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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혈관 속 미세 플라스틱,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 4.5배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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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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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쉽게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어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해줬다. 저비용 편리함의 역공인가? 플라스틱은 분해 과정에서 1~5nm(나노미터)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을 양산하여 인간 몸에 들어와 신체를 공격한다. 크기가 작을수록 장기에 더 잘 흡수되어 독성 효과를 일으킨다.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되면 암, 치매 등 각종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는데, 심혈관질환에 대해서는 독성 효과가 불분명 했으나, 최근 세계 최고의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미세 플라스틱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체내 미세 플라스틱, 심혈관질환 4.5배

이탈리아에서 이뤄진 연구는 심장에서 뇌로 가는 굵은 동맥인 경동맥에 동맥경화 플라크(혈관 내벽에 쌓인 동맥경화 찌꺼기)가 발견되어, 경동맥 내막 절제술을 받은 30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질량분석기 및 전자현미경 기술을 이용하여, 제거한 동맥경화 플라크 내에서, 11종류의 미세 플라스틱 존재 유무를 조사했다. 이후 평균 34개월 동안 환자들을 추적 관찰하면서 심근경색증이나 뇌경색 및 사망 발생 여부를 조사했다.

미세 플라스틱 중 폴리에틸렌은 환자 열 명 여섯 명꼴로 발견됐고, 평균 21.7(㎍/mg)의 농도를 보였다. 폴리비닐클로라이드는 환자의 12%에서 5.2농도로 발견됐다. 동맥경화 플라크 내에 폴리에틸렌이 많을수록 염증세포 침윤이 많았다. 심혈관질환이나 사망이 발생할 확률은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 환자군에서 발견되지 않은 군에 비해 4.53배 더 높았다.

이은봉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대기나 해양 공해 등에 널리 퍼져 있는 미세 플라스틱은 공기나 물 또는 피부 접촉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체에 침투한다”며 “체내로 들어온 미세 플라스틱이 혈관 내 세포에서 염증을 유발하고 세포를 고사시킴으로써 혈관 벽에 붙어있는 동맥경화 플라크를 키우고 혈액 속으로 떨어뜨려서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일상생활에서 노출 최소화해야

미세 플라스틱은 전체 환경 이슈이나 개인의 일상생활에서 노출을 최소화하고 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합성섬유 옷에서 극세사 형태로 나올 수 있다. 이에 합성섬유 옷 대신 가능한 한 면이나, 실크, 양모 등 천연 소재 옷을 입는 게 좋다. 옷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더 많이 나오니, 세탁 덜 자주 하고, 물 사용량도 줄여야 한다.

세탁 후 건조기로 옷을 말리는 과정에서 극세사가 양산된다. 되도록 세탁 옷을 자연 건조 하는 것이 좋다. 건조기를 쓸 거면, 미세 플라스틱이 걸러내는 고품질 필터를 쓰도록 권장한다. 음식을 덥히려고 전자레인지를 쓸 때는 음식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전자레인지 안에 넣지 않아야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은 기본이고, 장 볼 때 천 가방을 가지고 가는 것을 추천하고, 비닐 봉투 대신 종이봉투를 권한다. 치약, 화장품 등에 고체 형태를 만드는 마이크로 비즈(beads, 알갱이)가 들어간 경우가 있는데, 함유 성분을 보고 이런 제품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미세 플라스틱에 많이 오염된 바다에서 자란 조개나 생선 섭취도 줄여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집안 곳곳의 먼지를 진공청소기로 제거하고, 가능한 한 카펫 사용을 줄인다. 미세 플라스틱이 양산되는 흠이 난 코팅 프라이팬은 쓰지 않으며, 플라스틱 대신 나무 도마 쓰는 게 좋다.

[김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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