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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무임승차'에 뿔난 LG엔솔 '배터리 특허 전쟁' 선언…中 겨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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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머니투데이

LG에너지솔루션 특허 현황/그래픽=조수아


LG에너지솔루션이 '특허 무임승차'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중국 기업들을 겨냥해 '배터리 특허 전쟁'의 신호탄을 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막대한 로열티를 획득할 수 있는 특허 라이선스 시장 조성에도 앞장설 태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불법적으로 특허를 사용하는 경쟁 기업들에게 소송 및 경고 등을 통해 강경하게 대응하키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김동명 사장은 "기업의 존속과 산업의 발전을 위해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특허 침해에 엄중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랜 기간 이같은 입장 발표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회사 측이 보유한 특허(등록기준 약 3만2000건) 중 경쟁사가 침해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략특허' 수는 1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 중 실제 경쟁사가 침해한 것으로 확인된 특허수만 해도 580건에 이른다는 게 LG에너지솔루션의 분석이다. 전략특허의 58% 수준이 이미 무임승차 대상이 된 것이다.

실제 전기차 생산 기업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A사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의 △코팅분리막 △양극재 △전극/셀 구조 등 핵심 소재와 공정 등에서 특허 침해가 30건 이상 확인됐다. 전자기기 제조 기업들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B사의 경우 코팅분리막, 양극재, 전해질 첨가제 등에서 50건 이상의 특허를 무단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런 사례들에 대해 향후 특허침해 금지소송 등 강경 대응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현지 전문가를 확보해 글로벌 소송 역량을 강화하고, 지적재산권을 관리하는 해외 오피스 역시 확대키로 했다.

동시에 특허 라이선스 시장 구축에 앞장설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의 퀄컴처럼, 특허에 대한 로열티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퀄컴의 경우 1년에 7조~8조원 수준의 라이선스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글로벌 특허풀(Patent Pool)을 통해 주요 특허를 단계적으로 라이선스화하고, 특허권 매각 등의 수익화 모델을 개발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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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특허 침해 대응전략/그래픽=조수아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특허권에 대한 합리적인 로열티를 수취해 기술 개발 등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며 "후발기업은 정당한 특허권 사용을 통해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로 중국 배터리 경쟁사들을 겨냥해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 이차전지 기업들이 내수를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며 기술 탈취 및 특허권 침해를 벌이는 일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 역시 최근 중국 양극재 기업 3곳 등을 대상으로 특허기술 침해 관련 조사를 신청했다. 중국 에스볼트 등이 삼성SDI와 SK온의 배터리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사법당국의 조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의 특허 침해가 심화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선제적 조치를 취한 모양새다. 최근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여전히 핵심 기술은 국내 3사에 몰려있는 게 사실이다. LG에너지솔루션만 해도 니켈코발트망간(NCM)은 물론이고 리튬인산철(LFP), 리튬코발트산화물(LCO), 리튬망간산화물(LMO), 하이니켈 및 미드니켈, 실리콘계 음극, 원통형(46시리즈), 안전진단 및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폭넓은 분야에서 특허를 갖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과 비슷한 수준의 R&D 투자를 하며 2만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 중이고, SK온 역시 파우치형 등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처음으로 특허 침해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격이어서 의미가 적잖다"며 "기술 중심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면, 무임승차 기업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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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3사 2023년 R&D 투자/그래픽=이지혜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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