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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사설] 상속세 줄면 “지방 간다”는 기업이 줄을 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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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상속공제 혜택이 확대될 경우 지방에 신규 투자를 하겠다는 기업이 줄을 섰다고 한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어제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제가 바뀌면 지방에 투자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답변이 116개 대상 기업 중 61.2%에 달했다. 또 이 중 62%는 상속세 감면 혜택이 추가될 경우 본사를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옮길 수 있다고 답했다. 상속세제만 손봐도 중견기업 100곳 중 약 36곳을 지방에 유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견기업은 제조업 기준으로 연간 매출액 1000억 원 이상이다. 자산 총액 범위는 5000억~10조 원이다. 이런 규모의 기업들이 줄지어 지방으로 향하면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묘방이 될 수 있다. 지방 재정난 대처도 한결 쉬워진다. 적어도 ‘87 헌정체제’ 이후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고심하지 않은 정부는 전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멸 위기의 지역이 널려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역대 정부는 다각도 방안을 모색했으나 백약이 무효다. 윤석열 정부도 2022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여러 비전과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지금껏 뭔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아까운 시간을 더 낭비해서는 안 된다. 연합회 설문조사가 가리키는 방향이 명확하지 않나.

전국 지역 중에서도 농어촌은 특히 심각하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2023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농가 수는 농업 조사가 시작된 1948년 이후 처음 100만 가구를 밑돌았다. 지난해 농가 수는 99만9000가구로 전년도 102만3000가구보다 2.3% 감소했다. 농가 인구도 지난해 208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농가 인구가 곧 200만 명을 하회한다는 점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국제 비교 관점에서 보더라도 과중하고 불합리한 상속세 부담이란 과제를 안고 있는 국내 기업에 실질적 유인을 제시할 경우 기업은 자발적으로 지역을 살리고 자기도 사는 선택을 하게 마련이다. 앞서 2월 강원연구원도 국회 포럼에서 기업 상속세를 폐지하면 30개의 중견기업이나 613개의 중소기업이 새로 유입될 것이라고 했다. 민간투자는 1675억 원 증가하고 지역 내 총생산이 4조2914억 원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다.

지역균형 문제를 떠나 세제 자체만 따져봐도 상속세제는 큰 문제다. 우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이다. 최고세율은 1997년 45%에서 2000년 50%로 올랐다. 단순 세율로는 일본(55%)에 이어 세계 2위지만, 실제로는 할증을 더해 60%로 세계 최악이다. 기업이 주가 상승을 반길 이유가 없다. 자본시장의 구조적 결함이고, 피해는 결국 투자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

우리 상속세가 20년 넘게 꿈쩍도 하지 않는 사이에 주요 경쟁국들은 폐지하거나 인하하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스웨덴 등이 두루 그렇다. 국내 상속세는 더 이상 부유층만의 얘기가 아니다. 2022년 기준 과세 인원이 2000년보다 11배 증가했다고 한다. 약탈적 세제의 피해 권역이 급속히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도 살고, 지역도 살 수 있는 새 길을 찾아야 한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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