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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길섶에서] 사월의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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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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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좋아하는 이유를 백 가지쯤 댈 수 있다. 봄은 저 혼자 오지 않고 잊었던 것들을 지고 이고 온다. 봄달팽이는 언제 길을 나서 우리 집 화단 원추리 밑을 지금 지나는지. 사방천지에 배실배실 웃음이 나는 것들.

볕이 길바닥에 잘박거리면 봄은 좌판 할머니들을 모셔다 놓는다. 아파트 담벼락에, 공원길 들머리에. 어디 있다 왔는지 모를 좌판에서는 어깨 한번 펴 본 적 없는 것들이 어깨를 활짝 편다. 쑥, 냉이, 쪽파, 쪽파를 백 년째 다듬는 것 같은 손. 이런 봄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마당에 나보다 늙은 앵두나무가 있어. 나 혼자 사는 집에 앵두가 익어서 하루 종일 저 혼자 떨어져.” 묻지도 않았는데, 덤으로 들려주던 앵두나무 이야기. 육교 아래 좌판에서 쪽파 봉다리에 묻어오던 앵두 한 줌. 백년의 전설처럼 나를 따라오던 그 마당의 앵두나무.

이 봄에도 그 봄이 올까. 꽃은 그 꽃들이 또 피었는데, 오래된 얼굴도 데려와 줄까. 통성명을 한 적도 없으면서 날마다 안부가 궁금해지는 그때 그 자리.

황수정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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