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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교수들마저 떠난다니…생명줄 끊는 것" 속 타들어 가는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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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들 25일부터 사직 예고…환자·보호자 불안 가중

"환자 버리고 떠나지 않을 것" 기대 섞인 의견도

연합뉴스

출구는 어디에
(대전=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전국 의대 교수들이 병원과 진료과별 사정에 따라 사직을 시작한 25일 오전 대전시 중구 대사동 충남대학교병원에서 한 병원 관계자가 복도를 지나가고 있다. 2024.4.25 psykims@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장보인 이율립 기자 = 의대증원 방침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25일부터는 전국 의대 교수들마저 집단 사직을 하겠다고 밝혀 환자, 보호자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날 서울대병원 병동에서 만난 조향연(44)씨는 "참담하다"며 심경을 밝혔다.

부비동 종양이 3년 만에 재발해 지난 8일 수술을 받았다는 그는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도 한 달이나 미뤄졌는데 교수님들까지 떠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주 불안하다"고 말했다.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아내가 합병증으로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라고 밝힌 한 보호자는 "안에 있는 사람들은 피가 마르고 속이 타들어 가는데 죽어가는 환자를 볼모로 정부와 의사가 싸우는 모습이 기가 막힌다"며 "정말 교수들까지 모두 사직하게 될까 봐 굉장히 위기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신모(58)씨도 시어머니의 피부암 치료를 위해 왔다고 밝히며 "교수님이 항암치료가 '생명줄'이라고 했는데 만약 파업 사태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결국 의사가 그 줄을 끊는 것 아니겠나"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고령인구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의견을 내더라도 일은 하면서 해야 할 것 아닌가. 사람 생명을 담보로 잡으면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김모(61)씨는 "(남편이) 하인두암이 폐로 전이돼 한달에 한번씩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하는데 뉴스를 볼 때마다 담당 교수님이 병원에 없을까 싶어 무서워 죽겠다"며 "오늘 병원에 와보니 담당 교수님이 계셔서 너무 좋아했는데 앞으로가 큰일이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연합뉴스

의료공백 장기화
(대전=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전국 의대 교수들이 병원과 진료과별 사정에 따라 사직을 시작한 25일 오전 대전시 중구 대사동 충남대학교병원에서 환자 보호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4.4.25 psykims@yna.co.kr


일부 환자들은 담당 교수에 대한 신뢰를 내비치며 병원에 남아줄 것을 기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남편의 심장 스텐트 시술을 위해 병원을 찾은 서모(77)씨는 "10년 전 스텐트 삽입 시술을 하고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서 정기검사를 해왔다"며 "오랜 시간 봐 온 교수님이 환자를 버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 돌봐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췌장암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간호하고 있다는 손은성(35)씨도 "병원을 오래 다녔는데 교수님들이 그대로 계셔 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며 "교수님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성모병원에서 간 이식을 받았다는 윤보선(68)씨는 "수술하고 진료받으면서 문제없었다"며 "(교수들이) 사직한다고 하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환자·보호자들의 낙관에도 의료진들은 교수들의 사직이 곧 현실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성모병원 한 외과 전문의는 "사직서는 개별적으로 알아서 하는 것이라 (자신의 사직 여부를) 말할 수 없다"면서도 "(사직서가) 꽤 취합된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병원 또 다른 전문의는 "사직서를 낸 지 거의 한 달이 됐다"며 병원을 나설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하며 자리를 피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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