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택한 시민들…‘재정안정 강조’ 당정 난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회원들이 최근 국회 연금특위에서 국민 공론화를 진행해 나온 결과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계단앞에서 연금개혁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등을 요구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 중인 가운데 시민들이 재정안정 못지않게 소득보장도 중시한다는 공론화 결과가 나왔다. 정부와 여당은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개혁을 추진하던 터라 난감한 기색이다. 이에 야당은 공론화 결과를 존중하면서도 절충안을 마련해 21대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23일 여야는 공론화 결과를 존중한다면서도 입장은 엇갈렸다. 전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대표단 56%가 현행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소득 대비 보험료 비율)을 13%로 올리고, 40%(2028년 기준)인 소득대체율(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을 50%까지 올리는 방안(1안)에 찬성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그대로 두는 방안(2안·42.7%)보다 13.3%포인트 많았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시민대표단 다수가 선택한 1안이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라는 측면에서 명백한 개악”(유경준 국민의힘 연금특위 간사)이란 입장이다. 유경준 의원은 한겨레에 “(21대 국회가 연금개혁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라며 “지급개시연령 등 모수개혁의 일부 내용은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연금개혁은 하나 마나 한 결과”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시민대표단이 더 선호한 소득보장안에 재정안정을 주장하는 쪽의 의견을 절충해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단독으로 개혁안을 처리하는 건 부담”이라며 “1안과 2안 사이의 절충점을 찾아 여당과 합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경준 의원 주장처럼 여당이 재정안정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상황에서 여야 합의안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공론화 결과에 실망한 기색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더한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공론화 결과에 대해 ‘정부는 연금특위 논의 과정에서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연금개혁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란 짧은 입장만 냈다.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을 재정안정에 초점을 두고 추진하겠단 의지를 에둘러 내비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1안이 다수 안이란 이유로 그대로 추진하기엔 당초 연금 개혁의 목적과 동떨어진다”며 “1안을 그대로 법안에 반영하는 방향은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특히 1안에 담긴 ‘소득대체율 50% 상향’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 안에선 “‘더 내고, 더 받자’는 방향으로 가더라도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것은 급진적”이라고 보는 의견도 나왔다. 복지부는 이르면 다음주 열릴 연금특위 회의에 1·2안을 절충한 새로운 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결국 시민대표단이 숙의 토론 뒤 공론화 결과까지 냈지만, 5월29일 끝나는 21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거쳐 입법까지 여전히 난관이 남은 셈이다. 입법이 무산되면 22대 국회에서는 다시 처음부터 논의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공론화 결과를 반영해 연금개혁 입법을 완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의 선택은 노인과 청년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며 “시민대표단의 결정을 입법화해서 청년과 노년이 겪고 있는 노후 불안의 고달픔을 씻어낼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