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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한국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새마을운동… 지속가능성 확보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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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감동경영]김환학 새마을운동중앙회 사무총장 인터뷰

1970년 시작해 경제 성장 돕고,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한 원동력

전 세계 46개의 회원국과 협력… 유엔, 빈곤퇴치 모델로 재조명

작년부터 대학생 청년 조직 정비… 차세대 새마을지도자 육성 계획

동아일보

김환학 사무총장이 새마을운동중앙회(성남시 소재) 집무실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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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큰 흐름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을 이끈 원동력이며 과학 강국, 기술 강국의 토대를 마련했다.

끼니조차 때우기 힘들었던 대한민국은 새마을정신을 기반으로 세계가 놀랄 만한 기적을 만들어냈고 선진국의 반열에 우뚝 섰다.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이 된 건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


K-팝, K-뷰티가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는 것처럼 한국의 새마을운동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새마을운동글로벌리그에는 세계 46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고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새마을운동 연수생은 560여 명에 이른다.

새마을운동은 전국 18개 시도에 조직을 갖추고 있으며 17만여 명의 새마을지도자와 180만여 명의 회원이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봉사와 지원은 물론 농촌 일손 돕기, 다문화가정 지원, 마을 공동체 운동, 탄소중립 실천, 자연생태 보호 활동, 독서 진흥 활동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젊은 세대의 참여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전국적으로 대학새마을동아리와 청년새마을연합회가 조직돼 운영되고 있다. 노란 바탕에 새싹 무늬가 있는 새마을운동 로고는 젊은 층에게 새로운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새마을운동은 현재진행형이고 미래지향적이다.

김환학 새마을운동중앙회 사무총장은 시대의 변화에 맞게 새마을운동도 변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70년대의 새마을운동이 소득 증대와 생활 여건 개선 중심이었다면 현대의 새마을운동은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윤택을 동시에 추구하는 ‘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운동’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 ‘국내 사업 자문위원회’를 구성, 기존 사업을 평가하고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선다.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청년 조직 확대에도 적극 나선다.

김 총장을 만나 새마을운동의 역사와 의미, 발전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1970년에 시작한 새마을운동이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갖는 시대적 의미와 역할은?

“새마을운동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전하고 변화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이룰 수 있었던 중요한 원동력이 새마을운동이다.

소득 증대와 생활 여건 개선을 중심으로 하던 초창기 새마을운동은 경제 발전과 더불어 삶의 질 향상과 ‘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운동’으로 변모했다.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아름답고 살기 좋은 마을(공동체)을 만드는 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마을운동이다. 새마을운동의 본질은 우리 공동체의 문제를 찾아내서 우리 스스로 해결하자는 정신과 실천이라 생각한다. 시작했던 때로 돌아가 보면 냉해가 컸던 70년대 농업의 문제점을 ‘온상’으로 해결했고 집집마다 널리 참여했던 양잠은 농촌 소득 증대에 일조했다. 당시 기술 수준에 비춰보면 일종의 벤처였다.

‘하니까 되더라’는 경험치에서 사회적 설득력이 생기고 ‘하면 된다’는 신념이 형성됐다. 이 신념이 대한민국의 경제를 제조업 중심으로 변화시키고 특히 중화학공업으로의 성공적 변신을 이끌었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와 경제사회적 발전 경로에 비춰보면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진취 정신이 드러난다. 새마을운동도 사회경제적 발전과 변화에 발맞춰 끊임없이 혁신하고 발전해야 한다.”

―사무총장이 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외부에서 바라보던 새마을운동과 취임 후 겪은 새마을운동은 어떻게 다른가?

“새마을운동은 1970∼90년대 우리나라의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 사회는 활력이 넘쳤고 희망이 가득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후 많은 이에게 잊혀 갔다. 요즘 청년 세대에게 새마을 노래와 모자는 1970년대와 시골을 떠올리는 하나의 상징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새마을운동은 여전히 활력이 넘치고 사회 곳곳에서 빛나는 활동을 하고 있다. 17만 새마을지도자와 180만 회원이 전국 곳곳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봉사활동을 한다. 읍면동 이하 마을까지 촘촘히 전국적으로 조직돼 공익사업을 활발히 전개하는 단체는 전 세계적으로 새마을운동중앙회가 유일할 것이다.

