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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美, 금리 인하 대신 인상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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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미 연방준비은행(Fed·연은)이 금리 인하가 아닌 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힘을 받고 있다. 이는 한국 금융정책에도 강력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간) 영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레이더들은 연은이 금리를 다시 인상하리라는 데 베팅을 높이고 있다"며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제 데이터와 정책 당국자들의 매파적 논평 이후 시장 기대 변화를 강요하는 전망"이라며 이 같이 보도했다.

<FT>는 그 근거로 현재 옵션시장이 "향후 12개월 내에 미국 금리가 오를 가능성을 20%가량으로 전망한다"는 점을 꼽았다. 이는 연초 10% 미만이던 전망치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컬럼비아 스레드니들 인베스트먼트(Columbia Threadneedle Investments)의 전망이 대표적이다. CTI의 금리 전략가 에드 알-후세이니는 현재 옵션 가격에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20%가량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자산운용사 PGIM(Prudential Investment Management)은 바클레이스(Barclays)의 옵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금리 인상 확률을 29%로 예측했다.

벤 더럼 파이퍼 샌들러(Piper Sandler) 글로벌 정책 및 자산 배분 책임자는 향후 12개월 내에 연방 금리 인상 확률을 거의 25%로 에측했다. 그는 다만 <FT>에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특정 시나리오에서는 연은이 (오히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하하는 사례도 볼 수 있다"고 전제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올해 연은은 상반기 중 금리 인하에 나서리라는 기대가 금융시장을 지배했다.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 정책이 금융시장 투자를 가로막는다는 불만이 월가를 비롯한 세계 투자시장에 팽배했고, 이는 금리 인하 기대로 작용했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어 질주하는 미국의 '나홀로 경제 호황'이 이 같은 기대를 가로막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전파 등에 힘입어 작년 4분기 미국의 비농업 부문 노동생산성은 전년 동분기 대비 3.2%(연율) 올랐다. 3개 분기 연속 상승세다.

이에 더불어 노동시장은 유례없는 완전고용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3.8%로 2년째 4%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경제 핵심인 소비가 탄탄하다. 미국의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증가해 시장 예상치(0.3%)를 두배 이상 웃돌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기술 안보를 내세우며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글로벌기업의 자국 투자를 법적으로는 강압적으로, 자금력으로는 강력한 유인책으로 끌어들이며 대대적인 투자가 이어지면서 고용-소비-생산 삼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지는 모습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6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종전 2.1%에서 2.7%로 크게 높여잡았다.

이 같은 호황으로 인해 미국 물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5%를 기록해 시장전망치를 웃돌았고 전월 상승률(3.2%)도 넘어섰다. 이는 작년 9월(3.7%)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은 금리정책 참고지표인 근원물가 상승률은 3.8%로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더 높았다.

오는 26일(현지시간) 발표 예정인 3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 역시 2.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호황에 따른 임금 상승세가 물가 상승세를 따라잡지 못해 미국 중서민층으로서는 호황에도 불구하고 웃지 못할 상황이 이어지는 배경이다.

이에 경기 상승세를 꺾고 물가 상승률을 연은 목표치인 2%대로 떨어뜨리려면 더 강력한 금리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점차 시장이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점치는 배경이다.

실제 미국 정책당국자들로부터 나오는 발언 수위도 강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캐나다 경제 관계 워싱턴 포럼 행사에서 "물가 상승세가 계속 낮아지고는 있지만 충분히 빠르지 않다"며 "최근 데이터는 우리에게 (물가 목표 2% 달성의)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은 부의장을 지낸 리처드 클라리다 핌코 경제 고문은 <FT>에 "지표가 계속 실망스럽다면 연은이 금리 인상에 다시 개입해야 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이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다시 3%를 넘기면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10일(현지시간)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현재의 사실로만 볼 때 6월 금리 인하는 지난 2021년 여름 연준이 저지른 오류에 필적하는 위험하고 심각한 오류"라며 "다음 금리 움직임은 하향이 아닌 상향이 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도 지난 18일(현지시간) "금리 인하가 시급함을 느끼지 않는다"며 "데이터가 우리 목표(물가상승률 연 2%) 달성을 위해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면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은이 실제 이 같은 움직임에 나선다면 한국은행으로서도 큰 부담이다. 한미 금리격차가 지금보다 더 커질 경우 현재 상승세를 유지하는 달러/원 환율 움직임을 더 신경쓸 수밖에 없다. 연은의 금리 인상은 불안한 국제 정세와 맞물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연쇄적인 금리 인상을 자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레시안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포스터시의 한 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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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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