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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르포]119년 만에 완전 복원된 화성행궁, 그 뒤에 숨겨진 공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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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시민의 힘으로 복원 사업 시작, 2002년 1단계 복원사업 완료

우화관 및 별주 복원하는 2단계 사업으로 완전한 모습 되찾아

민선 자치단체장 4명이 바뀌는 과정서도 복원사업 중단없이 지속돼

뉴시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일제강점기에 훼손됐던 수원 화성행궁이 119년만에 완전한 모습으로 복원됐다. 1789년 정조대왕이 세운 화성행궁은 평상시에는 관청으로 사용하다가 임금이 수원에 행차할 때는 임금과 수행 관원들이 머무는 궁실로 이용됐다. 사진은 24일 복원사업을 통해 원래 모습을 되찾은 화성행궁 모습. 2024.04.24. jt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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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오늘 수원화성 우화관과 별주를 중건하고 개관을 합니다. 개관을 하는 것은 비록 사람의 힘이나 신명의 도움 덕분입니다. 우리 수원시의 번영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24일 오후 3시께,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 화령전 운한각. 이곳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철거됐다가 119년 만에 완전한 모습을 되찾은 화성행궁 복원사업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시민들을 대표해 고유제에 헌관(유교식 제사에서 헌작을 맡은 제관)으로 참여했다.

고유제는 국가에서 행하는 자례 방식에 따라 이뤄졌다. 윤여빈 성균관전례연구위원이 집사를 맡아 제향을 진행했다.

정조대왕이 만든 화성행궁, 일제강점기에 훼손


행사가 시작되자 전통 의복을 갖춰입은 이 시장은 정조대왕 초상화가 비치돼 있는 운한각으로 입장한 뒤 어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어 집사가 이 시장 옆에서 향을 사를 준비를 마치자 이 시장은 향을 세 번 살라 그 연기를 하늘로 날려 보냈다.

또 집사가 제주로 쓰는 청주를 술잔에 채우자 이 시장이 이를 건네받아 올렸으며 집사는 다시 되받아 신위전에 올려뒀다. 이후 집사가 이 시장 왼쪽으로 가사 꿇어앉자 이 시장은 정조대왕에게 화성행궁 우화관과 별주 중건을 알리는 축문을 낭독했다.

이 시장은 축문을 통해 "위대한 명덕은 저해와 같아 찬술하신 가르침은 만세의 경망을 받을 것"이라며 "화락으로 백성을 위하고 만물을 풍요롭게 해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을 평생 희망하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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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이재준 경기 수원시장이 24일 오후 화성행궁 화령전 운한각에서 화성행북 개관을 고하는 고유제에 참여하고 있다. 1789년 건립된 화성행궁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훼손됐다가 1989년부터 시민들의 힘으로 '화성행궁복원 추진위원회'가 꾸려져 35년 만에 1·2단계 복원공사를 통해 완전한 모습을 되찾았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4.04.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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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오늘 수원화성 우화관과 별주를 중건하고 개관한다. 개관을 하는 것은 비록 사람의 힘이나 신명의 도움 덕분"이라며 "엎드려 바라옵건대 실정을 어여삐 여겨 항상 보위해 주시옵소서. 우리 수원시의 번영을 간절히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축사를 마친 이 시장은 엎드려 예를 표한 뒤 일어나 집사의 인도로 운한각 밖으로 자리를 옮겨 4차례 절을 올린 뒤 화령전을 빠져나가는 것으로 고유제를 마쳤다.

