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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설] 국회의장 선거도 ‘중립·협치’ 뒷전, 민주당 제 길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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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생각에 잡겨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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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독주’를 우려케 하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도부가 협치 거부를 주장하는가 하면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중진들은 국회법 정신에 담긴 중립 의무를 부정하는 상황이다. 당내 선거라는 특수상황이 원인일 테지만 과도하다. 거야의 단독 입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일상이던 과거를 되풀이하자는 것인가. 민주당이 총선 민심을 제대로 읽고 제 길을 가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당내 예선이라고 하지만, 국회의장 자리를 두고 중진들이 “국회의장이 중립은 아니다”(추미애 전 법무장관·정성호 의원)라거나 “(명심은) 내게 있지 않겠느냐”(조정식 전 사무총장)고 공공연히 말하는 상황은 건강하지 않다. 국회의장은 국가의전 서열 2위의 입법부 수장으로 특정 정당·정파에 휘둘리지 않고 국회를 중립적으로 운영할 의무가 있다. 국회법이 국회의장의 ‘당직 보유 금지’(20조 2항)를 규정한 것은 그래서다. 이처럼 대놓고 정파 대리인을 자처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입법부 수장으로서 최소한의 균형성·자존심·의무를 팽개친 볼썽사나운 행태다.

민형배 신임 전략기획위원장은 지난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고 했다. 책임 있게 국회를 이끌겠단 얘기일 수 있으나, 독선적이고 부적절한 표현이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 영수회담을 요구하고, 협치를 주문하면서 정작 협치를 부정하니 모순 아닌가. 당도 온통 친명 일색으로 변했다. 차기 원내대표로 친명 박찬대 의원이 부상하고, 총선 후 단행된 주요 당직 인사도 친명계 중심으로 재편했다. 순혈주의와 언로가 막힌 정당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그러니 당장 협치와 최소한의 중립성마저 부인하고, 거야 어깨에 힘만 들어가는 것은 아닌가.

총선 민심은 ‘정치 복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압도적으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한 것은 오만·독선·불통 국정으로 정치를 파탄낸 책임을 물은 것이다. 그러면서 정치를 복원해 어려운 민생 해법을 찾고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고 등 각종 의혹을 규명할 길을 열라고 여야 모두에 주문한 걸로 볼 수 있다. “국정은 옳은 방향”이라는 대통령만큼이나 민주당 행태도 그 민심을 오독한 것 아닌가. 민주당은 야권 압승을 주면서도 200석엔 못 미친 민심의 뜻을 헤아려야 한다.

국회 운영은 다수당 책임도 중요하다. 다수당이 전횡하면 국회는 얼어붙고, 다수당이 정치력을 발휘하면 꽃피는 봄날이다. 민주당은 행정부를 견제하는 야당이면서 국회 1당인 이중적 지위를 잊어선 안 된다. 오만하면 민심의 역풍을 맞는다는 것은 그간 선거가 보여준 불변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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