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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플라톤 무덤 위치 미스터리, AI로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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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화산재 속에서 발견된 '헤르쿨라네움 파피루스' 두루마리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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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넘도록 베일에 싸여 있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무덤 위치가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윤곽이 드러났다고 이탈리아 일간 라스탐파가 23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탈리아 국립 연구위원회가 20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파피루스 두루마리에 적힌 플라톤의 무덤 위치를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두루마리의 이름은 ‘헤르쿨라네움 파피루스’다.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 당시 화산재 속에 파묻힌 고대 도시 헤르쿨라네움에서 1750년에 발굴됐으며 발견된 두루마리는 1840개에 달했다. 그러나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며 쏟아진 화산재의 뜨거운 열기 때문에 두루마리가 딱딱한 숯 덩어리처럼 굳어버려 내용을 해독은커녕 두루마리를 펼치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둘둘 말린 두루마리의 내용을 해독할 수 있었던 것은 AI 기술 덕분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피사대학교 라노키아 교수 연구팀은 3년 전부터 적외선 및 X선 스캐너로 펼치지 않은 두루마리 속 내용을 스캔해 이미지로 만드는 방식으로 내용을 조금씩 파악했다. 훼손이 워낙 심해 이런 기술을 통해서도 도저히 읽을 수 없는 문자들은 섬유에서 잉크의 존재를 감지하는 AI 알고리즘을 훈련시켜 풀어냈다. 연구팀은 그 결과 총 1000여 개의 새로운 단어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헤르쿨라네움에 살았던 철학자이자 시인인 필로데무스가 쓴 ‘아카데미아의 역사’라는 문헌을 발견했다. 이 문헌에서 플라톤이 그리스 아테네에 있는 아카데미아 학교 부지에 있는 신전 인근 땅에 묻혔다는 내용이 확인됐다. 아카데미아는 플라톤이 사망하기 40여 년 전인 기원전 387년 설립한 학교로, 지금까지는 플라톤이 사망한 뒤 학교 부지 안 어딘가에 묻혔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었지만 그 위치가 더욱 명확하게 좁혀진 것이다.

3년 전에 시작된 파피루스 연구는 2026년에 완료될 예정이다. 연구진은 플라톤 무덤의 비밀 외에도 아카데미아에서 수학했던 아리스토텔레스가 집필한 소책자들을 찾아내기 위해 아직 연구된 적이 없는 나머지 파피루스 500여 권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

[김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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