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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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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풍을 재창조…김홍도 '서원아집도 병풍' 보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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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대복사 동종'과 함께 보물 지정

스승 강세황 탄복해 '신필'이라 칭송

"회화사의 독자성과 창조성 보여줘"

서원아집도 병풍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병풍’과 고려 양식을 계승한 ‘남원 대복사 동종’이 보물로 관리된다. 문화재청은 두 달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을 확정했다고 25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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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는 조선 정조 2년(1778) 완성한 여섯 폭 병풍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주제는 ‘서원아집(西園雅集).’ 북송 영종의 부마(국왕 사위 또는 공주 남편) 왕선이 1087년 수도 개봉의 집마당에서 소식, 이공린, 미불 등 여러 문인과 즐긴 문예활동을 담았다.

도상은 17세기 조선에 유입된 명대 구영(1509~1551)의 작품에서 빌렸다. 하지만 버드나무, 암벽, 소나무 등 배경을 과감한 필치로 그려 생동감이 넘친다. 길상을 뜻하는 사슴, 학 등을 담아 조선 서원아집도로 재탄생시켰다.

5폭과 6폭 상단에는 김홍도(1745~?) 스승 강세황(1713~1791)의 제발(제작 배경이나 감상평 기록)이 14행으로 적혀있다. 1778년 9월 완성된 병풍을 보고 탄복해 제자를 ‘신필(神筆)’이라 칭송하는 내용이다. 문화재청 측은 “김홍도의 예술세계를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문헌 자료”라고 평가했다.

이 작품은 조선 후기 성행한 아회(雅會·글 짓는 모임) 문화를 대표하고, 김홍도의 당시 화풍이 확인되는 기년작(제작 연대를 알 수 있는 기록이 있는 작품)이란 점에서 회화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당시 유행한 서원아집도 병풍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문화재청 측은 “중국에서 유래한 화풍을 조선화하고 재창조했다”며 “당시 회화사의 독자성과 창조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라는 점에서 예술·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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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대복사 동종은 조선 인조 13년(1635) 정우, 신원 등이 함께 제작한 동종이다. 몸체에 주종기(제작자, 재료 등을 담은 기록)가 새겨져 자세한 제작 배경이 확인된다. 애초 영원사에 봉안하려고 만들었는데 해당 절이 폐사해 현재 봉안된 남원 대복사로 이안됐다고 추정된다.

정우와 신원은 17세기 재건 불사가 진행된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승려 주종장(鑄鍾匠)이다. 대복사 동종은 이들의 초기 작품이다. 고려 시대 동종 양식을 계승한 흔적이 역력하다. 종의 어깨 부분을 장식한 입상연판문대(立狀蓮瓣文帶·종의 꼭대기 천판과 어깨 부분 경계의 장식)와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보살 입상 등이 대표적 예다.

문화재청 측은 “입상연판문대에 연화하생(蓮花下生·극락세계 연꽃에서 만물이 탄생된다는 불교 생성관)의 한 장면처럼 연출한 인물 표현과 불법 전파를 기원하는 원패(기원하는 내용을 적어 만든 불교 의식구)를 당시 시대성과 작가의 개성으로 담아낸 점이 돋보인다”고 부연했다. 이어 “정우와 신원의 작품 양식과 활동 과정은 물론 주종기에 다양한 내력까지 새겨져 역사·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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