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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대한민국IT구루]남민우 다산그룹 회장 “리더십 중 최고는 솔선수범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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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대한민국 IT구루로 선정된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이 16일 경기 성남시 다산네트웍스 본사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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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동안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고 또 성장했다.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비우는 중이다. 누구라도 남민우 다산그룹 회장을 만나고 싶고, 도움을 받고 싶어 한다면 그 사람을 만나는 게 남 회장에게 가장 큰 즐거움이다. 2015년 즈음 마주한 도덕경에 심취해 상선약수(上善若水)와 같은 경영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사업에서 어려움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냐고 물으면 '하고자 하는 자는 방법을 찾는다'라고 답한다. 앞으로도 자신의 경영 철학을 전파하고, 후배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돕는 삶을 살고 싶다고 한다.

2024년, AI 대전환기가 왔다. 남 회장은 AI 대전환기인 지금의 모습은 25년 전 인터넷버블과 겹쳐진다고 했다. 아니 그보다도 훨씬 오래 전, 수백년 전 증기기관에 의한 1차 산업혁명과 지금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AI대전환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성공'이라는 단어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남 회장은 과거의 모습에 대입해 볼 것을 제안했다.

이러한 모습이 대한민국IT구루선정위원회가 1호 IT구루(GURU, 대가) 1호로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과 함께 남민우 다산그룹 회장 겸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를 선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벤처 1세대 남 회장은 한 분야의 대가로 올라섰으며,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설립을 주도하는 등 사회공헌에서도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AI대전환기 산업이 가야할 방향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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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IT구루로 선정된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이 16일 경기 성남시 다산네트웍스 본사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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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남민우 회장과 일문일답이다.

-'인공지능(AI) 대전환기'의 모습이 과거 1·2·3차 산업혁명과 닮았다는 설명을 하셨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비슷하고, 또 과거로부터 배워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1차 산업혁명의 증기기관을 보자. 증기기관이라면 와트를 생각하지만, 증기기관은 고대 그리스에도 있었다. 쓸만한 증기기관을 개발한 것이 뉴커먼이고, 효율을 더 높인 것은 스티븐슨이다. 와트는 콘덴서를 통해 증기기관의 효율을 엄청나게 높이는 변곡점을 만들었다. 4차산업혁명이 시작됐을때 로봇·도심항공교통(UAM)·공유경제·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 중 AI가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AI가 메인스트림으로 굳어졌다. 와트의 증기기관처럼 변곡점이 된 챗GPT가 나온 덕이 크다. 생성형AI에서 AI는 더욱 진화해 갈 것이다. 현재 AI로 동영상을 만들면 의자가 날아다니고 색깔도 아무것이나 입힌다. 물리와 수학을 모르기 때문이다. 물리와 수학 등 법칙을 넣어서 추론해 내는 것이 추론형 AI다. 더 똑똑해지면 의사결정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경험까지 쌓이면 어떻게 될까. 과거 육체 노동을 자동화한 것이 자동화 기계인데, 두뇌노동을 자동화하는 AI가 나올 수도 있다. 인간을 닮은 AI가 로봇에 들어가면 로봇도 자율주행차도 달라질 것이다. 컴퓨터도 옛날에는 중앙형(서버형)이었지만 PC가 나오면서 분산이 됐고, AI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클라우드시대에서 앞으로는 온디바이스 AI가 대세가 될 것이다. 과거 엄청난 혁신을 불러온 임베디드 컴퓨터처럼 AI프로세서가 데이터센터가 아닌 온디바이스로 옮겨갈 것이다. 이제 일어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본다.

-정보혁명으로 대표되는 3차산업혁명 시대 우리는 버블을 겪기도 했다. AI시대는 어떨까.

