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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뼈 아픈 자성 쏟아낸 최창원 의장···“선명한 목표, 치열하게 실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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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사업재편 공식화

崔의장, 강도 높은 혁신방안 주문

배터리發 재무 위기 이노 등 번져

SK온·엔무브 합병 뒤 상장 검토

반도체 등 미래사업 경쟁력은 강화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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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가 “일부 계열사의 투자와 관련해 경영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것은 배터리 등 일부 사업의 부진으로 그룹 전반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SK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23일 최고경영자(CEO) 회의에서 “선명한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치열하게 실행해달라”며 강도 높은 경쟁력 강화 방안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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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배터리 사업을 중심으로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SK가 미래 사업으로 점찍고 집중 투자해온 배터리 사업은 수요 둔화(캐즘) 우려 속에 실적이 9분기 연속 적자를 내면서 장기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SK온을 상장해 자금을 조달한 뒤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려는 미래 전략에도 차질을 주는 상황이다. SK는 이에 따라 현금 사정이 비교적 양호한 SK엔무브를 SK온과 합병해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 대상에 올리는 등 여러 고육책들을 검토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배터리 사업 부진이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의 재무 악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3년 전인 2021년 29조 9000억 원이던 SK이노베이션의 부채는 지난해 50조 8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지난달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투자 등급인 BBB-에서 투기 등급인 BB+로 낮춰 잡은 이유다.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한 SK하이닉스도 지난해 현금 흐름이 2021년의 4분의 1 수준인 4조 3000억 원으로 감소하는 등 여력이 상당 부분 떨어졌다.

최 의장은 이 같은 위기감 속에 그룹 내 각 사업을 점검하고 최적화하는 재조정(리밸런싱) 작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SK의 위기와 관련해 잘못된 경영 판단이 있었다는 ‘반성문’도 나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CEO들은 SK가 일부 계열사의 투자와 사업을 진행하며 거시경제 변수와 지정학 리스크 등 경영 환경의 변화를 정교하게 예측하지 못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민간 경영 방향이 잘못됐다는 점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최 의장은 “환경 변화를 미리 읽고 계획을 정비하는 것은 일상적 경영 활동으로 당연한 일인데 미리 잘 대비한 사업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영역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CEO들이 먼저 미래 성장에 필요한 과제를 잘 수행하고 기민하게 전열을 재정비해 더 단단한 SK를 만들어나가자고 당부했다.

SK는 다만 위기 대응과 별도로 미래산업에 대한 흔들림 없는 준비 작업을 함께 이어나가기로 했다. 반도체와 AI, 그린 사업, 바이오 등이 SK가 구상하는 미래 사업들이다.

업종별로 보면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메모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AI를 선도하는 ‘토털 AI 메모리 공급자(프로바이더)’로 정체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한 국내외 투자도 계획대로 진행해 미래 사업 기반을 다진다. 이동통신사로 네트워크 사업을 하는 SK텔레콤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기업으로서의 성과를 가시화해갈 계획이다.

최 의장 추대 이후 마련된 각종 사업 최적화 태스크포스(TF)의 기능 또한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SK는 올해 초 24년 만에 토요사장단회의를 부활시키면서 비상경영에 착수한 바 있다. 특히 에너지와 화학 사업을 중심으로 운영 최적화를 통한 수익성 극대화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사업의 경우 현재는 부진하지만 향후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수요 재확대를 ‘예정된 미래’로 규정하고 역시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이기로 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임원을 대상으로 주 6일제에 돌입하고 SK가 사업 재조정을 공식화하는 등 주요 기업들이 비상경영 체제를 강화하면서 이 같은 비상경영이 재계 전반에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도 경영 전반에 대한 점검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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