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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주택 공급차질 얼마나?…"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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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넘치는 서울서 아파트 못 짓는 이유'
국토연구원, 주택공급 상황 연구결과 보니…
지난해 서울 주택 착공, 10년 평균 33% 불과
심교언 원장 "좋을 때 벌었던 돈 자구책에 써야"


"지난해 주택 공급 실적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2~3년 후엔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국토연구원이 주택 공급 현상황에 대해 '경고음'을 울렸다. 공사비 인상, 거시 경제 및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주택사업 환경이 척박해진 상황에서 지난해 공급 실적이 크게 뒷걸음질 쳐서다.

특히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이 심각하다. 인허가, 착공, 준공 실적이 모두 10년 평균의 50%도 미치지 못한다. '공급 부족'이 눈 앞에 닥쳤다는 분석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공사비 분쟁 예방, 부동산 금융 종합정보망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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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은 23일 국토교통부 기자단을 대상으로 '주택공급 상황 분석과 안정적 주택공급 전략'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 이후 심교언 국토연구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채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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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주택 착공 2.1만 가구…연평균 '3분의 1'

김지혜 국토연구원 기획조정실 연구위원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부 기자단을 대상으로 '주택공급 상황 분석과 안정적 주택공급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2022년부터 제기된 공급 부족 우려와 관련해 현 상황을 진단하고 공급 지연 원인 파악 및 개선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계획됐다.

연구 결과 2023년 주택 경기의 주요 지표인 인허가, 착공, 준공 실적 모두 연평균(2005~2022년)에 비해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국 주택 공급 실적은 △인허가 38만9000가구 △착공 20만9000가구 △준공 31만6000가구 등이다.

연평균 대비 실적은 △인허가 74.2% △착공 47.3% △준공 73.9% 등으로 특히 착공 실적이 저조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의 공급 지표 악화가 뚜렷했다. 지난해 서울의 인허가, 착공, 준공 실적 모두 직전 10년 평균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근 연평균과 비교할 때 인허가는 2만6000가구로 37.5%, 착공은 2만1000가구로 32.7%, 준공은 2만7000가구로 42.1%에 불과했다. 인허가의 경우 공급계획 대비 실적으로 봐도 32.0%(전국은 82.7%)로 저조했고, 착공은 연평균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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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주택공급계획 대비 실적./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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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구위원은 "서울은 공급이 더 많이 돼야 할 지역인데, 실적은 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서 향후 2~3년 뒤 주택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 배경으로는 최근 시장의 매수심리 위축, 건설경기 위축 등을 꼽았다.

그는 "코로나 기간에 비해 집값이 많이 내려오긴 했지만 수요자들은 집값이나 분양가가 아직 높다고 느끼고 있다"며 "사업성이 전체적으로 안 좋아져서 금융 기관에서 여신 관리를 보수적으로 접근하다보니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넘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민간 공급이 어려워졌다고 짚으며 그 원인으로는 정비사업 조합의 구조적 문제, 건설비용 증가 등을 지목했다. 김 연구위원은 "조합이 추진하는 정비사업은 공사비 등 금융 비용이 높아지면 분담금이 많아지고 조합 관리 및 의사결정 등에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이 좋을 땐 조합 방식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지금은 서울시 신통기획, 신탁 방식 등 여러 옵션을 놓고 고려해야 한다"며 "조합원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주장을 하다 보니까 인허가 이전 단계도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비수도권은 공급계획 대비 인허가 실적이 99.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김 연구위원은 "비수도권은 예년에 비해 공급 계획 물량 자체가 줄어든 가운데, 공공 물량이 많이 충당됐고 일부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은 인허가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해법은?

국토연구원은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해선 '사업 기간 단축을 위한 분쟁 예방·조정' 및 '주택공급 기반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심교언 국토연구원 원장은 "지금까지는 공급 문제가 위기를 조금씩 넘기는 수준이었다"며 "지금부터는 공급(위축)을 압박하는 영향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가 최고의 과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각 부처의 협조 관계가 조금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며 "금융 쪽에선 너무 금융으로만 보고 있고 국토부에선 하드웨어 쪽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잘 합쳐서 장기·단기로 나눠서 대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선 방안은 실제 주택공급 사업에 참여하는 금융기관, 시행사, 시공사 등 실무자 의견도 직접 듣고 반영했다고 국토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개선 방안은 두 가지 큰 틀에서 단기·중기 방안으로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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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활한 주택공급을 위한 정책 개선 기본 방향./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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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사업 기간 단축을 위한 분쟁 예방·조정'을 위한 단기 방안으로는 공사비 분쟁을 예방·조정하기 위해 공공에서 조정 전문가(코디네이터)를 파견하거나 공사비 검증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탁방식의 경우 주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위원회를 구성·법제화해야 한다고 봤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공이 조합에 설계 비용을 지원하고 적격 설계업체 선정, 구체적인 과업 내용 명시 등을 통해 내역에 기초한 공사 도급계약이 이뤄질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축 관련 법령에 부합하지 않거나 사업성을 부풀린 설계안을 바탕으로 정비사업을 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방안이다.

주택 공급 기반을 개선하기 위한 단기 방안으로는 리츠를 활용한 사업 재구조화와 공공지원 민간임대 활성화를 제시했다. 지역업체 인센티브 제도 개선도 제안했다. 2018년 이후 부산, 대전, 울산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역업체 참여 정비사업에 대한 용적률 인센티브를 중견·중소 건설사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심 원장은 "단순하게 인센티브만 주는 게 아니라 최근 몇 년 간 경기가 좋을 때 벌었던 돈은 책임을 가지고 지분으로 전환하거나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서 공급 충격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게 저희들의 큰 기조"라고 했다.

부동산 종합 정보망 구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PF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융권 중심으로 PF 모니터링 하고 있는데 부처 간 데이터가 전체적으로 연계돼 있지 않다"며 "리스크 관리를 정밀하게 하려면 국토, 도시 관점으로 모니터링 체계를 전환하고 확대해서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나 국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시·거시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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