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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전세사기’ 피해자 1.5만명… “‘先구제’ 위한 채권매입 가격 기준 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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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특별법 개정안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 대응책 마련에 나선 지 1년 여가 됐다. 하지만 피해 비용을 먼저 지급한 다음 비용을 회수하는 ‘선(先) 구제 후(後) 회수’ 방안과 관련, 피해 지원 기준이 미흡할 뿐더러 이렇다 할 재원 마련 방안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비즈

서울의 한 빌라촌 모습.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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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4일 오전 10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2층에서 국토연구원 주최로 열린 ‘전세사기피해지원의 성과와 과제에 대한 토론회’에서 “정부가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매입에 필요한 예산은 피해 적용 기간과 피해자 규모, 피해자 유형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며 “현재 발의된 특별법 개정안은 채권 매입 가격 등 구체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조문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해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핵심은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매매 대금을 우선적으로 지급한 뒤, 나중에 해당 주택을 매각해 투입비용을 회수하자는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의 매입을 신청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채권매입기관이 이를 매입하고, 우선매수권‧우선변제권 등을 양도‧승계받아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매각한 뒤 배당을 통해 비용을 회수하는 구조다.

하지만 여전히 채권 매입에 대한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채권 매입을 찬성하는 쪽은 전세 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하는 후순위 임차인들에게 효과적인 지원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다른 쪽에서는 조세 부담이 가중되고 다른 세입자들과의 형평성 면에서도 어긋나며 운영 여력도 부족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별법 개정안을 집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과 기준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장원 국토교통부 피해지원총괄과 과장은 “정부의 채권 매입 가격에 대한 수치화된 기준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현재 필요한 재원을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낙찰가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향후 경매에서 낙찰되는 가격을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주택도시기금은 많은 국민들의 청약통장에서 잠깐 빌려온 것으로 나중에 다시 돌려줘야 한다”며 “기금 건전성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소모성으로 지출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나 논의 과정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특히 특별법 개정안에는 채권매입가격의 하한선을 제시하고 있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우선변제 보증금 비율이 없어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매입 기준이 모호한 상황이다. 이에 주로 최우선변제금 또는 보증금의 30% 수준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정확한 의미를 갖도록 개정안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부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전세사기 피해자의 임차보증금이 1억원이고 가치 평가액이 2000만원일 경우,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매입가격은 최우선변제금인 5500만원(서울 기준)이기 때문에 정부가 3300만원을 지원해야 한다”며 “최우선변제금에 비해 임차보증금반환채권 가치가 낮을 수록 정부 순지출이 커지게 된다”고 했다.

아울러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지만 임차보증금 반환채권 매입 대상에서 벗어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 부연구위원은 “신탁사기, 무권계약(대리권이 없는 사람이 대신 체결한 계약) 등으로 인한 피해자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아닌 ‘전세사기 피해자 등’에 해당하면서 정책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은 사각지대를 없애 지원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HUG의 조직‧인력 부족 문제와 예산 부족 문제도 논의됐다. 지난해 HUG 손실이 4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예산 지원 없이는 선 구제 후 회수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우석 HUG 경·공매 팀장은 “채권매입기관인 HUG는 공정한 가치평가를 거쳐 피해자의 채권을 먼저 매입하고 추후에 해당 비용을 회수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위한 조직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채권과 주택 매입비용, 공정가치평가와 경매진행을 위한 업무위탁비용 등 예산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4월 기준,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한 건수는 약 1만5433건이다. 이들의 임차보증금을 모두 더한 전세사기 피해액 규모는 총 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에도 1주에 400~500명씩 전세사기 피해 접수가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내년 5월 말 기준 전세사기 피해자는 약 3만6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피해 보증금 규모는 총 5조원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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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10시에 LH 서울지역본부 2층에서 열린 전세사기피해지원의 성과 및 과제에 대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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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기자(jy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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