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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1억 주면 아이 낳을건가요?” 권익위 설문에 뜨거운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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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올해 2월 출생아 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 줄어들며 처음으로 1만 명대로 내려앉은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 도심의 공사장 가림막에 그려진 행복한 가족 그림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이는 1981년 월간 통계 작성 이래 2월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치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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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이를 낳은 국민에게 자산·소득과 무관하게 자녀 1인당 현금 1억원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한 대국민 설문 조사를 실시하자,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여론 수렴 웹사이트인 ‘국민생각함’을 통해 지난 17일부터 26일까지 출산·양육 지원금으로 1억원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질문은 ▲최근 한 사기업의 출산지원금 1억원 지원 사례와 같이, 정부가 파격적인 현금을 직접 지원해준다면 아이를 낳는 동기 부여가 될지 ▲1억원을 지급할 경우, 국가는 2023년 출생아 기준 연간 약 23조원을 부담할 텐데 이 정도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도 좋다고 생각하는지 ▲현금 1억원을 직접 지원하기 위한 예산 확보를 위해 지역소멸 대응 등 다른 예산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이다.

권익위는 “2006~2021년간 저출산 대책으로 약 280조원의 재정이 투입됐음에도 출산율은 여전히 감소 추세에 있다”며 “산모 또는 출생아를 수혜자로 지정하고, 출산·양육지원금 직접 지원을 확대하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의견을 구한다”고 했다.

해당 설문을 두고 권익위 홈페이지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마감을 하루 앞둔 25일 오후 2시 기준 응답자는 1만2363명이다. 다른 국민생각함 설문이 하루 차이로 시작됐음에도 참여자는 500~600명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해당 설문조사에는 16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추천은 1370건, 비추천은 1697건이었다.

조선일보

25일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생각함에서 실시 중인 '출산지원금 1억원'에 대한 설문 내용. /권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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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하는 이들은 “출산 나이대인 20~30대에게 물어봐라. 이미 아이 낳아서 혜택 못 받는 세대나 부정적이지, 사회 초년생들에게 애 낳는 가장 큰 고민이 돈일 텐데 1억원 지원해 준다고 하면 분명 출산율 늘어난다” “맞벌이가 당장 끊어지면 안 되니 일을 쉬지 못한다. 1억원 주면 당장 애 가지겠다” “경제적인 혜택이 뒷받침된다면 귀여운 아이 안 키울 이유가 뭐가 있겠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부모 자질 없는 사람들이 돈을 목적으로 출산하면 그 아이들은 어떡하나” “1억원은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아이 키우기에는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이 많다. 육아휴직도 마음대로 못 하는데 아이를 누가 키우나” “돈이 부족해서 아이를 안 낳는 게 아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놀아주는 대신 부모가 직접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 등 반대 의견도 많았다.

지난 2월 부영그룹은 아이를 낳은 직원에게 자녀 1인당 1억원을 지급하고, 셋째를 낳은 임직원에게는 1억원과 국민주택 규모의 영구 임대주택에서 무상 거주할 권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복지 제도를 내놨다. 정부는 이 제도를 정부가 주체가 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를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설문조사로 정부의 정책 방향을 바로 정하는 건 아니다. 정부 관계자는 “현금 직접 지원을 선택지에서 배제하지 않고 검토 대상에 넣겠다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권익위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출산·양육 정책 개편안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개편안은 올해 안으로 권익위가 각 부처와 지자체에 ‘제도 개선 권고’ 형식으로 제시하게 된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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