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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앰네스티 “남북 모두 ‘표현의 자유’ 축소…韓, 기후·여성 탄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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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가 ‘2023년 세계 인권 현황 보고서’를 통해 기후위기, 여성 인권 등에서 한국의 상황이 크게 나빠지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표현의 자유에서는 남북한이 공통적으로 축소 및 억압되고 있다는 지적이 눈길을 끈다.

앰네스티는 24일 매년 발간해 온 인권 보고서에 지난 한 해 한국과 북한을 포함한 155개국의 인권 현황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을 담았다.

보고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권 전망이 작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암울했다고 지적하며 그 중 한국에 대해 “전체적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상당히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며 환경 활동가 및 관련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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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신장이라는 가치가 더욱 약화한 점도 꼬집었다.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 및 여성폭력 예방·대응 예산 삭감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계획을 이어갔다는 비판이다.

노동 활동가, 장애인 인권 활동가 등 평화적 시위자들에 대한 더욱 강경해진 대응에 대한 비판도 더해졌다. 보고서는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에서 ‘반국가’, ‘이적(利敵)’, ‘간첩’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점을 지목했다.

다만 이 와중에 서울고등법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동성 파트너 피부양자 자격 취소와 관련해 ‘피부양자로 재등록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을 긍정적인 변화로 포착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동성 파트너의 법적 지위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다.

김지학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장은 “정부와 국회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은 하지 않고 있으면서도 산업분야의 탄소배출 감축량을 완화하겠다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을 발표해 실질적 기후위기를 위한 대응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평화적 시위자들에 대해 강경한 대응으로 한국의 표현의 자유는 점점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표현의 자유 억압 방침은 계속 고수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봤다. 이미 심각하게 제한되어 있던 표현의 자유는 ‘한국식’ 말투를 사용하거나 유포한 경우 엄중하게 처벌할 것을 규정한 새로운 법으로 인해 더욱 악화했다는 지적이다.

북한 정부 정책은 지속적인 식량 불안을 야기했고 의료 서비스는 충분하게 제공되지 못했다. 정부 비판자를 혹독한 환경에 처하게 하는 자의적 구금이 계속 이뤄졌으며 중국에서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북한 주민의 생사와 처우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제기됐다.

보고서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여 2020년 1월부터 폐쇄된 북한의 국경이 일부 물자와 인력에 한해 부분적으로 개방되기도 했다”면서도 “북한 당국은 국경 경비를 한층 강화하고 탈북을 시도하는 자를 상대로 즉각 사살 명령을 유지하는 등 무자비한 대응을 계속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고 기술했다.

김 이사장은 “북한은 2020년 이후 소위 ‘3대 악법’으로 일컬어지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신규 법령이 잇달아 제정되는 등 전보다 더욱 강력한 수준으로 표현의 자유 억압이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외 물자와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 및 외부와의 통신을 계속 제한하는 등 강력한 내부 통제 정책을 고수하는 북한 정부에 의해 외부 세계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된 주민들의 인권은 그 어느 때보다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앰네스티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인권 침해가 광범위하게 확산했다고 우려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인권 상황에 관해 1980년대의 과학 픽션 영화 ‘백투더 퓨처’를 언급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고 밝혔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의 기술로 어느 때보다 빠르게 전진하면서도 보편적 인권은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칼라마르 총장은 “권위주의적 관행과 사고방식이 다수의 정부 및 사회에 확산했다”며 “북반구와 남반구, 동서양을 가릴 것이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 침해, 성평등 공격, 성과 재생산 권리 약화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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