▲버블이 있어야 새로운 탄생이 된다. 인터넷 버블로 세상이 바뀌었다. AI는 아직 버블은 아니라고 본다.이제 생기려고 하는 거죠. 인터넷 버블처럼 똑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일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대체적인 모습은 비슷할 거라 본다. 그 당시 인프라 핵심 기술을 가진 것이 시스코라면 지금은 엔비디아일 것이다. 버블이 온다면 뛰어들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올때 오히려 아는 사람은 제대로 뛰어들지 못한다. 지금은 아는 사람들만 AI를 떠드는데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떠들어야 버블이라고 할만하다.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뛰어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지난 해가 다산네트웍스 설립 30주년이었다. 30년동안 다산네트웍스는 수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다. 지금은 수많은 기술을 국산화하고 매출 8000억원의 그룹으로 성장했다. 많은 위기들을 극복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었나.

▲위기를 극복하려면 뛰어들어야 한다. 어떻게든 방법을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IMF는 나에게도 큰 위기였다. 미국 회사에 수입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환율급등 때문에 8억원이 18억원으로 불어나버렸다. 대금을 보내면 그걸로 회사가 끝나는 수준이었다. 사정이라도 해서 시간을 끌면 환율이 좀 안정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몇날며칠 고민만하다가 무작정 찾아갔다. 책상에서 고민할 때에는 아무것도 해결이 안됐는데 미국에 가서 3개월만 유예해 달라고 부탁 했더니 흔쾌히 들어줬다. 그렇게 찾아간 미국은 너무 호황이었다. 오히려 일손이 딸리는 상황이고, 한국에 가봐야 할 일이 없어서 내친 김에 도와주겠다고 뻔뻔스럽게 이야기했다. 미국 회사는 이미 우리 회사 실력을 인정하던 바 였고, 몇명이나 모아올 수 있냐고 하더라. 돌아와서 12명을 모아서 갔다. 집 같이 얻고 밴을 사서 함께 출퇴근하면서 1년동안 돈을 벌었다. 그때 1인당 한달에 1만달러로 계약했다. 그때 실리콘밸리 10년 경력인 개발자들보다 두 배 가까이 받았다. 연봉이 높은 이유는 계약직인 컨설턴트라서 그렇다는 것이다. 고용 보장이 되지 않은 대신 한 달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기 때문에 보수를 많이 준다고 했다. 그때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오히려 정규직이 많이 받고 비정규직이 못받는다. 고용 유연성이 있으면 월급이라도 더 많이 줘야 하는데 일찍 태어났다고 정규직이고 늦게 태어났다고 비정규직이고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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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IT구루로 선정된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이 16일 경기 성남시 다산네트웍스 본사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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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사업의 폭이 굉장히 넓은 것 같다. 사업 범위를 넓히는 이유는 무엇인가.

▲1993년 다산기연을 창업해 2010년까지 18년동안 4번의 위기를 겪었다. 1997년 IMF, 2001년 인터넷버블 붕괴, 2004년 사업 지속성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다. 그동안 지속적인 개발 투자와 생존을 위한 불굴의 의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 냈다. 하지만 여전히 스케일업과 사업다각화가 필요했다. 2010년 최고 실적을 달성한 후 다시 하강곡선을 그렸고,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사업다각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지금은 네트워크 계열, 제조계열, 벤처 계열로 나누고 있는데 꼬맹이 사업이 12개 정도 된다.IoT, 전자투표도 있고, 패션이나 과자, 화장품 사업도 한다. 벌일려고 해서 한 것도 있지만, 도와달라고 해서 한 사업도 많다. 패션 쪽도 누가 도와달라고 해서 살리려고 하다보니 함께 하게 됐다. 그 회사 대표가 워낙 의욕이 있어서 올해 턴어라운드 할 것 같다. 네트워크의 다음 타깃은 자동차라고 본다. 자동차 전장사업도 하는 이유다. 한달에 한번씩은 일본에 간다. 일본 오이타에 있는 골프 리조트를 2016년 인수해 현재는 흑자 전환해 운영 중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 같다. 그런데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또 비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우고 채우고, 순리대로 사업을 해갈 것이다.

