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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전쟁 피하는 반격’한 이스라엘…바이든 통화가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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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란 시민들이 22일(현지시각) 수도 테헤란의 거리를 걷고 있다. 배경에 이란 미사일이 그려진 반이스라엘 홍보물이 보인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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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시각) 이란이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겨눈 전례 없는 보복 공격을 했을 때, 이스라엘 역시 대규모 반격을 준비했으나 미국 등 우방국의 만류로 계획을 철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고위 관료 3명과 복수의 서방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익명으로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란에 보다 더 광범위한 반격을 가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막판에 폐기했고, 그 배경에는 미국 등의 단합된 외교적 압력이 있었다고 22일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전 지역에 있는 군 관련 시설을 폭격하는 안을 논의했지만 서방이 제기한 확전 가능성 등을 우려해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서방의 고위 관료가 전하는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뒤 이스라엘은 이란의 배후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과 꾸준히 ‘대리전’을 벌였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이란 영사관을 공습해 이란의 이슬람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 2명을 포함해 최소 7명이 사망했다.



이후 약 열흘 동안 이란은 공개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스라엘은 4월 둘째 주부터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비한 두 가지 반격 계획을 준비했다. 1단계는 이란의 보복 공격 때, 미 중부 사령부 등과 협력해 ‘방어’하는 것이다. 2단계는 이란이 공격을 개시하자마자 그 피해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스라엘이 곧장 반격하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은 이런 시나리오대로 반격을 준비하며 이란의 공격 수위를 예상해왔지만 실제 공격 규모는 예상치(탄도미사일 60기 수준)를 훨씬 웃돌았다. 이란이 동원한 미사일, 드론은 약 300기에 달했다.



이란의 공격 직후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2단계 계획을 실행할지를 논의했다. 하지만 이날 곧바로 이뤄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통화가 전환점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동맹국과 함께 성공적으로 방어한 것 자체가 승리라며 추가적인 대응은 필요하지 않다고 자제를 요청했다. 결국 이스라엘은 이란의 공격 엿새만인 지난 19일 제한적인 수준의 반격을 실행했다. 사실 서방 국가들은 애초 이스라엘이 아예 반응하지 않기를 바랐으나 이스라엘이 이란의 면을 구기지 않는 선에서 공격하는 것은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회전 날개가 4개 달린 소형 공격형 무인기를 활용한 저강도 공격으로 이란의 방공망을 교란했다. 전투기를 이란 영공 안으로 보내는 대신 이란 서부 지역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곳에서 미사일 소량을 발사했다. 미사일 한 기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란 중부 지역의 방공시스템을 타격했고, 또 다른 미사일은 공중에서 폭발했다.



이스라엘의 의도는 이란이 보복을 결심할 정도의 큰 피해는 내지 않으면서도, 이스라엘의 군사 역량을 과시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반격이었다는 게 고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이란의 영공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이란 방공망 경보를 작동시키지 않으면서도, 목표물을 맞힐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보여줬다. 특히 이란 중부 도시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 시설 등 주요 핵시설이 있는 곳의 방공망을 손상할 수 있는 능력도 과시했다. 마음만 먹으면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란은 공격 주체에 대한 언급 없이, 사실상 무대응 기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애초 계획대로 보다 더 큰 규모의 공격에 나섰다면 “이란이 넘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덧붙였다. 이 경우 반격에 반격이 이어지며 중동이 대규모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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