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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노트북 너머] ‘정치’에 밀린 中企기관장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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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늦어도 국정감사 전에는 채워지겠죠.” 수장 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 관계자의 씁쓸한 기대다.

한국벤처투자,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창업진흥원의 수장과 중소기업 옴부즈만의 선장 없는 항해가 길어지고 있다. 유웅환 전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취임 1년 2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반년 가까이 지났지만, 빈자리는 여전하다. 김용문 전 창업진흥원장은 임기 만료 약 4개월, 오동윤 전 중기연구원장은 약 3개월 앞두고 2월 각각 퇴임했다. 차관급 독립기관인 중소기업 옴부즈만도 박주봉 전 옴부즈만이 지난해 8월 중도 퇴임하면서 8개월간 공석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잇단 사의 표명과 공백의 장기화가 리더십 부재, 조직 혼란 등을 야기하면서 중기부의 핵심 정책 추진에도 힘이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발 빠른 인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애초 정치에 밀려 총선 이후에야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여당이 총선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받아들면서 더 지연되고 있다. 용산은 총선의 여파를 수습하는 데 여념이 없어 보인다. 업계는 6월은 돼야 인선 작업이 시작돼 8월 공석 사태가 마무리될 지 모른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선장이 없는 배가 제대로 된 항해를 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행 체제로 운영하더라도 임시방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수장이 오면 방향성이 바뀌고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에 조직 불안정성은 점차 커질 가능성이 크다. 임명 절차에 2~3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빠른 착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총선에서 낙마한 정치권 인물에 대한 보은 인사 우려도 크다.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가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능력 없는 사령탑이 조직의 발전을 저해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올해 열린 아시안컵에서도 축구 대표팀 감독 지도력의 부재로 전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세계적인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기량을 모두 펼치려면 지도자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고금리·고유가·고환율·고물가와 내수 침체 등으로 중소기업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투자 한파를 겪은 벤처 업계는 재도약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기 정책을 뒷받침할 산하기관의 공백이 핵심 역량을 갖춘 인물로 빠르게 채워지기를 기대한다.

[이투데이/정수천 기자 (int1000@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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