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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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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정상화 갈 길 먼데… ‘브릿지론’ 인수 못 한다는 금융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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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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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를 위해 은행과 보험, 저축은행 등 금융권에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미온적이다. 금융 당국은 은행·보험에 초기 PF 사업장 자금 공급을, 저축은행에 부실 사업장 매각을 각각 요구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최근 비교적 자금 여력이 넉넉한 은행과 보험사에 PF 사업장 신규 자금 투입을 주문했다. 금융 당국은 은행·보험업계에 공동 펀드를 조성하고 착공 전 단계의 브리지론을 인수해달라고 제안했다.

브리지론은 부동산 개발사업 착공 전에 토지 매입 등 초기 단계에 자금을 빌려주는 단기 대출을 말한다. 통상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담당한다. 토지 매입 등이 마무리되고 착공이 시작되면 은행이나 보험사 등에서 새로운 대출(본PF)을 받아 브리지론을 상환한다.

은행과 보험사들은 브리지론 사업장 가운데 사업성을 갖춘 곳이 많지 않다는 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제 브리지론 사업장 가운데 본PF로 넘어가지 못하고 1회 이상 만기를 연장한 곳이 70%를 넘어섰다. 이런 사업장을 인수했다가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투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올해 은행권 사정도 좋지 않다. 은행들은 올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금으로 2조원이 넘는 배상금을 물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에는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민생금융 지원금을 내기도 했다.

저축은행 역시 경·공매를 통한 부실 사업장 매각 방침에 미온적이다. 금융 당국의 지도에 따라 이미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했는데, 헐값에 PF 채권을 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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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업계는 PF 채권 가격과 시장에서 원하는 가격 간의 격차가 커 경·공매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예컨대 130억원으로 평가되는 담보에 100억원을 대출해 준 사업장의 경우 시장에서 원하는 가격은 40억~50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PF 채권을 반값에 매각하느니 연체율이 오르더라도 만기 연장으로 버티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현재 경·공매 시장에 나온 매물도 대부분 높은 가격으로 ‘새주인 찾기’에 실패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의 부실 사업장 경·공매와 은행·보험사의 우량 사업장 인수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금융 당국의 PF 구조조정 대책이 작동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은행·보험사가 시장에 신규 자금만 공급하면 저축은행의 버티기를 돕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PF 정상화 방안이 5월 중 나오는 것으로 안다. 방안이 나와야 PF 사업장을 인수하던 매각하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PF발(發) 경제위기설이 계속되는 상황이라 파는 쪽도 사는 쪽도 만족할 딜(Deal·거래)이 이뤄지긴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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