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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美, 러시아 돕는 中은행 제재 추진"…中 "불에 기름붓는 것"(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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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달러 접근 차단 등 제재…방중 블링컨에 중국 압박 지렛대 제공"

"中, 이중용도 제품 수출해 러 군수산업 재건 도와"…中 "정상적 무역"

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버스 정류장에 내걸린 징병 광고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베이징=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정성조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와의 무역 거래를 지원하는 중국 은행을 겨냥해 제재의 칼을 꺼내 들 태세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일부 중국 은행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일부 중국 은행들을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차단하는 제재 초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미국 당국자들은 제재 추진이 이번 주 중국을 방문하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러시아 군수 생산에 대한 중국의 상업적 지원을 막는 데 외교적 지렛대(leverage)가 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그간 무기를 직접 지원하진 않았지만,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이중 용도 제품을 수출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특히 지난해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군에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이중 용도 제품의 교역이 크게 늘었다.

CSIS는 헬리콥터 부품, 항법 장비, 무기와 항공기 정밀 부품 제작에 쓰이는 기계 등 주요 이중 용도 제품의 선적 건수가 한달에 수천건에 불과하던 게 거의 3만건으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중국이 회로와 항공기 부품, 기계 및 공작 기계의 주요 공급국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중국의 지원으로 러시아가 군수 산업 역량을 재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WSJ에 따르면 중국 은행들은 기업들에 무역 거래를 위한 신용을 제공하고 대금 결제를 처리하는 등 대(對)러시아 수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구체적인 제재 초안 내용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WSJ은 "미국 당국자들은 블링컨 장관이 중국으로 향하는 현 시점에서, 중국 은행들이 달러에 대한 접근을 잃고 유럽과의 무역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협이 중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중국 은행들에 대한 제재 방안이 대러시아 수출을 억제하도록 중국을 외교적으로 설득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옵션이라고 전했다.

이달 초 중국을 찾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군사 또는 이중 용도 제품을 러시아 방위 산업 기지에 공급하는 중요한 거래를 촉진하는 모든 은행은 미국의 제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주 이탈리아 카프리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에서 중국은 양쪽 다 가질 수 없다면서 "유럽 국가들과 긍정적인 우호 관계를 원한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냉전 종식 후 유럽 안보에 대한 최대 위협을 부채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24일부터 사흘간 중국을 방문하는 블링컨 장관이 이번 방문 기간에 러시아에 대한 무기 관련 기술 제품의 수출을 멈추지 않는다면 미국이 제재에 나설 것이란 경고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지난 21일 보도했다.

FT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이 중국 금융기관과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차단하기 위해 러시아 군산복합체와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세컨더리 제재(제3자 제재) 시행에 들어간 바 있다.

중국은 자국과 러시아의 경제활동이 '정상적'인 것이고, 미국이 제기한 의혹은 '허위'라고 주장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미국이 불에 기름을 부으면서 중국에 책임을 떠넘기는 이런 가짜 수법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중국은 러시아를 포함한 각국과 정상적인 경제·무역 왕래를 하는 권리의 침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합법적 권익을 굳게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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