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6 (월)

“전략 특허 1000건 중 580건 털렸다”… LG에너지솔루션, ‘특허 침해’ 강경 대응 예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근 타 업체 2곳 제품 ‘특허 침해’ 80건 이상 포착

급격한 성장으로 무분별한 기술 도용 급증

LG엔솔, 선도업체로 핵심 기술 특허 대거 확보

차세대 배터리 기술 침해 우려 높아져

“무분별한 기술 침해에 소송 등 법적 대응 조치”

반도체·통신처럼 글로벌 특허 라이선스 시장 구축 제시

김동명 사장 “정당한 특허 로열티 고객가치로 구현할 것”

동아일보

LG에너지솔루션 사업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다른 배터리 업체 제품을 조사·분석한 결과 자체 보유한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한 정황을 다수 포착했다. 글로벌 배터리 업체 2곳 제품에서만 특허 침해 사례 80건 이상이 나왔다고 한다. 특히 배터리 핵심 소재부터 구조와 공정까지 영역을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특허 침해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사태의 심각성을 확인한 LG에너지솔루션이 특허 침해에 대해 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업계에 만연해 있는 ‘특허 무임승차’에 강력 대응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불법적으로 특허를 사용하는 기업들에게 소송 및 경고 등을 통해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배터리 특허 라이선스 시장 조성에 앞장서 배터리 산업의 공정한 경쟁 환경 구축도 병행하기로 했다.

해당 방침은 LG에너지솔루션 지적재산권(IP)에 대한 후발기업의 무분별한 침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나온 방안이라고 한다. 실제로 IT기기용 소형 배터리부터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에 이르기까지 이미 상업화돼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경쟁사 제품에서 LG에너지솔루션 고유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한 사례를 다수 발견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나 독일 법원 등에 관련 소송을 제기하는 등 권리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부당한 지적재산권 침해가 지속되고 주요 완성차 업체들조차 배터리 공급사 선택에 특허권 준수 여부를 고려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 왜곡이 심각해지고 있어 강력한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한선 LG에너지솔루션 특허센터장 상무는 “LG에너지솔루션은 산업 초창기부터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배터리 시장을 개척해온 ‘오리지널 이노베이터(Original Innovator)’”라며 “앞으로 기술 주도권을 지키고 산업 상생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특허권의 정당한 거래 시스템을 조성하고 불법적인 침해 사례에는 엄중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LG에너지솔루션 특허 현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후발기업 핵심 특허 침범 급증… “차세대 배터리 기술 특허 침해 우려도↑”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지난 10여 년간 급격한 성장을 거쳤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15년 28기가와트시(GWh)에서 작년 706GWh 규모로 약 25배 성장했다. 오는 2035년에는 5256GWh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배터리 기업 간 경쟁도 격화됐고 이 과정에서 무분별한 기술 도용 사례도 급증했다. 시장에 먼저 진출해 주요 기술 관련 특허를 선점한 LG에너지솔루션과 달리 질적으로 우수한 특허 확보가 어려운 후발기업들은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해 유럽과 중국, 인도, 동남아 등으로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현재 보유한 특허 중 경쟁사가 침해하거나 침해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략 특허’ 수가 1000여개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이중 실제로 경쟁사가 침해한 것으로 자체 확인된 특허 수만 580건에 이른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배터리 소재부터 공정, 팩·BMS 등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핵심 기술 대부분을 선점하고 있다. 이미 배터리 제조에 상용화된 1세대 기술부터 첨단 3세대 기술까지 3만2000건을 특허로 등록했고 출원 기준으로는 5만8000여 건의 기술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를 회피해 배터리를 제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안전성 강화 분리막의 전극 접착력을 높여 다양한 전극조립체를 구현하는 특허 기술과 2018년 세계 최초로 음극에 적용한 코팅 기술인 더블레이어코팅(DLD, Double Layer Slot Die Coating), 탄소나노튜브(CNT) 선분산 기술 등 핵심 공정기술을 접목한 전극설계 특허에서 다수 침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고전압 및 고효율 전지에 적용하는 전해질, 고용량 하이니켈(High-Ni) NCM 양극, 미드니켈(Mid-Ni) NCM(NCM523, 622)을 선도적으로 개발했고 표면처리 방법과 NCM에 리튬인산철(LFP), 리튬코발트산화물(LCO), 리튬망간산화물(LMO)을 혼합한 전극과 실리콘(Si)계 음극 등을 최초로 배터리에 적용했다. 해당 기술을 모두 특허로 확보하고 있어 기술 침해 요소가 큰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대한 침해도 우려된다고 전했다. 유기용매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가격경쟁력을 갖춘 기술로 평가받는 건식 전극, 차세대 원통형배터리(46파이 시리즈) 등에 관한 주요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경쟁사의 기술 도용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일보

LG에너지솔루션 특허 침해 대응 전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도체·통신처럼 배터리 특허 라이선스 시장 구축 추진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업계 기술 표준을 제시하는 기업으로서 기술 무단 도용에 대해서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고유 기술 보호와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합리적인 라이선스 시장 구축을 병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특허풀이나 특허권 매각 등 다양한 방식의 특허 관련 수익화 모델을 활용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현재 시장에서 침해 중인 특허를 중심으로 글로벌 특허풀(Patent Pool)을 통해 주요 특허에 대한 단계적 라이선스 계약 방식 전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와 통신 등 다른 주요산업에서는 특허 라이선스 시장이 형성돼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배터리 산업 성숙과 발전을 위해서도 선도업체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라이선스 시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선도업체는 특허권에 대한 로열티를 수취할 수 있고 후발기업은 정당한 특허권 사용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 사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당한 라이선스 계약 없이 무분별하고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기술 침해에 대해서는 특허 침해 금지소송 등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이를 위해 국내를 비롯해 해외 주요 시장에서 현지 전문가를 확보해 글로벌 소송 역량을 강화하고 지적재산권을 관리하는 해외 IP오피스를 확대해 글로벌 지적재산권을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 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위한 필수 요소는 지적재산권 존중”이라며 “기업의 존속과 산업 발전을 위해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특허 침해에 엄중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도업체로서 합리적인 라이선스 시장 구축에 앞장서고 특허권으로 수취한 정당한 대가가 LG에너지솔루션만의 차별화된 고객가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