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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원도심 떠나려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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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성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24일 대전 중구 대흥동 공단 본부 5층 대강당에서 사옥 이전 배경과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소진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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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본사를 유성구로 이전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원도심 상인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대전시도 이전을 만류하고 있지만, 소진공은 근무환경 개선과 경비 절감, 상급기관으로 세종시에 있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업무 접근성을 고려해 사옥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태도다.



소진공은 24일 공단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옥 이전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박성효 소진공 이사장은 “조직은 커지는 데 비해 현재 사옥은 사무·편의 공간 등이 부족하다. 근무여건이 열악하다 보니 최근 5년 동안 신입사원 퇴사율이 31.6%에 달한다”며 “2020년부터 이전을 검토했으나, 공간 규모 등이 공단 본부 실정과 맞지 않아 애를 먹던 중 지난 3월 케이비(KB)국민은행에서 유성구 지족동의 콜센터 건물로 사옥 이전을 제안해 종합적인 판단 끝에 이전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민선4기(2006~2010년) 대전시장을 지냈다.



2014년 소상공인시장진흥원과 시장경영진흥원이 통합해 출범한 소진공은 그해 1월부터 중구 대흥동 ㄷ빌딩의 5개 층을 임대해 쓰고 있다. 현재 본사 직원은 400여명인데, 건물이 지어진 지 30년이 넘어 사무실에 비가 새거나 승강기가 고장 나 직원이 갇히는 사고도 잦았다고 한다.



소진공은 상급기관인 중소벤처기업부가 2021년 대전에서 세종으로 이전할 때 함께 가려 했으나 원도심 상인들의 강한 반발해 부딪혀 무산됐다. 박 이사장이 취임한 2022년 9월 대전 유성구에 있는 신세계사이언스콤플렉스로 이전을 다시 추진했지만, 소상공인 지원 기관이 대기업 건물에 들어간다는 비판과 함께 입주 조건도 맞지 않아 없던 일이 됐다.



박 이사장은 “현 사옥은 사용하는 사무실 층이 서로 떨어져 있어 부서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1인당 업무 공간이 5.6평으로 다른 공공기관과 비교해 좁으며, 휴게실·회의실 등 업무편의시설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며 “새 사옥은 1개 층 전체에서 본부 직원이 일할 수 있고, 1인당 업무 공간을 6.2평까지 넓힐 수 있으며, 이미 마련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차료도 현재는 연간 17억5천만원에 보증금 10억원인데, 2001년 지어진 새 사옥은 연간 13억2천만원에 보증금 5억원으로 더 싸다”고 했다.



소진공 이전 소식에 원도심 상인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2022년 이전을 반대하며 삭발투쟁까지 했던 상인들은 “건물이 낡아서 문제면 중구 안에서 이전 공간을 찾으면 될 일이다. 소진공이 이전하면 원도심 공동화 현상을 더 부추길 것”이라고 비판한다.



대전시 역시 소진공 이전에 따른 원도심 상권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권경민 대전시 경제과학국장은 지난 18일 “소진공이 원도심에서 새 청사를 매입하거나 부지를 확보해 신축하는 계획을 세우면 맞춤형 지원도 할 수 있다”며 “소진공은 그동안 원도심 발전과 침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줬다. 기관의 특수성과 상징성을 볼 때도 원도심에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소진공 이전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은 같은 당 안에서도 엇갈린다. 18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사에서 열린 22대 총선 당선인 합동 기자회견에서 중구 지역구의 박용갑 당선인은 “(소진공이 이전한다니) 참 답답하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대전에서도 중구·동구·대덕구는 원도심으로서 어려움이 많다. 노후화가 이유라면 시설은 개선하면 되는 것”이라고 이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지족동이 속한 유성을 지역구의 황정아 당선인은 “저의 지역구라 (소진공 이전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유성 지역 소상공인들도 상권이 죽어 힘들어한다”고 반겼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대전 원도심 공동화는 도심 중심축이 중구에서 서구·유성구로 이동하고 저출산·고령화, 수도권 집중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 소진공의 입지는 부차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원도심 활성화는 대전시가 중장기 전략에 따라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며, 대전시 산하 공공기관 입주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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