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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美 국채도 토큰으로 ‘조각 투자’하는 세상 [코린이를 위한 암호화폐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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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RWA가 뭔가요


디지털자산(코인) 투자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요즘이다. 대장주 비트코인이 1억원 고지에서 숨 고르기를 하는 가운데, 투자자 사이에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가장 각광받는 유망 섹터 중 하나로 평가받는 것이 바로 ‘실물연계자산(RWA·Real World Asset)’이다. RWA는 부동산이나 미술품과 같은 실물자산 가치와 직접 연동하는 디지털자산이다. ‘조각 투자’를 생각하면 쉽다. 예를 들어 100억원짜리 빌딩을 100만원 단위로 나눈 토큰을 사들이고 시세 차익과 임대 수입을 노리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금, 국채, 회사채 같은 전통 금융 상품을 중심으로 덩치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RWA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을 미국 금융당국에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RWA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겁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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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RWA 개념 살펴보니

금·국채 등 실물 자산 조각 투자

RWA는 ‘실물자산 조각 투자’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하다. 부동산은 물론 예술품, 선박, 항공 등 실물과 연계된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변환해 블록체인상에서 거래하는 방식을 말한다. 금이나 주식, 채권 같은 전통 금융자산도 물론 가능하다. 스포츠카를 NFT 형태로 토큰화해 발행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이다.

장점은 여럿이다.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모두에게 공개되는 블록체인 특성상 투명성과 보안성이 확보된다. 중개인이 필요 없어 복잡한 매매 절차가 간소화되고 중개 비용도 줄어든다.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가 빌딩이나 예술품 등 기존에 감히 넘볼 수 없던 자산에도 투자할 길이 열린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부족한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어 윈윈이다.

실물자산 조각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국내에서도 제도권 편입 논의가 활발한 ‘토큰증권(STO)’과 유사하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RWA가 더 넓은 개념이다. STO는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인정된 자산만 토큰화하지만 RWA는 부동산·미술품·국채 등 모든 실물자산을 쪼갤 수 있다. 증권 상품으로 분류되는 탓에 금융당국 관리 감독을 직접 받는 STO와 달리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화제의 중심에 선 RWA

블랙록 뛰어들며 관련 코인 급등

RWA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탈중앙금융(DeFi) 데이터 플랫폼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RWA에 예치된 총 코인 금액(TVL)은 약 60억달러다. 2023년 1월 약 7억5000만달러에서 8배 가까이 급증했다. 에테나(Ethena), 메이커다오(MakerDAO), 온도파이낸스(Ondo Finance), 시큐리타이즈(Securitize), 리얼티토큰(RealT Tokens) 같은 선두 업체 중심으로 예치 자산이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다.

RWA 관련 코인 가격도 급등하는 분위기다. RWA 대장주로 평가받는 ‘온도(ONDO)’는 4월 18일 기준 최근 한 달 상승률이 53%에 달한다. 같은 기간 다른 국내 상장 코인 엘리시아(EL)는 50%, 폴리매쉬(POLYX)는 110%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가격이 11% 하락하는 등 코인 시장 전반 투자 분위기가 위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록적인 폭등세다.

최근 RWA에 관심이 집중된 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영향도 크다. 올해 3월 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RWA 테마에 투자하는 펀드 신청서를 제출했다.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하는 토큰화 펀드로 매달 배당금을 토큰 형태로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프랭클린템플턴이나 위즈덤트리 같은 이름 있는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RWA 테스트를 진행 중인 점도 RWA 전망을 밝히는 요인이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일찌감치 미국 국채를 토큰화하는 시도를 해왔다. RWA 데이터 집계 사이트 RWA.xyz에 따르면 미국 국채 토큰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월 1억달러 수준에서 올해 4월 기준 11억7000만달러까지 커졌다. 이 중 프랭클린템플턴이 발행한 미 국채 토큰이 3억8000만달러 정도다.

강동현 코빗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는 “RWA는 개인 투자자 위주 시장 환경과 실사용 사례 부족으로 금융기관 진입으로 이어지지 못해 한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며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 현물 ETF 등 금융기관 주도로 자금 유입이 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RWA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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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오인베스트에서 RWA 토큰화해 발행했던 스포츠카 페라리. 큐리오인베스트가 차를 직접 구입한 후 토큰화했다. 당시 1개당 1달러로 110만개 토큰을 발행해 완판했다. (큐리오인베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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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WA 남은 과제는

가치 평가 어렵고 기술 장벽 높아

RWA 시장이 유망하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RWA 시장이 오는 2030년까지 16조달러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을 정도다. 현재보다 1000배 이상 큰 예상치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자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가장 큰 리스크는 ‘실물자산 가치 평가’를 어떻게 잘할 수 있느냐다. 금이나 채권처럼 시장에서 가격이 정해진 자산은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부동산이나 미술품은 다르다. 평가가 주관적인 데다 시간에 따라 크게 바뀌기도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투자한 실물자산이 제대로 잘 관리되고 있는지, 나아가 실존하고 있는지조차 확인도 쉽지 않다.

규제 리스크도 있다. RWA 역시 다른 코인과 마찬가지로 상품인지 증권인지 정의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향후 금융당국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전통 금융 상품을 비롯한 실물자산 가치에 연동되는 탓에 규제 논의가 오히려 더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다.

