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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미국, '경쟁사 이직 자유롭게' 새 규정…"기밀은 어떻게" 재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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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거래위원회(FTC), 입사 때 '비경쟁 계약' 서명 금지 규정 의결…"임금 오를 것"

머니투데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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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미국 직장인은 상위 1%의 고위급 임원을 제외하면 경쟁회사 이직이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채용 과정 '비경쟁 계약'(noncompete agreement) 서명을 금지하는 규정을 의결했다. FTC는 "이번 금지 조치는 미국 내 3000만명의 근로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비경쟁 계약은 직원이 특정 지역, 또는 특정 기간 안에 경쟁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하는 고용 계약 조항이다. ABC뉴스는 "2022년 코넬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주로 판매 직원, 엔지니어, 의사 및 미용실 직원 등이 비경쟁 계약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직군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리나 칸 FTC 위원장은 "비경쟁 계약 조항은 개인의 자유로운 이직을 제한하고, 임금을 낮추며, 혁신을 저해하고, 기업가의 새로운 사업 시작을 막으며,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단 비경쟁이 금지되면 1년에 8500개 이상의 신생 벤처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주는 비경쟁 제한이 없기 때문에 재능 있는 엔지니어와 기타 기술 근로자가 쉽게 고용주를 바꾸거나 자신의 회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예외 조항은 있다. FTC에 따르면 연간 15만1164달러(2억원) 이상을 받고 정책 결정 권한이 있는 고위급 임원에 대해선 비경쟁 계약을 체결해도 된다. FTC 따르면 이들은 총 근로자의 1% 미만이다.

다만 이번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도 거세다. 특히 이직으로 인한 기업의 기밀 유출 우려가 나온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FTC가 이 규정을 발표할 법적 권한이 부족하다"며 "연방법원에 이 규정을 무효로 해달라고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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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칸( Lina Khan)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위원장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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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브래들리 상공회의소 전략책임자는 "FTC가 (인력 빼가기 같은) 불공정한 경쟁 방식에 대한 규제까지 없애려 든다면 미국 경제에 남아나는 규제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뉴욕 월스트리트의 증권과 금융 산업이 발달할 수 있던 데는 비경쟁 계약으로 중개업체와 자산관리자가 영업비밀과 기타 민감한 정보를 경쟁업체에 유출하지 못하도록 방지한 덕분이라는 목소리가 크다고 덧붙였다.

대기업들이 우려하는 기업 기밀 유출 가능성에 대해 FTC 측은 "영업비밀법과 비공개약정(NDA) 등을 통해 고용주가 독점적이고 민감한 정보를 보호할 수 있다"며 "이미 연구직의 95%가 NDA에 서명한 상태인 만큼 이직 제한이 아닌, 기밀 유지 조항을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또 FTC는 "근로자를 가두기 위해 비경쟁 계약을 이용하는 대신, 그들을 붙잡기 위해 고용주가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함으로써 개별 근로자의 양질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FTC는 지난해 1월부터 이 비경쟁 조약 금지를 추진한다고 예고하면서 "이번 금지로 근로자의 총임금이 향후 10년간 최대 4880억 달러(668조 4136억원)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연간 524달러(72만원)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FTC의 최종 규칙은 120일 후 발효되는데, 관련 소송이 제기되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FTC는 반독점법에 따라 소비자 보호를 추구하는 정부 독립기관으로, 민·형사 소송을 직접 제기할 수 있고 행정절차를 통해 시정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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