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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대통령에게 사진 보여주고 무슨 장관이냐고 물어보면 다 맞힐까?”…어느 보수 논객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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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논객’ 정규재씨, CBS 라디오서 “전라도는 민주당 독재, 경상도는 국민의힘 독재”

차기 국민의힘 원내대표 후보 거론 이철규 전 사무총장 놓고는 ‘꼬봉’ 단어 언급도

“대통령은 정치 해본 적이 없어… 국민의힘의 책임” 주장 펼치기도

세계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서실장과 정무수석비서관 임명장 수여식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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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과 펜앤드마이크 주필 등을 지낸 ‘보수 논객’ 정규재씨가 무너진 시스템 등으로 국민의힘이 4·10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패했다며 정당의 성격도 잃었다고 진단했다. 죽어버린 정당을 향한 특정 지역의 절대적인 지지가 작동한다며, 제3당의 틈새 뚫기가 불가능한 현실이라고도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장관 사진들을 쭉 보여주고 ‘누구냐’고 물어보면 대통령이 뚜렷한 답변을 내놓기 어려울 거라면서, 비단 윤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가 처한 현실이라고 짚어 주목됐다. 정치 경험 없는 윤 대통령을 불러온 국민의힘을 우회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정씨는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누군가 도전해서 양대 정당의 틈새를 뚫고 들어가는 게 불가능하다”며 “(양대 정당이) 죽어 있어도 (지지자들이) 계속 찍는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전라도에서, 국민의힘은 대구·경북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며 “정당은 이미 죽었는데 계속 시체 위에 투표를 쌓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정 정당에 대한 특정 지역의 맹목적 지지 비판이다. 같은 관점에서 “전라도는 민주당의 독재고, 경상도는 국민의힘의 독재”라면서 ‘1당 독재’는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했다.

차기 국민의힘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이철규 전 사무총장에 정씨는 ‘꼬봉’이라는 단어를 꺼내들었다. 대상을 재차 확인하듯 ‘이철규 의원?’이라는 진행자 질문에 “이철규 의원은”이라 답하고, 최근 몇 년간 정당의 모습을 완전히 잃은 국민의힘이 권력기구 종사자들의 ‘이모작 터’가 됐다는 식으로 꼬집었다. ‘OB(Old Boy·올드보이) 정당’ 전락으로 대구·경북 이외에서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정당이 됐으며, ‘뭘 하겠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내는 정당도 아니게 됐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정씨는 “전라도의 몰표 외에 사실상 죽은 당이라고 본다”고 민주당을 표현했다. 정당을 ‘나라 살림에 관한 정책’이 있는 기구로 본다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의미를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진행자는 앞선 정씨의 ‘꼬봉’ 언급을 끌어와 “부하 정도로 순화하겠다”며 “대통령을 잘 아는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부하 정도로(하겠다)”고 말을 더했다.

양당의 ‘적대적 공생 관계’가 워낙 단단해 제3당이 틈을 파고들 수 없다면서, 정씨는 “분노·증오·적대감·복수라는 단어로 수년째 정치가 점철되고 있다”고 돌아봤다. ‘보수 리더들이 하나의 가치를 이야기하지 않고 분노로만 뭉쳐서, 정체성이나 깊은 고민이 없어진다는 쪽으로 이해된다’는 진행자 반응에는 “대통령은 정치를 해본 적이 없다”며 “정치를 해 본 적이 없는 것도 국민의힘의 책임”이라고 부각했다.

오랜 시민사회 경력이 있는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정치 경력의 교육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아무도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정치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고 강의를 들어본 적도 없다”며 “국회법 강의를 들어본 적도 없고 조직적으로 공부해본 적도 없다”고 정씨는 거듭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계속해서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라는 키워드를 보수가 좋아하니까 그 이야기만 부지런히 외칠 뿐이지, 실제로는 그 자유가 구체적으로 입법과 정책 속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에 대한 공부를 해본 적이 없다”며, “그 교육이 없이 덜컥 대통령이 됐다”고도 짚었다. “대통령 직무를 그저 ‘행사 가라’고 하면 가고, ‘연설하라’면 연설하는 것으로 끝인 줄 알고 있다”며 “그러니까 대통령이 국정에서 분리가 된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던 윤 대통령 메시지에 대해서는 “정치를 하겠다기보다는 앞으로 일을 좀 해야 할 것”이라며 ‘행사’를 그만해야 한다고 정씨는 강조했다. 올해만 스무 차례 넘게 열린 현장 민생 토론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이 ‘내가 굉장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착각한다는 주장이다. 정씨는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가서 그저 쓰여진 걸 읽어주는 행사”라고 평가절하했다.

특히 “아마 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진을 갖다주고 지금 이 사람이 무슨 장관을 맡고 있냐고 물어보면 다 맞히겠느냐”며, “이건 윤석열 대통령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대통령실과 모든 장관들의 문제”라고 말해 주목됐다. 윤 대통령의 잘못이 아닌 ‘생짜배기’로 검찰총장 하던 사람을 국민의힘이 불러왔기 때문이라면서, 정씨는 “교육 기능도 안 하고 정당으로서의 내적인 유기적 응집력이 없는 당에 권력자로 온 것”이라고 봤다.

대통령이 대통령 직무를 ‘민주적 프로세스’ 속에서 공부할 기회가 없다는 뼈 있는 말을 남기는 등 이날 방송에서의 정씨 발언은 전체적으로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를 자성하고 보수를 향해 쓴소리를 낸 것으로 들린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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