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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트럼프 면책특권 오늘 美연방대법 구두변론…"민주주의 중대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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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면책특권 없인 국정운영 불가"…의사당 폭동 '불기소 처분' 주장

'성추문 입막음' 재판과 동시진행…맨해튼지법, 트럼프 대법 출석 막아내

뉴스1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에서 열린 '성추문 입막음' 사건 형사재판에 출석한 뒤 법정에서 나오던 도중 취재진에게 자신의 재판을 보도한 각종 언론사 헤드라인을 보여주며 "재판 사기극을 전세계가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2024.04.18.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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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기한 '대통령 면책특권'과 관련한 상고심 구두변론을 오는 25일(현지시간) 진행한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광범위한 면책특권이 대통령 공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보복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면책특권이 없다면 국익을 위한 조치들을 취할 수 없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대통령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의 주장이 기각된 하급심에 대해선 "미국을 건국한 이들이 결코 염두에 둔 것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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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 당시 군중이 국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벽을 타는 모습.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로 확인돼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2021.01.06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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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상소기각' 가능성 높지만…트럼프 '재판 지연' 남는 장사

대통령 면책특권은 지지자들을 상대로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도록 선동해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로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형사 재판을 받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 중단과 1심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 꺼내든 논리다.

지난해 8월 잭 스미스 미 연방특검은 2021년 1월6일 발생한 사상 초유의 국회의사당 점거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당시 의사당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인준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를 막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했다.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목적으로 지지자들을 선동한 것으로 판단했다. 점거 가담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던 타냐 처트컨 워싱턴DC 연방지법 판사에게 대선 뒤집기 재판이 배당되는 등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지난해 10월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대통령 재임 중 공무와 관련된 행위에 대해선 형사 소추를 면제받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대통령 면책특권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워싱턴DC 연방지법과 지난 2월 연방항소법원은 모두 기각 결정을 내렸다. 연방항소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재 퇴임한 만큼 다른 형사 피고인과 마찬가지로 기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불복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연방대법원에 상고했고, 연방대법원이 지난 2월 상고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지난달 4일 열릴 예정이었던 워싱턴DC 연방지법의 대선 뒤집기 재판 역시 잠정 중단됐다.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17일 4월 2~3주차 공판 일정 공고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 면책특권 관련 상고심 구두변론 기일을 오는 25일로 확정했음을 알렸다. 연방대법원은 상고 요청을 수락하면서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 공무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행위에 대해 형사 소추로부터 대통령 면책특권을 누릴 수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까지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판결은 현재 연방대법원 회기가 끝나는 오는 6월 말에 나올 전망이다.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고를 기각할 가능성이 높지만 면책특권 심리만으로도 본안 재판에서 피고인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다는 게 미 법조계의 시각이라고 지난 22일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6월 초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는다면, 워싱턴DC 연방지법이 맡은 대선 뒤집기 관련 재판 일정이 추후 잡히더라도 관련 1심 판결은 오는 11월 대선 전까지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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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대법원 모습. 이날 미 연방대법원은 대법관 9인 만장일치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경선 출마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판결을 파기했다. 2024.03.04.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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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시 대통령 직권 기소취하 가능…'형사' 불소추 특권이 쟁점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내년 1월 백악관에 다시 입성하게 되면 미 연방검찰이 자신을 기소한 2건의 형사 사건은 대통령 직권으로 기소를 취하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 지연 전략으로 일관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인배우와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뉴욕주 맨해튼지법)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플로리다 연방지법) △미 의회 대선 인준 뒤집기 시도(워싱턴DC 연방지법) △조지아주 대선 개입(조지아주 풀턴고법) 등 총 4건으로 기소된 상태다.

이 중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건은 지난 15일 재판이 처음 개시돼 19일 배심원 선정 작업이 완료된 성추문 입막음 의혹이 유일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25일 연방대법원 구두변론에 직접 출석하고 싶다는 의사를 알렸지만, 맨해튼지법의 후안 머천 판사는 15일 첫 재판에서 연방대법원 출석 의무가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따라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5일 맨해튼지법에서 진행될 증인 심문 법정에 피고인 자격으로 마저 출석해야 한다.

연방대법원 재판의 쟁점은 퇴임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상 불소추 특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다. 내란·외환을 제외하면 현직 대통령에게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부여한 한국 헌법과 달리 미국 헌법과 법률엔 대통령 면책에 관한 어떠한 규정도 명문화돼 있지 않다.

다만 연방대법원은 1982년과 1997년 각각 리처드 닉슨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피소된 사건에서 국가 최고 정책 책임자로서 행한 공적인 행위와 관련해 민사적 책임을 면제한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개인 자격으로 행한 비공식적인 행위에 대해선 민사 책임을 열어뒀다. 형사상 불소추 여부는 연방대법원 판례가 전무한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닉슨 전 대통령이 부여받은 민사상 면책특권이 정상적인 공무 수행을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 사건에 확대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달 19일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대통령 퇴임 후 공무상 행위로 형사 기소를 당한다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으며, 대통령직 자체도 중요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스미스 특검 측은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이 전임자인 닉슨을 사면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전직 대통령도 다른 국민과 마찬가지로 퇴임 후 형사 소추될 수 있다는 논거를 내세웠다. 이들은 지난 8일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대통령직의 효과적인 기능을 위해 전직 대통령이 연방 형법 위반 혐의에 대한 책임에서 면제될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우리 헌법 질서의 기본 원칙은 대통령을 포함하여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와 관련해 닉슨 행정부 시절 백악관 법률고문을 지낸 존 딘은 이날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자신이 한 일을 하고도 빠져나갈 수 있다면, 우리에게 더 이상 민주주의는 없다"며 닉슨·포드 행정부 때만 하더라도 "대통령이 형사 소추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었다고 개탄했다. 미 법조계에선 연방대법원이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상 면책특권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앞으로 '무소불위의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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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성관계 입막음’ 등 34개 중범죄 혐의 기소인부 절차를 위해 자신의 변호인단과 함께 뉴욕주 맨해튼지방법원에 출석한 모습. 2024.04.0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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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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