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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몸사리는 건설사, 식어버린 정비시장… “수주 자체가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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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자체가 리스크가 되어 버렸다.”

한 대형건설사의 관계자는 최근 건설업계가 정비시장을 대하는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처럼 건설사간 경쟁적인 수주전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사업장에는 건설사가 한 곳도 나서지 않는 일도 허다하다. 무리하게 경쟁수주를 벌이다가는 업무추진비만 잃고 사업 내내 조합과 골치 아픈 신경전을 벌여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시공사들 사이에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용산 산호아파트가 대표적이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 임에도, 지난 15일 시공사 입찰 마감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2월 현장 설명회까지만 해도 8개 건설사가 참여한 바 있다.

조선비즈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 신축아파트 공사현장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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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은 물가상승과 공사비 증가, 금리영향 등 정비사업에 불리한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서울시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이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당겨지는 것을 확정·고시하면서, 조기에 시공자를 선정, 사업속도를 높이도록 했다. 하지만 시장 여건은 이같은 조치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더군다가 건설업계 여러 악재·이슈로 몇몇 대형건설사들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어려워졌다. 인천 검단시도시에서의 GS건설 사고와 광주 학동에서 HDC현대산업개발 사고 등은 품질 문제로 이어졌다. 대우건설은 중견사인 중흥건설에 인수됐고, 롯데건설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 문제 등으로 소비자 신뢰도가 하락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실제로 10대 시공사 중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곳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DL이앤씨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포스코이앤씨가 정비사업 부문에서 유일하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이같은 건설업계의 분위기 때문이다. 고급 브랜드로 ‘오티에르’를 낸 이후 공사비를 낮춰 수주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물산을 제치고 부산 시민공원 촉진2-1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따낸 것도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의 경우에는 유일하게 입찰 의사를 내비쳐 무혈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포스코이앤씨도 최근 ‘재무통’ 전중선 대표이사가 온 뒤에는 앞으로는 선별 수주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역시 고급 브랜드 ‘드파인’으로 수주를 위해 소규모 사업장 위주로 틈새 전략을 벌이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반포의 소규모 단지의 ‘신반포27차’에 ‘드파인’을 적용할 예정이다. 또 앞서 수주한 부산 광안2구역 재개발, 서울 노량진 2·7구역 재개발, 서울 광장동 삼성1차 재건축 등에도 ‘드파인’을 우선 적용한다.

건설업계는 당분간 수익성이 보장된 곳 위주로 선별 수주하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이 허용되는 단지가 많아진다 하더라도 건설사들은 일단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압구정과 같이 상징성이 있는 곳에서는 시공사들도 경쟁입찰을 벌일 수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경기 자체가 워낙 안 좋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도 수익이 보장되지 않은 사업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대다수 건설사가 현 상황을 관망 중이며, 마땅한 사업지를 물색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 입장에서도 굳이 조합과 시공사 누구에게도 득이 없는 마케팅, 영업 비용을 쓰고 싶지 않다”면서 “수주를 하지 못할 경우 매몰비용 발생의 리스크를 굳이 감수하면서까지 경쟁입찰에 참여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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