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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LG엔솔 ‘특허 무임승차’에 칼 빼 든다…배경엔 패권경쟁·로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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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한국배터리산업협회 회장)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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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업계에 만연한 ‘특허 무임승차’에 칼을 빼 든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업계 후발 기업들의 무분별한 기술특허 침해에 소송 등을 통해 강경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을 견제하고, 로열티 비즈니스로의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3만2564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배터리 기업 중 1위다. 1992년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배터리 연구를 시작해, 최근 10년간만 해도 연구·개발에 45억 달러(약 6조1700억원)를 투자한 결과다. 회사는 “배터리 소재, 공정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핵심 기술 대부분을 선점하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를 회피하며 배터리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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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그런데 최근 경쟁사 제품들에서 LG엔너지솔루션 고유 기술을 무단 사용한 사례가 다수 발견되며 강경 대응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전자기기 제조 업체들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A사의 배터리를 LG에너지솔루션이 분석한 결과 코팅분리막, 양극재, 전해질 첨가제 등에서 자사의 특허를 침해한 기술이 50건 이상 발견됐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런 후발주자들이 선도 업체의 기술을 무단사용하는 방식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는 판단에 소송 카드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 중 중요도가 높은 ‘전략 특허’는 1000여건이다. 이 가운데 580건 이상이 경쟁사에 무단 도용됐다고, 회사는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580여 건에 대해 소송 또는 경고 등의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특허소송전 배경엔 패권 전쟁



LG에너지솔루션이 ‘특허 무임승차’에 칼을 빼 든 건 중국 업체 등을 특허권으로 견제하면서 배터리 시장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은 올 1~2월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38.4%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포인트나 점유율을 올렸다. 2위 LG에너지솔루션은 점유율 13.7%로 지난해보나 0.2%포인트 줄었다. 중국, 유럽 등의 후발주자의 추격도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특허 소송으로 이들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7회 세계 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37)'에서 관람객들이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배터리 관련 전시품을 관람하고 있다. L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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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소송전 예고는 배터리 시장이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진 상황에서 ‘특허 로열티’라는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한다는 의미도 있다. 회사는 특허를 단계적으로 라이선스화해 특허 풀(Pool)이나 특허권 매각 등 다양한 방식의 수익화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특허 라이선스화를 통해) 기술 선도업체는 특허권에 대해 합리적인 로열티를 받아 기술 개발에 더 투자하고, 후발기업은 정당한 특허권을 사용해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많은 기술 선도 기업들이 로열티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회사 퀄컴은 사업부를 크게 두 개로 나누고 있는데 이 중 하나가 기술 라이선스 관리 부문이다. 퀄컴은 2022년 10월부터 1년간 로열티 매출만 57억9200만 달러(7조9500억원)에 달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2021년 SK온(당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이기며 합의금 2조원을 받기로 했는데, 이 중 1조원은 이미 받았고 나머지 1조원은 로열티로 매년 받고 있다. 정확한 금액은 두 회사 모두 밝히지 않지만, 업계엔 매년 1000억원 이상을 SK온이 LG에너지솔루션에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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