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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다들 이름만은 들어봤을 '중국 최고 보양식'에 숨겨진 비결은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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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중식삼림(中食森林) ③] 개혁개방의 초심을 담은 '불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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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불도장은 직접 먹어보지는 않았어도 대부분 그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중국 요리다. 이른바 중국인들이 최고의 보양식으로 꼽는다는 음식이다.

얼마나 맛있는지 많이 알려진 것처럼 수행 중이던 스님이 풍기는 냄새에 이끌려 담장을 넘어 음식을 맛보고는 파계를 했다는 스토리가 전해진다. 그래서 이름이 스님을 의미하는 부처 불(佛), 뛸 도(跳), 담장 장(墻)자를 써서 불도장이 됐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청나라 황제들이 즐겨 먹었다는 여름 보양식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날씨가 더워질 무렵이면 유명 중식당에서 고객을 유혹하는 계절 음식으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맛있고 몸에 좋은 식재료로 요리했다는 말이겠는데 어쨌든 스님이 담장을 뛰어넘어 맛보았다는 불도장의 유래나 청나라 황제의 여름 보양식이라는 광고는 모두 엉터리다.

일단 불도장 이름은 맛에 반한 손님이 지은 시 구절에서 비롯됐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청나라 황제들이 여름 보양식으로 먹기는커녕 이름조차도 들어보지 못했던 음식이다. 일단 정사가 됐건 야사가 됐건 기록이 한 줄도 없는 데다 실제 불도장은 청나라 말 자금성에서 멀리 떨어진 복건성에서 생겨난 요리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아는 불도장 관련 소문은 만들어진 허상이다.

하지만 이런 불도장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 요리로 알려진 데는 나름 곱씹어볼 배경과 의미가 있다. 일단 불도장이라는 이름처럼 맛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맛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 요소가 강하니까 말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들어가는 식재료만큼은 분명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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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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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장은 원래 상어 지느러미와 말린 해삼, 전복, 위춘(魚脣)이라는 생선 입술과 중국인들이 최고 보양식으로 꼽는 자라 등등 고대의 산해진미에 더해 닭과 오리고기, 버섯과 죽순, 구기자까지 하늘, 땅, 바다에서 나오는 진기한 재료를 모두 모아 중국 전통 명주인 소흥주 항아리에 담은 후 연잎으로 밀봉해 장시간 넘게 고아서 만든다.

그런데 이런 요리, 누가 만들었을까? 불도장은 청나라 말 관은국(官銀局)이라는 복건성 금융기관의 책임자가 상급 관청 감독관을 접대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속된 말로 감독관을 구워삶으려니 온갖 최고 재료를 동원해 한번 맛보면 반할 수밖에 없는 요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청이 망한 후 관청 소속 요리사가 독립해 음식점을 차리며 일반인에게 알려졌다.

불도장 스토리의 핵심은 스님이 담장을 뛰어넘을 정도의 맛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사여탈권을 쥔 감독관을 감동시키려고 음식 하나에도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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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건성. 출처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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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복건성 지방 요리에 불과했던 불도장이 유명해진 것은 개혁개방 시기의 중국 외교 덕분이다. 1972년 미중 화해 당시 샥스핀과 제비집 요리로 닉슨 전 대통령의 환심을 사고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중국은 이후 만찬외교에 정성을 다했다. 이때 지방을 샅샅이 뒤져 알려지지 않은 명품 요리로 발굴한 것이 불도장이다.

이 요리는 1984년 로날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방중 때 영빈관인 조어대의 만찬과 1986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방중 오찬, 그리고 시아누크 캄보디아 국왕의 중국 방문 때 만찬 요리로 나왔는데 나름 외교적 배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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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1986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방중. (우) 1984년 로날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방중. 출처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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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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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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