이 시장은 이날 고유제를 치르기 전에 취재진과 만나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많이 훼손됐던 수원화성이 119년 만에 제 모습을 되찾았다"며 "수원화성이 완전체로 복원되면서 잃어버린 우리 역사를 되찾는 것은 물론, 정조대왕의 효심과 애민사상을 다시 한 번 세웠다는 점에서 굉장히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한국을 대표하는 '3대 축제'로 꼽힌 수원화성문화제와 연계하면 화성행궁 복원이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며 "전 세계에 우리 수원 화성과 대한민국의 특별한 가치를 잘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민의 힘'으로 시작된 화성행궁 복원


이날 행사에는 1989년 최초로 화성행궁 복원사업을 추진에 나섰던 고(故) 심재덕 전 수원시장의 부인인 선정선 심재덕기념사업회 회장도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화성행궁 부지에 현대식 건물로 경기도립병원을 신축하자는 계획이 나오자 심 전 시장을 필두로 화성행궁 복원을 위해 힘을 보탰던 '화성행궁 복원추진위원회' 김동휘 초대 회장의 유족을 비롯해 추진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회원들도 함께 자리했다.

화성행궁은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부 읍치 자리(화성시 융릉)로 이장하고, 신읍치를 팔달산 기슭으로 옮기면서 1789년(정조 13년) 건립됐다. 평상시에는 관청으로 사용하다가 임금이 수원에 행차할 때는 임금과 수행 관원들이 머무는 궁실로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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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일제강점기에 훼손됐던 수원 화성행궁이 119년만에 완전한 모습으로 복원됐다. 1789년 정조대왕이 세운 화성행궁은 평상시에는 관청으로 사용하다가 임금이 수원에 행차할 때는 임금과 수행 관원들이 머무는 궁실로 이용됐다. 사진은 30년 넘게 이어진 복원사업을 통해 원래 모습을 되찾은 우화관 모습. 2024.04.24. jt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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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행궁은 정조가 만들려고 했던 신도시 수원화성의 행정을 도맡았던 관청이자 화성유수부를 지킨 장용영 군사들의 군영이었다. 수원화성 축조 과정이 기록된 '화성성역의궤'에 따르면 화성행궁은 약 600칸 규모로 정궁(正宮) 형태다.

정조가 훗날 왕위를 물려주고 수원에 내려와 머물기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화성행궁 규모와 격식이 궁궐에 버금간다. 조선시대 지방에 건립된 행궁 중 최대 규모다.

정조는 사도세자의 묘소를 현륭원으로 옮긴 1789년부터 총 13차례 화성행궁에 머물렀다. 1795년에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 잔치를 행궁에서 거행했다.

하지만 19세기 말까지 궁실이자 관청으로 제 기능을 했던 화성행궁은 1905년 우화관에 수원공립소학교가 들어서면서 파괴되기 시작했다.

1911년에는 봉수당은 자혜의원으로, 낙남헌은 수원군청으로, 북군영은 경찰서로 사용했다. 1923년 일제가 화성행궁 일원을 허물고, 경기도립병원을 신축하면서 화성행궁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다.

해방 후에도 경기도립병원(현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은 건재했고, 1989년에는 현 부지에 이를 현대식 건물로 신축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됐다.

지방선거로 '민선 시장' 교체될 때도 복원사업은 진행


일제가 왜곡한 역사를 바로잡는데 평생을 바친 수원 출신 서지학자 사운 이종학 선생 등 42명은 이같은 계획을 철회시키기 위해 1989년 10월 '화성행궁 복원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추진위는 경기도지사를 만나 화성행궁 복원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도립병원 이전을 건의한 끝에 이같은 의견이 수용됐다. 그로부터 화성행궁을 완전히 복원하는 데는 무려 35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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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일제강점기에 훼손됐던 수원 화성행궁이 119년만에 완전한 모습으로 복원됐다. 1789년 정조대왕이 세운 화성행궁은 평상시에는 관청으로 사용하다가 임금이 수원에 행차할 때는 임금과 수행 관원들이 머무는 궁실로 이용됐다. 사진은 24일 복원사업을 통해 원래 모습을 되찾은 화성행궁 모습. 2024.04.24. jt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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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도립병원을 철거하고 화성행궁 1단계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화성행궁 복원 원칙은 1796년 화성행궁 완성된 모습으로 복원과 화성성역의궤, 정리의궤 등 기록자료·발굴자료 토대로 고증한 복원이었다.

