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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수술 사실상 불가능… 의대 교수 휴진·사직 가시화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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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교수 이탈 땐 대체 인력 없어

비급여·급여 동시 진료 제한 등

25일부터 의개특위서 논의 시작

복지부 “합리적 대안 마련 기대”

의협·대전협 불참 탓 동력 약화

향후 추진과정 ‘가시밭길’ 예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25일 출범하면서 의료 개혁 논의가 본격화한다. 필수의료패키지를 포함한 의료계의 민감한 이슈들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의·정 갈등 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참여를 거부하면서 추진 과정은 물론 결과물에 대해서도 벌써 부정적인 시각이 더해진다. 의·정 갈등이 두 달을 훌쩍 넘기면서 그동안 의료현장을 지켜온 교수들이 사직하고, 주 1회 휴진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외래진료는 물론 수술 공백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세계일보

방재승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융합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필요 의사 수에 대한 과학적 추계 논문 공모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의료개혁특위, 어떤 논의 하나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25일 첫 회의를 여는 의료개혁특위는 6개 부처 정부위원과 의료 공급자 및 수요자 단체 등에서 추천한 20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사회적 협의체로, 위원장에는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내정됐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료개혁특위에서는 의료개혁과 관련된 크고 작은 여러 이슈에 대해 사회 각계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열린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개혁특위 논의 주제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포함한 수련체계 개편 △필수의료의 분야에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수가보상체계의 개편 △비급여와 실손보험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및 제도 개선 △대형병원 쏠림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의 개선 △의료사고안전망 구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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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며 사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24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가운을 손에 들고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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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중에서 백내장 수술이나 도수치료 등과 같이 비급여 항목과 급여 항목의 동시 진료를 제한하는 혼합진료 금지, 과잉 진료를 유발하는 실손보험에 대한 제재 등 개원가에서 반대해왔던 의제들이 쌓여 있다. 또 일정 기준 이상의 임상 수련을 마친 의사만 개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임상의사제), 의사 면허가 없어도 일부 미용 시술을 할 수 있는 방안 등 의료계가 크게 반발해 온 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의료계가 의료개혁특위 참여에 부정적인 건 증원 ‘전면 재검토’가 빠진 것 외에도 논의될 의제들이 반갑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2월 필수의료패키지를 발표하며 민감한 현안을 의료개혁특위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의대생이나 의사가 지자체나 대학 등과 계약을 맺고, 장학금이나 주거 지원 등을 받는 대신 일정 기간을 지역에서 근무하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도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하지만 이런 논의의 핵심인 의협과 대전협이 의료개혁특위 참여를 거부하면서 결과물을 도출하더라도 추진 명분이나 실행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박 차관이 “의협과 대전협도 열린 마음으로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해 주시기를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촉구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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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이탈 현실화, 대학병원은 ‘비상’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주요 대형병원들의 교수들이 사직과 주 1회 휴진에 동참할 뜻을 밝히면서 의료 공백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의대 교수들의 이탈 규모를 아직 가늠할 순 없지만, 사직이 아니더라도 휴진이 이어진다면 전공의 집단이탈보다 더 심각한 의료 공백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교수진 대거 이탈이 현실화하면 당장 병원 수술과 입원, 외래까지 마비될 공산이 커 대학병원들은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통상 수술방엔 집도하는 교수를 비롯해 전공의, 마취과 의사, 간호사 등 4∼6명이 팀을 짜서 들어간다. 전공의들이 집단이탈한 이후엔 수술 건수를 줄이고 전공의 빈자리를 전임의(펠로) 등이 메우는 방식으로 수술과 입원을 유지했지만, 아예 집도 교수가 사라져버리면 대체 인력이 없다. 병원으로서는 마땅한 대체 인력을 구하거나 대응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빅5 병원 관계자는 “실제 비대위에 참여한 의료진 수와 휴진이나 사직에 참여한 교수가 얼마나 되는지 알 도리가 없어서 당장 병원 차원에서 대책이라고 세울 만한 것은 없다”면서도 “실제 사직이 현실화하면 줄어든 의료진 숫자만큼 또 수술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기존에는 외래는 유지됐지만 일부 교수진이 이탈하면 남은 교수들에게 외래 환자가 몰리면서 과부하가 더욱 심해지는 만큼 외래진료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교수들의 사직 가능성에 회의적인 관측도 있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는 “당장 25일 사직 기한을 말하지만, 예정된 수술 연기와 환자 연결 문제 등에 대한 문의와 요청이 없는 걸 감안하면 실제 대거 사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의대, 울산대의대 교수협 비대위에서 휴진을 결의한 것과 관련해서도 실제 참여자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도 당장 사직하는 교수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병원 차원에서 휴진이 되려면 병원장 승낙하에 조정돼야 하는데, 아직은 그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박민수 2차관은 다만 “현장에서 얼마만큼 의료 공백을 일으킬 만한 사안인지는 좀 더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했다.

주말을 기점으로 대형병원의 주 1회 휴진 방침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원광대병원 비대위는 26일부터 매주 금요일 수술을 중단하기로 했고, 경상국립대병원도 30일 하루 전면 휴진 방침을 밝혔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교수들이 초과 근무를 할 경우 주 1회 휴진하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적정 근무 권고안을 배포했다. 환자들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온라인 환우 카페 등에는 병원별 휴진 여부를 묻는 글이 여러 차례 올라오고 있다.

이정우·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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