-남 회장께서는 도덕경 책도 내고, 강의도 하신다. 사업에서 도덕경을 어떻게 실천하는가.

▲일본 골프리조트 사업을 통해 배우는 게 많다. 이제 흑자전환해서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직원들의 계약기간을 안정적으로 늘리자고 제안했지만, 직원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직원과 회사가 상호 책임 관계로 생각해서 그렇다고 한다. 매니저급은 책임감 때문에 3년 계약을 하지만, 직원들은 1년 계약을 통해서 1년 후엔 자유롭게 떠날 수도 있다. 조건이 맞으면 1년을 더 연장하는 식이다. 1년 계약이라면 회사가 1년동안 고용을 보장하지만, 본인들도 1년동안 회사에 책임을 진다는 자세다. 1년 계약이 싫은 사람들은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선택한다. 책임과 의무가 비례한다. 우리나라는 고용주든 노동자든 서로 권리만 이야기한다. 미국과 일본에 배워야 할 것이 많다. 한국이 벼락부자라고 생각하는데 부자의 전통도 없고 지켜야할 사회의 규율이 없다. 내가 좋은 것만 주장한다.

다산에서는 노조가 없지만 주니어보드가 있다. 대표들의 주장을 경청하고 웬만하면 서로 다 들어주려고 한다. 회사는 회사 일을 하고 근로자들은 책임감을 갖는다. 인센티브도 회사마다 이익이 많이 나면 그 룰에 의해서 나눠 갖게 한다. 적자가 나면 임원들 인금 반환도 한다. CEO 기한도 없다. 무엇이든 합리적으로 하니까 싸울 일이 없다.

-도덕경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

▲몇년 전, 도덕경으로 현대차 임원 대상 강의를 한 적이 있다. 품질 담당 임원이 어떻게 해야 직원들을 독려해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냐고 물어봤다. 직원들 입장에서 한번 생각을 해보자고 답했다. 무언지경이라고 하는데, 말이 없는 가르침을 당신이 보여줘야 된다라고 했다.

사람은 안 변한다. 사람은 내가 스스로 느끼고 아 나 스스로 변해야겠다라고 노력할 때 조금 바뀐다. 급한 마음에 직원을 닥달을 한다고 직원이 변하지 않는다. 원한만 쌓인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원과 대화를 하고 일이 잘 됐을 때 보상 시스템을 잘 알려줘야 된다. 직원은 인지를 하면 잔소리 안 해도 자기 일을 할 것이다. 그게 내가 도덕경에서 얻은 지혜다. 사람은 스스로 배우는 거다. 그러니까 내 솔선수범 내가 하는 걸 보면 배우 자기 스스로가 배우는 거지 누가 가르쳐서 배우는 게 아니다.말이 없는 가르침을 해라. 불언지교라고 했다. 리더십 중에 최고는 솔선수범의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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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IT구루로 선정된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이 16일 경기 성남시 다산네트웍스 본사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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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우 다산그룹 회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해 1983년 대우자동차에 취업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중소기업으로 이직했다가 자동차장비 개발을 목표로 1993년 다산기연을 창업했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시대 도래와 함께 네트워크 장비 개발을 하며 이 분야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다산그룹은 다산네트웍스 뿐만 아니라 DZS, DNS등 네트워크 계열사를 두고 있다. 자동차 전장을 비롯해 제조 분야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을 인수하며 다산 그룹의 사업을 확대해 갔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디엠씨, 플랜트 증기복수기 기술을 보유한 디티에스, 전자파 차단소재 전문회사인 다산솔루에타 등이 제조 계열사다. 벤처계열사도 10여개에 달한다. 남 회장은 2011년에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등과 함께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설립을 주도하며 청년기업가 양성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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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경기 성남시 다산네트웍스 본사에서 대한민국 IT구루로 선정된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이 강병준 전자신문 대표로부터 인증패를 수여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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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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