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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엔비디아를 왜 팔아"…'돈나무언니' 펀드 탈출한 자금 3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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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스타 애널리스트 "캐시 우드, 직관에 의존해 포트폴리오 구성" 지적

머니투데이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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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가 운용하는 펀드에서 올해에만 22억 달러(3조168억원)가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 열풍에 편승하는 데 실패하면서 수익률이 악화한 탓이다. 우드의 직관에 의존하는 투자 전략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충성도 높은 주주들 좌절감 맛보는 중"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경영컨설팅 업체 팩트셋 자료를 인용, 우드가 경영하는 아크인베스트먼트의 6개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올해 들어 지난달 19일까지 22억4000만 달러의 투자금이 순유출됐다고 보도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개시한 2022년부터 6억5000만 달러, 지난해 7억6000만 달러의 투자금이 아크인베스트먼트 ETF에서 유출됐다. 최근 2년간 유출된 액수보다 훨씬 많은 투자금이 올해 상반기가 지나기도 전에 사라진 것. 대규모 투자금 유출로 문제의 ETF들에서 운용하는 자산 규모도 30% 줄어 111억 달러로 내려앉았다고 한다. 2021년 초까지만 해도 이들 ETF가 굴리는 자산은 590억 달러에 달했다.

미국 금융 컨설팅 업체 베타파이의 토드 로젠블러스 리서치 책임자는 "충성도 높은 주주들이 좌절감을 맛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괴적 혁신' 기술에 투자하는 아크인베스트먼트 스타일대로라면 올해 수익이 좋아야 정상"이라며 "고전하고 있는 종목들에 투자금이 쏠려있는 게 문제"라고 했다.

아크인베스트먼트가 주력으로 하는 이노베이션 ETF가 추종하는 종목들은 올해 16% 하락했다. 올해 주가가 40% 하락한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스트리밍 플랫폼 로쿠 주가는 33%, 게임개발업체 유니티 소프트웨어 주가는 44% 하락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AI 열풍으로 올해 S&P500 지수가 6.4% 상승한 것과는 정반대 실적이다.


캐시 우드 ETF, 왜 떨어지나 봤더니

증권가는 아크인베스트먼트의 투자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우드는 개인용 컴퓨터(PC), 인터넷 등 세상을 뒤바꿀 만한 기술 산업을 '파괴적 혁신'으로 정의하고 이런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제로 금리를 유지하던 시절이라면 손쉽게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전략이나, 고금리 기조 아래에서는 위험 부담이 크다고 WSJ는 설명했다. 금리가 오르면 당장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받는 기업 주가부터 떨어지는데, 우드가 말하는 파괴적 혁신을 시도하는 기업은 주로 이런 곳이기 때문.

컨설팅업체 모닝스타의 로비 그린골드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메모에서 "우드가 자기 직관만 갖고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우드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엔비디아 지분을 대거 처분한 것. 우드는 2014년 이노베이션 ETF 출시 당시부터 엔비디아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가가 하락하자 2022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보유 지분을 대부분 매각했다. 당시 우드는 엔비디아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이유를 댔으나, 엔비디아 주가는 계속 상승해 전날 종가 기준 1주당 824.18달러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1년 사이 주가가 3배 정도 불어나 있다.


우드 "테슬라 2000달러 갈 거니까"

우드는 이달 초 CNBC 인터뷰에서 테슬라 주가가 5년 내 1주당 2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테슬라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1주당 144.61달러다. 우드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택시 네트워크를 믿는다면 지금은 도망칠 시기가 아니"라며 "더 많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이 로봇공학, 에너지 저장, AI 기술의 융합을 완전히 이해하기 전까지 당분간 테슬라를 둘러싼 비관론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전날에도 이노베이션 ETF는 테슬라 주식 18만2000주를 매입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크인베스트먼트는 지난주부터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증시에서 액티브 ETF 판매를 개시했다. 우드는 "지난 10년간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서비스(SNS) 방문자, 구독자 중 상당수가 유럽인들이었다"며 "유럽 증시도 아크인베스트먼트의 투자 전략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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