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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의대 교수 사직서 효력’ 디데이…환자들 “우리가 인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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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대 교수 사직·하루 수술 진료 중단 선언

의료진 “예정된 진료 스케줄 끝나면 사직” 언급

입원·응급환자 진료 계속한다 해도 의료대란 우려

환자 “내일 당장 담당 교수 그만 두면 우린 어쩌냐”

헤럴드경제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에 이르러 사직이 현실화 했다. 사진은 지난 24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교수가 이동하고 있는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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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면서 전공의들에 이어 의대 교수들도 병원 이탈을 선언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평행선으로 ‘의료공백’이 장기화돼 ‘의료대란’ 조짐이 보이면서 환자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의대 교수들의 사직에 들어간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지난달 25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전국 의대 교수들은 다음 주부터 하루동안 수술과 외래 진료 등을 중단하기로 결의했다.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 “25일부터 사직이 시작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라며 “정부의 사직 수리 정책과는 관계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직 통보 후 1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는 민법 660조 등을 근거로 둔 주장이다.

다만 정부는 대학 총장이 임명한 교수는 민법에 우선해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을 우선 적용받으므로 임용권자가 수리해야 그만둘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립대 전임교수는 민법에 앞서 특별법인 ‘국가공무원법’을, 사립대 교수는 민법 대신 ‘사립학교법’을 적용한다고 해석해 대규모 사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병원 교수 가운데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제출 의사를 밝힌 인원은 전체 인원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빅5’ 소속 한 진료 지원과 교수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달까지 예정된 진료 스케줄이 끝나면 사직한다는 교수님들이 꽤 많다”라며 “병원을 통으로 비우진 않겠지만, 갈등이 계속된다면 정말 병원 운영 자체가 힘들 정도가 될지도 모른다”라고 경고했다.

다만 대부분의 교수들은 입원·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진료와 수술은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실제로 이날 찾은 ‘빅5’ 병원에서 의료대란은 포착되지 않았다. 실제로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달 30일, 울산대 의대 교수는 다음 달 3일 휴진할 계획이지만 기존 외래진료와 수술 일정 등은 크게 변경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휴진을 선언한 다른 병원들도 정상 진료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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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교수들의 사직서 효력이 발생하는 25일 오전 서울성모병원에서 환자들이 외래 채혈을 기다리고 있다. 김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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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추후 전면 휴진에 동참하는 교수들이 늘어날 경우 환자들의 불편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시민은 의료대란이 올 수 있다는 두려움을 호소했다.

전날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박모(61) 씨는 갑상선암 수술 후 정기적으로 확인을 해야 하는데, 이번 사태로 건강을 확인할 수 없을까봐 걱정하고 있었다. 박씨는 “진료 받고 있는 교수님에게 ‘교수님도 혹시 사직하느냐’라고 물었는데,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고 하더라”라며 “이렇게 무책임한 경우가 어딨느냐. 환자들이 마루타(실험체)가 아닌데”라며 말을 줄였다.

이날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50대 위암 환자 A씨는 “오늘까지는 별걱정이 없는데, 갑자기 내일부터라도 당장 담당 교수님이 그만두면 우리는 어떡하느냐”라며 “입원 환자는 괜찮다고 하는데, 이 말도 언제 바뀔지 모르는 것 아니냐. 매일 뉴스를 보는데 매번 말이 바뀌어서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동 병원 채혈실에서 만난 B씨는 “이러다 의사들이 다 떠나서 병원 운영이 멈추면 아픈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며 “정부도 의사들도 너무 무책임하다”라고 비판했다.

의료계에선 교수들의 집단 사직을 ‘의대 정원 백지화’를 위한 정부 압박용 카드로 보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떠난 상황에서 교수들마저 의료 현장을 떠나면 엄청난 파장을 초래한다는걸 교수들도 알고 있다”라며 “중증 환자들마저 저버리면서 병원을 떠나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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