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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서울대·아산병원 이어 세브란스도 "30일 휴진"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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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사직 두달 여 만에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 이어 세브란스병원도 주1일 휴진을 공식화하면서 의료계와 정부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등이 속한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4일 회의를 열어 30일 휴진을 결정했다. 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원회는 전날(23일) 휴진 결정과 관련해 이날 기자회견에서 “4월 30일에 응급·중증·입원 환자 등을 제외한 진료 분야에서 전면적인 진료 중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등 4개 병원 교수들이 예정된 일정을 조정해 하루 동안 진료·수술을 가급적 중단한다는 것이다.

아산병원도 전날 주 1회 휴진을 결정한 데 이어 나머지 빅5 병원도 동참하는 분위기다. 세브란스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 의대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총회를 열고 주 1회 휴진 등을 논의한 결과 서울대처럼 30일 하루 휴진을 결정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30일까지 일주일이 안 남은 만큼 물리적으로 예약된 진료 일정 조정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휴진에 동의하지 않는 의사들도 있어 일제히 휴진은 어려울 수 있어도 부분 휴진 참여가 예상된다”고 했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이날 소속 삼성서울병원과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교수들에게 “주 52시간 근무 시간을 지켜달라”라며 사실상 주 1회 휴진을 권고했다. 가톨릭의대 김성근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이번 주 중 가톨릭대 산하 8개 병원별로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의대 교수들의 결정에 유감의 뜻을 표명하며 의료 개혁 의지를 다졌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 자율 조정을 허용한 사실을 언급하며 “의대 교수들께서 정부의 진의를 받아들이고 집단행동이 아닌 대화의 자리로 나와 주실 것을 당부한다. 현장에 돌아와 환자 곁을 지키고 제자들을 바른길로 이끌어달라”고 말했다.

대형병원의 주 1일 휴진 결정과 관련해서는 “병원 차원에서 휴진이 되려면 병원장의 승낙하에 조정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까지는 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장에서 얼마만큼 의료 공백을 일으킬 만한 사안인지 좀 더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했다. 또 “공백을 야기하는 정도에 따라 기존 비상진료대책 중 보강할 부분이 있는지 점검해 가급적 환자들이 진료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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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집단행동 관련 중대본 회의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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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대형병원에서는 진료 연기와 수술 중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대병원 외과 계열의 한 교수는 “외과는 현재 수술을 이미 절반 정도로 줄였다. 30일에는 급한 암 수술 위주로 10% 이내로 줄이려 한다. 3, 4건 정도만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4월 30일에 일단 휴진한 이후 주기적인 진료 중단은 5월 출범하는 3기 비대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는데, 병원 측은 주 1회 휴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병원 비대위원장은 “두 달 이상 지속된 초장 시간 근무로 몸과 마음의 극심한 소모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우경 서울대 비대위 언론대응팀장은 “교수 대상 설문조사에서 절반을 훌쩍 넘는 교수들이 휴진에 동참하기로 했다. 30일에 교수님들이 본인 스케줄에 따라 휴진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직과 함께 교수 사직도 예정대로 강행될 전망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내왔는데, 효력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병원을 떠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방재승 위원장은 “5월 1일부터 필수의료과에 속한 비대위 수뇌부 4명이 사직한다”며 “대한민국 의료가 붕괴하는 상황에서 병원에 앉아서 환자를 보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 사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사직서는 교수들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며 “사직서 제출이 형식적일 뿐이라고 매도하는 시각이 있는데, 정부가 우리의 진정성을 못 믿겠다면 나는 사직하겠다”고 했다. 서울대병원에선 앞서 소아신장분과 교수 2명이 8월 31일에 병원을 떠난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서울성모병원을 제외한 가톨릭대 의대 소속 7곳 병원은 오는 26일 비대위가 모은 사직서 수백장을 학장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전날 전국 40곳 중 20곳 소속 교수가 참여하는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에서도 25일 이후 사직과 다음 주 하루 휴진에 뜻을 모았다. 빅5 병원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휴진 등에 동참하는 병원이 늘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서는 이날까지 충남대·충북대·원광대·계명대·경상대 등의 의대 교수가 주 1회 휴진을 결정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 최전선에서 병마와 싸워가며 환자들을 지키는 분들이 의대 교수들”이라며 “이들이 병원을 떠나겠다고 결심하는 게 얼마나 무서운 결정인가 정부가 알아달라”라고 했다. 또 “다가오는 5월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의료대란을 대한민국에서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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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정부는 25일 이후로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한 달 지나 효력이 자동으로 발생한다는 주장과 관련해선 “일률적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절차・형식・내용을 갖춰 당국에 제출된 사직서가 많지 않고, 대학 본부가 이를 수리할 계획도 없다면서다. 박민수 차관은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직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나는 사표를 냈으니 내일부터 출근 안 한다’라고 할 무책임한 교수님이 현실에서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가 요구하는 ‘원점 재검토’에 대해 박 차관은 “의료개혁은 수십 년간 정체되어 온 의료시스템을 혁신하는,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이날 의사 추계 근거를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재승 위원장은 “근거 마련에 8~12개월이 걸린다. 연구 결과를 2026학년도 의대 정원에 반영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측은 “입시 일정상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재추계하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제안을 일축했다. 또 “필수·지역의료 인력 부족 해결 시급성을 고려할 때 증원을 내년으로 유예하자는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25일엔 의료계, 환자 등 사회 각계가 참여하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가 출범할 예정이다. 박 차관은 “의료계가 여섯 자리를 차지하는데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 의학회 등 참여가 불투명하다”며 “정부가 늦지 않은 시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득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의협은 의대 증원 원점 논의와 정부 행정명령 철회 등 기본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으면 대화에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황수연·문상혁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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