높은 진입장벽도 과제다. 코린이에게 RWA 토큰 투자는 그림의 떡이다. 국내 거래소에서 코인 사고팔기 정도만 해본 투자자라면 아예 엄두를 못 낼 정도다. 한글어 지원이 잘 안 되는 해외 플랫폼이 많고 상품이 워낙 복잡하게 구성돼 있어 이해 자체도 어렵다.

기술적 진입장벽도 만만찮다. 실명 계좌와 연동해 비교적 간편하게 개설할 수 있는 거래소 계좌와 달리, 개념이 생소한 개인 크립토 지갑을 만들어야 한다. 투자에 원화가 아닌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RWA 자체보다는 직관적인 솔루션을 만드는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쉽게 말해 앱 화면 구성을 단순화하고 익숙한 오더북 형태를 도입하는 등 투자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며 “마치 토스가 국내 주식 투자 접근성을 높인 것처럼, RWA도 친절한 앱이 많이 등장하면서 더욱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체험기 | 미국 국채 RWA 직접 투자해보니
年 수익 13% 안정적…김프·수수료 손실은 고려해야
최근 국내 크립토 기업 ‘네오핀’에서 RWA 상품을 내놨다는 소식을 듣고 생애 최초 RWA 투자에 도전해봤다. 네오핀은 코스닥 상장사 네오위즈홀딩스 손자회사로, 고객확인제도(KYC)와 자금세탁방지(AML) 등 메이저 거래소에 준하는 규제를 준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믿음이 갔다.

먼저 네오핀 앱을 내려받고 지갑을 만들어야 한다. 구글 계정과 휴대폰 인증을 마친 뒤 ‘지갑 생성하기’를 클릭하면 비교적 간단하게 크립토 지갑이 생성된다. 이때 주의해야 할 건 ‘복구 문구’다. 향후 계정 복구를 위한 용도로 24개 영단어로 구성된 복구 문구가 발급되는데 ‘해당 문구를 반드시 잘 보관해야 하고 절대 타인과 공유하면 안 된다’는 경고 문구가 여러 차례 나온다. 기자 역시 24개 영단어를 스마트폰 메모장과 오프라인 공책에 받아 적었다.

우선 RWA 상품에 투자할 시드 머니가 필요하다. 스테이블코인으로만 투자할 수 있는데 이를 네오핀 지갑으로 옮기기까지 과정이 다소 복잡하다. 업비트 거래소에서 기존 투자했던 코인을 해외 거래소로 옮긴 뒤, 해외 거래소에서 이를 되팔아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를 마련했다. 현재 업비트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출금이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 거래소에서 네오핀 지갑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옮길 때 ‘네트워크를 선택하라’고 요구하는데, 이때 반드시 ‘이더리움’을 골라야 한다. 한번 송금 시 수수료가 만원 정도로 다른 네트워크 대비 훨씬 비싸지만 RWA용 스테이블코인은 이더리움 네트워크만 지원한다.

겨우겨우 실탄은 마련했다. 이제 투자다. 네오핀 앱에서 ‘투자’를 터치한 후 ‘AI’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네오핀 RWA 상품인 ‘네오핀 BDLP’를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디파이 ‘메이커다오’가 미국 단기 국채를 담보로 발행한 RWA 토큰 ‘에스다이(sDAI)’를 기반으로 다른 여러 RWA 토큰을 배합해 구성한 상품이다. 4월 18일 기준 에스다이에만 100% 투자하면 예상 연간 보상률이 13%, 위험도를 최대로 높게 책정하면 17.2%다. 위험도를 높이면 예상 보상률은 올라가지만 14일 이상 보상 제한 대기 기간 동안 투자금을 인출할 수 없다. 쉽게 말해 ‘록업’ 기간이 생긴다. 연간 보상률은 코인 시장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불과 일주일 전인 4월 11일에는 최대 37%까지 올랐다. 미 국채에 연동된 만큼 원금 손실 위험성은 없다. 예상 최저 보상률은 5~6% 정도다.

네오핀 AI가 제안하는 안전 보상률인 13.34%를 선택했다. 이제 터치 한 번이면 투자가 끝난다. 하지만 RWA 토큰 구입 시 수수료가 한 번 더 들어간다. 4월 18일 기준 0.001431이더리움이 수수료로 빠진다. 환산하면 4달러가 조금 넘는 액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수지타산이 잘 안 맞는다. 1000달러를 투자하면 예상 수익이 1년에 약 133달러기는 하다. 하지만 비용도 만만찮다. 벌써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코인 송금에 들어간 수수료는 물론 김치 프리미엄으로 본 손해도 생각해야 한다. 국내 거래소 코인 가격은 해외 거래소 대비 7% 정도 비싸다. 100만원어치 코인을 국내에서 해외로 옮겨 판다고 가정하면 약 7만원 손해를 본 셈이다. 김치 프리미엄 손실과 각종 수수료를 더하면 1회성 비용이 70달러 정도 된다. 이대로라면 최종 연 수익률은 약 6.3% 남짓이 될 테다.

총평. 기존에 김치 프리미엄 걱정 없는 해외 거래소를 이용 중이거나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라고 본다. 하지만 국내 거래소에서 코인을 팔아 RWA에 도전해보고자 하는 이라면 최소 1000달러 이상 투자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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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핀이 최근 선보인 ‘RWA 연계 디파이 상품’ 투자 화면. 미국 국채를 담보로 발행한 RWA 토큰을 기반으로 설계했다. 4월 18일 기준 예상 연간 보상률이 최대 17%에 달한다. (네오핀 앱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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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6호 (2024.04.24~2024.04.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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