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블레이드 게임 화면 [게임 화면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오랫동안 콘솔 게임 불모지로 여겨진 한국에서 최초로 발매를 앞둔 플레이스테이션(PS) 독점작 '스텔라 블레이드'가 전 세계 게임업계를 달구고 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국내 게임사 시프트업이 개발하고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가 배급하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오랜만에 신규 IP(지식재산)로 나오는 블록버스터급 액션 게임인 데다, 서구권 게임계가 수년 전부터 '다양성'을 내세우기 시작한 뒤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어진 미형의 여성 주인공을 당당하게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몇몇 과격한 해외 매체는 신체 굴곡을 강조한 '스텔라 블레이드'의 캐릭터 디자인을 두고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제작사 시프트업이 이전까지 '데스티니 차일드'·'승리의 여신 니케' 같은 2D 기반 모바일 게임만 만들어온 전력을 거론하며 처음 도전하는 3D 콘솔 게임은 쉽지 않을 거란 회의적인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엔딩까지 직접 플레이해본 '스텔라 블레이드'는 이런 논쟁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한국 콘솔 게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걸작이었다.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은 이어지는 리뷰에서 모두 배제했다.

'스텔라 블레이드' 속 마을 자이온 [게임 화면 캡처]

◇ 오픈월드 요소 섞은 레벨 디자인 속 돋보이는 탐험의 재미

'스텔라 블레이드'는 앞서 선보인 1시간 안팎 분량의 체험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전체 콘텐츠와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초반 지역인 '에이도스 7'을 벗어나면 황폐해진 지구에 남겨진 인류가 세운 마을이자 게임 플레이의 중요 거점 '자이온'이 등장한다.

자이온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주민이 있어 그들의 의뢰를 들어줄 수 있다.

몇몇 의뢰는 메인 퀘스트만큼이나 공들여 만든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고, 주는 보상도 다채롭기 때문에 전부 완료하는 것을 추천한다. 의뢰를 많이 완수해야 열리는 후반부 스테이지도 있다.

또 데모 버전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선형적인 스테이지만 있는 게 아니라, 넓은 지역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탐험하는 세미 오픈월드 스테이지도 2개나 준비돼있다.

자유도를 강조한 본격적인 오픈월드 게임까지는 아니지만, 세부적인 구역별로 콘셉트와 퍼즐이 제각기 달라서 양산형 오픈월드 게임처럼 공간을 억지로 채워놨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1회차 엔딩을 보는 데 걸린 플레이 시간은 약 30시간이었다. 일부 수집 요소와 게시판 임무는 놓쳤지만, 등장인물의 의뢰는 빠뜨리지 않고 모두 클리어했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다양한 캐릭터 의상 [게임 화면 캡처]

스텔라 블레이드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는 바로 주인공 '이브' 꾸미기다.

플레이어는 이브의 성능을 강화하는 '엑소스파인', '기어'와 별개로 다양한 콘셉트의 치장용 의상(나노 슈트)과 안경, 귀걸이를 수집해 취향껏 장착할 수 있다.

간단한 퀘스트 완료 후에는 자이온에 있는 미용실에서 머리 스타일을 바꾸거나 염색할 수도 있다.

1회차 엔딩을 볼 때까지 수집한 의상 수는 총 26종이었는데, 2회차 플레이 이상에서만 얻을 수 있는 의상도 있다. 제작진에 따르면 전체 가짓수는 30종에 달한다고 한다.

그밖에 인류 문명 멸망 전에 만들어졌다는 설정의 각종 음료수 캔을 수집하는 콘텐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낚싯대를 꺼내 물고기를 모아 보상을 얻는 낚시 미니게임도 소소한 즐길 거리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수집 요소 [게임 화면 캡처]

◇ 탄탄한 스토리로 신규 IP 화려한 데뷔 성공…후속작도 암시

'스텔라 블레이드'의 배경은 먼 미래, 갑자기 나타난 괴물 '네이티브'의 침공을 피해 우주로 도망친 인류가 절대적인 존재 '마더 스피어'의 지휘에 따라 지구를 되찾는 탈환 작전에 나선다는 것이다.

전원 여성으로 구성된 특수부대 대원이 우주 공간에서 지상으로 떨어져 혼자 살아남고, 남성 조력자를 만나 지구를 점령한 적과 맞서 싸우며 이면에 감춰진 비밀을 파헤친다는 시놉시스는 스퀘어 에닉스의 2016년 작 게임 '니어 오토마타'와 유사하다.

하지만 몇몇 소재만 비슷할 뿐 스토리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주제 의식은 전혀 달랐다.

다소 난해한 설정과 실험적인 연출이 특징이었던 '니어 오토마타'와 달리 '스텔라 블레이드'는 오히려 제작진의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전투와 탐험이라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의 본질에 더 집중했다.

낚시 미니게임 [게임 화면 캡처]

게임의 결말은 플레이어가 내린 선택에 따라 갈리는 멀티 엔딩 구조를 택했다.

어떤 결말이든 속편을 암시하고 있는데, 스텔라 블레이드라는 IP를 향후 소니와 시프트업의 주요 게임 라인업으로 가져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히는 부분이다.

기술적인 완성도도 뛰어나다. 최근 트리플A를 표방하며 나온 여러 게임이 발매 후 최적화 문제를 겪었지만, '스텔라 블레이드'는 4K 해상도의 TV에서도 프레임 드랍 (지연 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등장인물과 배경의 디테일도 높은데 특히 이브의 긴 머리카락이 자연스럽게 흩날리는 효과가 일품이다.

배경에 깔리는 사운드트랙도 하나하나가 다른 게임의 주제곡으로 수준으로 퀄리티가 높았고, 폐허가 된 지구를 탐험하는 플레이어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스테이지 탐험 [게임 화면 캡처]

물론 스텔라 블레이드가 단점이 없는 완전무결한 게임은 아니다.

이전 회차에서 얻은 아이템과 성장 요소를 계승하면서 난이도를 올려 2회차를 시작하는 '뉴게임+' 모드가 발매 단계에서 없고, 점프와 철봉 타기로 돌파해야 하는 일부 구간은 판정이 지나치게 빡빡해 사람에 따라서는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다.

또 대사나 텍스트를 찬찬히 읽어보면 복선이 뻔히 보이고, 스토리 전개는 후반부로 갈수록 템포가 빨라지면서 급히 마무리 짓는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는 게임의 높은 완성도와 비교하면 사소한 결점 수준이다.

오는 26일 플레이스테이션5 플랫폼으로 전 세계 동시 발매를 앞둔 '스텔라 블레이드'는 블록버스터급 콘솔 게임 신작에 익숙한 해외 게이머들에게도 충분히 호소할 수 있는 명작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벌써 흥행 조짐도 보인다. 현재 예약 판매 중인 스텔라 블레이드는 아마존에서 PS5 베스트셀러 차트 1위에 올랐고, 한국을 비롯해 일본, 미국, 독일 등 60여개국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스텔라 블레이드' 메인 화면 [게임 화면 캡처]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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