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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fn사설]한강의 기적 끝났다는 외신의 뼈아픈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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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취약, 노동생산성은 최하위
역동성 살리고 각종 개혁 속도내야


파이낸셜뉴스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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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성장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해외 언론의 지적이 엄혹한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영국 언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한국 경제 기적은 끝났나'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 경제는 기존 성장방식으로 더 이상 혁신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극심한 저출산까지 겹쳐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처음 나온 지적이 아니긴 하지만 하나같이 우리가 개선하고 극복해야 하는 과제들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한국의 산업 모델은 FT 주장대로 전통적 성장동력인 제조업과 대기업에 전력을 다하는 방식을 근간으로 삼았다. 이를 기반으로 1970년대 연평균 8.7%, 1980년대 9.5%라는 기록적인 성장을 끌어냈다. 이를 뒷받침한 것은 값싼 에너지와 노동력이었는데 이제는 더 유효하지 않은 조건이라는 게 FT 분석이다. 한국은행의 미래 분석을 인용해 한국의 성장률이 2030년대 0.6%대로 꺾인 뒤 2040년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초저성장에 진입할 것으로도 전망됐다.

실제로 전기를 독점해 저렴한 전기료를 공급했던 한국전력은 그 여파로 200조원 넘는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백약을 써도 소용이 없는 재앙 수준이 됐다. 2050년 생산가능인구는 2022년과 비교하면 35% 급감해 2300여만명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최하위권인 노동생산성도 고질적인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우리보다 생산성이 낮은 나라는 그리스,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4곳뿐이다.

무엇보다 뼈아픈 대목은 한국의 원천기술 개발이 경쟁국에 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독보적인 성공에서 확인되듯 기존 제품을 상용화하는 데 한국 업체들은 탁월한 능력이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반기술 개발은 취약하다는 지적은 계속 나왔는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FT에 따르면 2012년 한국 정부가 선정한 120개 중점기술 중 한국은 36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지만 2020년엔 이 숫자가 4개로 줄었다.

FT의 분석이 아니어도 기술의 한국이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중국 배터리기업 CATL은 미국의 강력한 견제와 압박에도 지난 1·4분기 2조원의 순이익을 거뒀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미국 보조금을 빼면 사실상 적자를 기록한 국내 배터리업체들과는 대조적인 성적이었다. 탄탄한 원료공급망과 가격경쟁력뿐 아니라 그간 국내 업체가 우위였던 삼원계(NCM) 배터리 기술력까지 확보했다고 한다. 지금대로라면 CATL의 독주는 계속될 것이다. 다른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중국이 한국을 앞섰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FT에 한국인의 역동적 기질을 언급하며 충분히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책 책임자로서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겠지만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패권 시대에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데 정부가 앞장서서 총력을 쏟아야 한다.

저출산 난제를 풀고 사회 곳곳의 비효율을 도려내야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FT는 이번 총선 결과로 차기 대선까지 3년 이상 정치적 대립이 이어져 개혁이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구려면 정치권의 각성이 첫째 조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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