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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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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 내한…발레 ‘인어공주’ 국내 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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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존 노이마이어 안무가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신작 제200회 정기공연 ‘인어공주’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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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존 노이마이어(85)는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작품 160편을 선보이며 50년 동안 함부르크발레단을 이끈 그가 발레 ‘인어공주’ 한국 초연을 위해 서울을 찾았다.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그는 창의력이 가장 왕성했던 시절이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아직 고점을 찍지 않았다”며 웃었다.



발레 ‘인어공주’는 덴마크 극작가 안데르센 탄생 200돌을 맞아 2005년 노이마이어가 제작해 코펜하겐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서정적 음악에 극적인 스토리와 격정적인 춤이 어우러져 현대발레의 명작으로 인정받았다. 유럽·미국·중국·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이 5월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선보인다.



발레는 대중에게 친숙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해피엔딩이 아니라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다. 노이마이어는 “안데르센 원작으로 회귀해 디즈니의 인어공주와는 굉장히 다른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아름다운 존재가 자기 세계를 벗어나길 갈망해요. 그 대신 희생과 고통을 선택하는데 사랑 때문이죠.” 그는 “여러 발레가 다양한 사랑을 다루는데 인어공주는 특히 감동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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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노이마이어 안무가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신작 제200회 정기공연 ‘인어공주’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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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 없는 새로운 캐릭터 설정은 노이마이어 작품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이번 발레에도 원작에 없는 시인이 등장하는데, 시인의 눈물이 바다에 떨어지며 작품이 시작된다. “우리 영혼은 바닷속 깊은 곳에 존재해요. 다이버가 잠수할 수 있는 곳보다 더 깊은 곳이죠. 영혼의 깊이를 알게 되면 나 자신을 알 수 있어요.”(안데르센). 노이마이어는 “안데르센이 쓴 이 구절에서 발레 인어공주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소개했다.



노이마이어는 “인어공주는 안데르센이 자신의 삶에서 따온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안데르센은 사랑하던 남자가 결혼하자 실연에 빠져요. 이때의 금지된 사랑에서 영감을 얻어 인어공주를 썼지요.” 노이마이어는 “내가 누군가를 사랑해도 상대가 나를 사랑할 책임은 없다는 게 인어공주의 메시지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시인은 안데르센이 분신이자 노이마이어 자신의 분신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노이마이어는 “시인이야말로 이 발레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노이마이어의 발레 가운데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 1978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위해 만든 ‘카멜리아 레이디’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이 이 발레단 수석무용수 시절이던 1999년 이 작품으로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당스’에서 동양인 최초로 최고 무용수상을 받았다. 노이마이어는 “주인공의 감정 구조를 완벽하게 이해했을 뿐만 아니라 더욱 발전시키려고 노력했는데, 엄청난 호기심을 지닌 무용수였다”고 당시의 강수진을 기억했다. 강 단장은 이 대목에서 살짝 눈물을 훔쳤다. 강 단장은 “발레를 마치 영화나 드라마처럼 연출하는 천재적인 안무가인 노이마이어를 모시는 게 숙원사업이었다”며 “작품을 만든 안무가와 직접 작업하는 과정에서 단원들도 예술적으로 더욱 성숙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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