화성행궁의 중심 건물인 봉수당을 시작으로 482칸을 복원해 2002년 1단계 복원사업이 완료됐다. 이듬해 10월 화성행궁 개관식을 열고 중심 건축물을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2003년부터는 우화관 복원사업에 들어갔다. 2013년 우화관 자리에 있던 신풍초등학교가 이전하고, 2016년 신풍초등학교 분교장이 폐지된 후 본격적으로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우화관과 낙남헌 동행각, 별주를 차례로 복원했다.

시는 2016년부 2019년까지 발굴조사를 벌여 우화관 건물터를 찾아냈고, 2020~2021년 화성성역의궤와 문헌 기록을 바탕으로 고증해 복원설계를 완성했다. 문화재청의 승인을 받았고, 2021년 7월 복원공사를 시작해 2023년 준공했다.

화성행궁 복원사업은 민선 시장들의 교체에도 사업이 중단되지 않고, 그 뜻을 이어받아 완전한 복원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민선 1기부터 민선 8기까지 지방선거를 통해 여태까지 심재덕(1·2기)·김용서(3·4기)·염태영(5·6·7기)·이재준(8기) 등 총 4명의 수원시장이 1995년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임기 내 복원에 집중한 성과물이다. 특히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소속 정당이 달라질 때도 화성행궁 복원사업은 계속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시가 시민들의 생활과는 자칫 동 떨어져 보이는 화성행궁 복원에 힘을 쏟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적도 있다. 수원화성은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지만, 이는 시민들에게 또 다른 족쇄이기도 했다. 국가적으로 문화재 보호에 따른 규제가 강화되면서 개인의 재산권 행사에 불리한 측면이 가동됐기 때문이다.

성곽 안 살리기 '삼박자', 원도심 부활로 이어져


2000년대에 수원역에 애경백화점이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유통 공룡'으로 불리는 대형마트들이 잇따라 진출하면서 이전까지 팔달문 상권은 커다른 위기를 맞았다. 전통시장과 상점들은 줄줄이 폐업했으며 수원화성 성곽 내에 살던 원주민들도 하나둘씩 떠나면서 원도심 공동화 현상이 생겼다.

그런데 화성행궁 복원과 함께 공공한옥 활성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현재 수원화성 성곽 내에는 화성행궁 말고도 정조테마공연장, 전통문화관, 화서사랑채 미디어센터 등 시민들의 발길이 닿는 곳에서 한옥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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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일제강점기에 훼손됐던 수원 화성행궁이 119년만에 완전한 모습으로 복원됐다. 1789년 정조대왕이 세운 화성행궁은 평상시에는 관청으로 사용하다가 임금이 수원에 행차할 때는 임금과 수행 관원들이 머무는 궁실로 이용됐다. 사진은 24일 복원사업을 통해 원래 모습을 되찾은 화성행궁 모습. 2024.04.24. jt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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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재준 수원시장이 제2부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인 2013년 전 세계 최초로 '자동차 없는 마을'이라는 파격 실험을 시도했던 '생태교통 페스티벌'을 기점으로 성곽 안 마을인 행궁동 일원에서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가동되며 침체의 늪에 빠져있던 원도심이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이처럼 화성행궁 복원과 공공한옥 조성, 도시재생 프로젝트 등 삼박자가 조합을 이루면서 수원화성 성곽 내 마을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명소로 거듭나게 됐다. 영화나 드라마의 주요 촬영지로도 입소문이 나면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경이로운 소문' 등 인기작들도 탄생하게 됐다.

지난해 연말에는 문화재 규제에 따른 재산권 행사에 침해를 받아왔던 성곽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반가운 소식도 들렸다. 수원화성 주변 건축 허용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고시가 발표된 것이다. 시가 지역 정치권에서 주민들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끈질기게 규제 완화를 요구한 끝에 문화재청이 이같은 요구를 수용했다.

시 관계자는 "화성행궁처럼 다양한 역사와 기능이 있는 행궁은 어디에도 없다"며 "이번 복원사업으로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화성행궁의 온전한 모습을 회복해 화성행궁만의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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