새마을지도자들은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행동한다. 이 사회에 어떻게든 기여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이다. 사회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 일한다는 긍지와 자부심이 있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이러한 새마을지도자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여타 시민단체나 이익단체와 다르다. 안타까운 건 새마을운동이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새마을운동 확산 및 이미지 제고를 위해 홍보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몰라준다고 할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을 새로 찾아내고 그 실천도 국민에게 와닿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이것이 나의 임무라 생각한다.”

―국제사회에서 새마을운동에 큰 관심을 보이는데 지구촌 새마을운동의 추진 계획은?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멀리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까지 새마을운동에 동참하겠다고 한다. 이미 전 세계 46개의 협력국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작년에 장관 회의가 열렸다. 올해는 국장 회의가 예정돼 있다. 새로 참여하는 타지키스탄과 탄자니아를 포함해 올해 13개국 56개 마을에서 지원 사업도 펼친다. 유엔은 2005년 새마을운동을 아프리카 빈곤 퇴치 사업 모델로 정했다. 지구촌 새마을사업은 지금까지 빈곤 퇴치, 소득 증대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용수가 부족한 국가에는 용수 지원을 확대하고 라오스처럼 폭우가 잦은 지역에는 ‘비가림 하우스’ 설치를 지원하는 것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제 여기서 더 나아가 지속 발전이 가능한 지원으로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 새마을운동의 사례와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국가에 맞는 생활 밀착형 협력 사업으로 확대·심화해 나가려고 한다. 소득 증대를 넘어 생활 여건 개선이나 주거 환경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새마을운동과 연계해 글로벌 청년 창업이나 기업이 참여하는 경제 협력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만드는 것이 중장기적 과제다. 앞으로는 국제 협력의 규모가 점차 커질 것이다.”

―지난해 동티모르를 방문했는데 다녀온 소감은?

“동티모르는 최빈국에 속하는 섬나라다. 우리나라 1960년대와 유사하다. 특히 내륙 깊숙이 들어가면 생활 여건이 아주 열악하다. 새마을운동이 꼭 필요한 나라라는 것을 실감했다. 빈부 격차와 계층 분화가 아직 심각한 상황이 아니고 주민들도 선량하고 유쾌해서 정치권과 지도층이 잘만 하면 국민 통합, 사회 통합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다른 한편 현대화의 과정도 동시에 겪고 있다. 예컨대 핸드폰이 일반화됐으며 해안에 페트병과 쓰레기가 널려 있는 등 도시화의 후유증도 심각하다. 우리가 70년대 이후로 전개한 새마을운동의 발전 경로를 그대로 전수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에 앉아 이런저런 구상도 하고 업무도 챙기지만 무엇보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과정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해부터 대학생, 청년 세대와 함께하는 활동이 눈에 띈다. 청년 세대와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새마을운동’을 위한 구상은?

“작년부터 대대적으로 청년 조직을 정비했다. 17개 시도에 전국청년새마을연합회가가 조직돼 운영 중이다. 자발적으로 시작해 모인 회원 수가 무려 3200여 명이며 점차 확대되고 있다. 대학새마을동아리도 65개 대학 2400여 명에 이른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청년 세대의 새마을운동 참여로 지속 발전 가능한 추진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청년들을 차세대 새마을지도자로 육성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청년 세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서는 조직이 흡인력이 있어야 하고 매력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활동을 하면서 즐겁고 만족스러워야 한다. 사업 아이템도 지금 시대에 맞게 발굴해야 한다. 키워드는 청년 창업과 취업, 귀촌 및 지방 정착 등이다. 청년 조직의 활동은 마을 공동체 활동, 특히 마을 재생 활동에서 뚜렷이 드러나리라 기대한다. 최근 상황에 비춰 재난 재해 취약 지역의 예찰 활동에도 비중을 두고 있다.

지난해 부산 청년새마을연합회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이 어디에 거주하고 있는지 마을 지도를 그렸다. 그 지도를 바탕으로 새마을지도자들이 현장에 찾아가 봉사를 하고 지원활동을 했다. 청년 세대와 새마을지도가가 협력한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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