지 회사 노트북에 저장돼 있다는 사실 만으로 하이브에 유출되고, 그것이 마치 거대한 음모를 위한 ‘내부 문서’인 것처럼 포장돼 여러 기사에 언급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민희진, ‘뉴진스 베꼈다’ 주장…하이브, 주총 소집 추진

서울신문

어도어 로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민 대표는 오는 24일까지 시한으로 돼 있는 하이브의 감사 질의서에 23일 오전 현재 아직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는 이 질의서에서 경영권 탈취 시도와 외부 접촉 의혹 등을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대표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에 “어이없는 언론 플레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의 문화적 성과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항의가 어떻게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느냐”고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하이브는 어도어 경영진 교체를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어도어의 지분은 하이브가 80%, 민 대표가 18%를 보유하고 있다. 주주총회가 열리기만 한다면 민 대표 해임 등 경영진 교체를 할 수 있는 소유 구조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어도어 이사회를 민 대표 측이 장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사회 스스로 주총을 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미다.

이에 하이브는 주총 소집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원에 주총 소집을 청구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면 주총이 실제 열리기까지 약 2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진호 기자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